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총리가 국내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가 열린 날 국내 1위 대기업과 국무총리가 만난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리가 찾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은 5G 통신장비 생산현장이다. 이 부회장이 최근 광폭행보를 거듭하며 찾은 첫 현장이기도 하다. 올해 국내 5G 상용화 원년이 열린 가운데, 이 총리가 ICT 기술에 방점을 찍은 경제 행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5G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에는 5G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두 수퍼파워의 신경전이 깔렸으며, 그 정도로 5G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네트워크 시장에서 아직 도전자의 위치다. 중국의 화웨이가 1위를 달리는 가운데 ‘개척해야할 미지의 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3일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총리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이자 도전의 땅, 나아가 글로벌 ICT 업계의 가장 강렬한 화두인 5G 생산현장을 찾은 이유로는 포스트 반도체의 파괴력을 가진 5G의 신성장 동력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계에서는 이 총리의 이 부회장 방문을 두고 문 대통령이 10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직후라는 상징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경제정책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반등한 이유도 최근 문 대통령이 보여준 경제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 총리의 이 부회장 방문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만남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친 경제 정책 본격화를 전망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비공개 간담회 내용에도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는 이와 관련해 간담회 종료 후 “(이 부회장께서) 먼저 일자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 말씀을 주셨다”고 언급했다.

상생이라는 키워드는 삼성전자의 최근 행보와도 교집합이 많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난 직후, 삼성전자는 180조원을 향후 3년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국내 130조원 투자로 인한 고용 유발 효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 유발 30만명 등 총 70만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연속이던 반도체 백혈병 문제도 봉합됐으며,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7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도 발표됐다. 직접고용 대상은 협력사의 정규직과 근속 2년 이상의 기간제 직원으로, 수리협력사 7800명, 상담협력사(콜센터) 900명이 대상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는 스마트공장이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매년 각각 10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000억원을 조성해 2500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스마트공장지원센터가 신설되며 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1차 우수 협력사에 지급해온 인센티브를 처음으로 2차 우수 협력사까지 확대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협력사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된 2010년 이후 삼성전자가 협력사에 지급한 인센티브 누적 총액은 총 3124억원에 이르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총리와 이 부회장의 만남을 기점으로 올해 초 대법원 판결을 앞 둔 이 부회장의 보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