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애플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 벌써 11년이 됐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셜네트워크라는 미디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스마트폰 사업,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 산업 다방면을 연결해냈다. 이후 스마트폰을 대체할 갖가지 디바이스들이 출현했지만 대체자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디바이스로 떠오른다. 차체를 구성하는 하드웨어부터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차량 내부의 모듈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스마트폰과 비슷한 궤를 가진다. 플랫폼의 확장인 셈이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급변하는 산업은 대표적으로 부동산, 운송·물류, 콘텐츠 산업이 꼽힌다.

물류시장의 새로운 바람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운송과 물류 생태계에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율주행기술이 운송이나 물류와 같은 상업차량에 적용된다면 이들이 얻는 이익은 상당하다.

이 차들은 일반 승용차보다 주행시간과 거리가 훨씬 더 길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완전자율주행이 현실화된다면 운전기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 특히 교통혼잡을 피해서 최상의 경로를 확인, 배송물 도착시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선 트럭이나 택시 운전사를 합치면 고용 인력이 400만명 이상이다. 트럭운전사는 미국 내 30개 주에서 가장 많은 운전 인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평균 연봉 4만달러 이상으로 블루칼라가 중산층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으로 꼽힌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한 운송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타트업 임바크는 지난해 12월 자율주행 트럭으로 3860㎞에 이르는 아메리카 대륙 횡단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횡단하는 트럭들이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되는 시점이 늦어도 2022년으로 예상한다.

다만 일반적인 물류차량과 달리 마지막 단계인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방법이 없다. 이에 어떤 방식으로 마지막 단계에 사용자까지 물건을 안전하게 전달할 것인가가 자율주행업계 고민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실제 사용자를 확인, 자동차 실내의 로봇 팔이 물건을 전달해주는 형식이다. 시스템은 내용을 전달하고 소비자는 자동차 외부의 스크린으로 내용을 확인하는 형태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자동차 경험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선다.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으로 확장된다. 운전자는 운전만 하던 제한된 경험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실내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가 처음 개발되고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자동차 실내는 100년 전과 큰 차이 없다. 그러나 자율주행이 시작되면서 실내에도 커다란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자율주행 시대에 탑승자는 장시간 운전과 전방 주시에 더는 구속받지 않는다.

전방을 크게 주시할 필요가 없다면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여가로 사용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자동차의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운전을 보조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들이 전방 유리창을 넘나들며 차량 전체를 사용한다.

▲ 볼보 자율주행차 콘셉트카 '360C'. 사진=볼보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대에서 손을 뗀 탑승자에게 4가지 활동을 제안했다. 워크(Work), 스포츠(Sports), 디스커버(Discover), 쇼핑(Shopping)이다.

스포츠는 보는 게 아니라 실제 탑승자가 운동하도록 고안됐다. 탑승자가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차 앞 유리에 해당하는 전면 디스플레이에 노를 젓는 형상의 화면이 뜬다. 탑승자는 줄 형태의 운동기구를 당기면서 노 젓기 운동을 한다. 줄을 제법 당기다 보면 탑승자는 심박수가 빨라진다. 탑승자는 자신의 심박수를 자율주행차 디스플레이에서 확인,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워크를 누르면 자신의 업무를 볼 수 있다. 자신의 디바이스와 연동된 업무 화면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출근 시간을 이용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어린이가 같이 탔다면 간단한 퀴즈도 풀 수 있다. 퀴즈 난이도는 프로그래밍에 따라 전문 영역까지 구성할 수 있다. 수험생은 자율주행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다.

쇼핑 분야에서는 실주행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을 하는 도중, 오프라인 매장에서 예쁜 옷을 발견하면 내비게이션이 옷의 가격과 브랜드명, 상품번호까지 일일이 체크한다. 탑승객이 원한다면 자신에게 알맞은 사이즈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차가 직접 데려다준다.

아울러 영화, 드라마, 예능 등 TV프로그램을 차량 내부에서 즐길 수 있다. 인텔과 워너브러더스는 자율주행에 따른 승객 경제 확산으로 출퇴근 시간이 연간 2억5000만시간 넘게 줄어들고, 신규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시장 규모도 2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우디와 디즈니는 CES 2019에서 ‘자율주행차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실내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선보였다. 뒷좌석에 탑승해 가상현실 안경을 착용하면 영화나 비디오게임,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을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다. 아우디는 이동 시간도 자유롭게 쉬고 즐겨야 한다는 의미에서 운전 시간을 ‘25번째 시간’으로 정의했다.

▲ GM크루즈의 자율주행차 '볼트AV' 공정모습. 자료=GM

부동산 시장의 지각변동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서 가장 큰 판도 변화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은 단연 부동산이다. 보스턴 컨설턴트에 따르면 2022년이면 도심 자율주행차의 기술 개발이 완성되고, 2035년에는 자율 주행 차량 판매가 완성차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소비자의 호출을 기다리는 수많은 자율주행차를 보관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가장 대중화된 것은 주차장 관련 부동산 문제다. 자율주행기술은 공유경제를 실현, 개인 자동차 소유 비율을 크게 낮춘다. 그만큼 아파트 등 주거지의 주차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부동산 개발 계획 단계부터 주차 공간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요소다. 이 공간은 다른 상업적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각광받는 온디맨드 플랫폼 방식에 차량공유 비즈니스가 스며드는 장면이다.

이미 자율주행차 전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선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LA의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아발론베이 커뮤니티즈는 LA 도심의 예술지구에 아파트 건설을 시작했다. 그런데 주차공간을 미래에 다른 공간으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추가 주차 공간이 필요 없어질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시는 아우디의 도시 미래연구소와 협력, 주차장 공간을 62%나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을 고안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결정요인 중 하나인 입지의 기준도 바뀌게 된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입지 이득을 보는 ‘역세권’ 개념이 사라진다. 역은 물론 버스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직장인들은 간단히 스마트폰 조작 하나로 내 집 앞으로 차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 지역 주차장이 없어지고 거주의 환경과 위치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진다면, 대도시권 외곽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역도시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차 안에서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교통 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그러나 자칫하다가는 너도나도 대중교통이 아닌 1인용 차량을 이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차량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도로 중간에서 소비자를 태우고 내리는 우버와 리프트의 상하차 문제는 교통체증을 두고 심심찮은 논란거리로 떠올라온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통체증 문제로 기존 간선도로가 일방통행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외에 다양한 산업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자동차 보험은 개인에서 기업으로 바뀌고, 부담해야 할 세금과 통행료가 줄어들 수 있다. 시스템이 모든 것을 관장하다 보니 해커들의 새로운 표적으로 떠오를 수 있다. 자동차 관련 법도 새로 개정될 수 있다. 자동차 운전 자체가 소수를 위한 취미활동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상훈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와 공유경제가 융합해 교통 분야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소비자는 평소 자율주행차를 타고 이동하며, 필요하다면 직접 운행이 가능한 차를 일부 지역만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 소비자는 집에서 증강현실 게임을 이용해 드라이빙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