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신세계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제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며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올 한해 신세계 유통 사업의 방향을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 부회장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신세계의 대형마트 브랜드 이마트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인기제품의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는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민가격 프로젝트’는 매달 1주차와 3주차에 농수축산물과 식품 등 제품군에서 3품목을 선정해 1주일의 행사 기간 동안 기존의 판매 가격보다 40%에서 50% 할인 판매하는 행사다. 특정 시즌에 맞춰 단기간 동안 이뤄지는 할인행사는 많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프로모션을 여는 것은 유통업계에서도 상당히 드문 일이기에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여기에 바로 뒤이어 이마트는 10일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생선인 갈치와 고등어의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고등어의 경우 기존 정상가인 2780원보다 약 35% 저렴한 1800원, 갈치는 기존 가격 4800원 대비 21% 저렴한 378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이마트의 공격적 가격정책 추진 행보는 물건 값을 낮춰 다량으로 판매하는 유통업의 본질에 충실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되고 있다. 판매 가격의 하락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는 부분도 있다. 유통업체가 지향해야 할 역할 측면으로 보자면 이는 매우 바람직한 행보라고 할 수 있지만 유통업체들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주체들에게 가격 할인은 수익 감소의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할인으로 인한 수익 감소를 누군가는 감당해야 하는데 상품 공급거래에 있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유통업체들은 때때로 상품을 공급하는 주체들에게 전가를 해 왔다. 이는 물건을 많이 ‘팔아주는’ 유통 기업들이 물건을 싸게 팔기 위해 상품 공급 단가를 낮추도록 공급 주체들에게 압력을 넣는 ‘갑질’의 모습으로 종종 드러나곤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이마트도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 이마트의 최저가 판매 선언 '국민가격 프로젝트'. 출처= 이마트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직권 조사를 통해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각자의 PB(자체브랜드) 상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당하게 제조업체의 납품가를 낮춘 사례들을 적발했다. 이와 같은 행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의 명백한 위반 사례다. 중기부의 직권 조사 후 대형마트 3사는 모두 공급업체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같은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중기부에 전달했다. 

물론 이마트의 공격적 가격 정책이 모든 공급 업체들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들의 전례를 볼 때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밝은 면으로 가려지는 중소 공급업체들에 대한 갑질 등 부정적인 면이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는 국내 대형 유통채널들의 변화를 이끄는 시도에 있어 항상 가장 빠르게 움직여왔다”면서 “그러나 이 변화의 시도가 긍정적으로 해석되려면 과거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공급업체들에게 자행해 온 갑질 행위까지도 개선이 됐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의 최저가 전략은 과연 소비자들에게도 또 공급업자들에게도 모두 동의를 얻은 선택으로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