2019년 황금돼지해라 불리는 기해년이 시작됐다. 돼지는 예로부터 복을 부르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12년 전 2007년도 정해년 황금돼지해였다. 2007년과 2019년의 황금돼지해의 기운은 많이 다르다. 정해년의 황금돼지는 활활 타오르는 용암과 같은 불기운을 머금은 화려한 모습이라면 2019년의 기해년의 황금돼지는 토의 기운을 상징하는 누런 모습이다.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도시풍수, 즉 땅을 보는 입장에선 올해가 더 중요하다.

이번 칼럼은 종로구의 부암동(付岩洞)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먼저 부암동은 어떤 뜻으로 작명된 곳일까? 付岩洞 줄 부 바위 암이라는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름으로 작명된 유래가 재미있다.

하루 만에 신랑과 이별한 한 여인이 매일 소복 차림으로 부침바위에서 빌고 있는 모습이 왕의 눈에 뜨이게 되었다. 기이한 그 모습에 왕은 이유를 알아보게 했고, 여인의 사정을 들은 왕은 원나라에 수소문해 그의 남편을 찾아오게 해서 부부가 상봉하게 되었다. 여인이 소복을 하고 빌 때는 돌을 붙여도 떨어졌으나, 남편을 만난 뒤에는 돌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아들을 원하는 여인이나 할머니들이 온갖 소원을 부침바위에 돌을 붙이면 옥동자를 얻는다는 전설이 있다. 즉 바위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뜻이다.

이 바위는 종로구 부암동 길가에 있던 높이 2m의 큰 바위였으나 도로확장공사로 인해 없어졌다.

부암동은 지리적으로 청와대와 가까워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에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북쪽으로는 신영동 홍지동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삼청동 남쪽은 청운동과 옥인동 서쪽으로는 홍제동과 접해 있다. 동쪽과 북쪽의 북한산의 기운을 받았다. 서쪽의 인왕산의 기운을 받았다.

이렇게 산의 기운을 받은 부암동의 터는 경사로가 많으나 자하문터널이라는 깨끗하고 널찍한 길을 두고 좌우로 형성되어 있는데, 곳곳의 골목길들은 고즈넉한 도시풍수의 산세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암동을 풍수 식으로 표현하면 ‘용(龍)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인근의 인왕산과 북한산의 모습이 흡사 구불구불 힘차게 나아가는 용의 모습인데 이 지역은 두 산의 기운이 한 곳에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 산세가 편안해지면 마을이 된다. 특히나 청와대 터를 가깝게 두고 있고 옛 왕이 살던 궁궐과도 가까우니 도시풍수적으로 보면 수준 높은 인간들이 모이는 지역이다.

부암동은 제법 많은 명소들이 있으며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몇 군데 예를 들면 무계정사(武溪精舍)와 석파정(石坡亭)이 있다. 이곳은 조선 초 안평대군(安平大君)이 꿈 속의 무릉도원 같다고 해 무계동(武溪洞)이라고 불렀고, 산 속에 정자를 지어 무계정사라고 했다.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장이다. 그의 아호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창의문을 지나 환기미술관으로 북악산로 오르막길이 이어지며 이 길을 따라 백석동길, 조선 선조 때 명신이자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항복(李恒福)의 별저가 있었다는 백사실(白沙室)계곡으로 이어진다.

현재 부암동은 약 4300세대, 10000명 정도의 인구가 있다. 이 중 외국인 거주자는 약 400명인데 이는 종로구 중에서 혜화동과 종로 다음으로 숭인동과 비슷한 인구다. 외국인 숫자가 지역에서 높은 선호지역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주거 경험을 하기엔 경사로가 있어 불편하지만 가장 고즈넉한 분위기라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명소의 터는 늘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공간의 터를 바꿔 일어나는 인생에 기이한 경험이나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부암동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터로, 한 번쯤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재 부암동은 리모델링활성화구역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모델링활성화구역이란 건축 규제 완화 특례를 부여해 리모델링사업을 촉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도시재생사업과도 관련이 많다.

잠시라도 용(龍) 품 속의 고요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부암동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