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지전략> 앨런 루이스·댄 매콘 지음, 서정아 옮김, 세종서적 펴냄.

‘Edge’는 날카로움, 모서리, 가장자리 등을 뜻한다. 돋보이고 개성적인 스타일을 일컫는 유행어 ‘엣지’가 이 단어에서 나왔다. 그런데, 정확한 발음은 ‘엣지’가 아니라 ‘에지’다. 이 책은 ‘가장자리 전략’을 다룬다. 기업 성장과 수익 증대의 결정적 원천이 자기 사업의 중심이나 바깥이 아닌 가장자리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장 잘하는 일,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재무·인사·영업전략은 ‘잘하는 일을 더 많이’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테면 더 많은 지역으로 영업 영역을 넓히거나, 더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다든가,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일에 주력하는 식이다.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전략은 효율적이다. 성과가 제대로 나지도 않는 분야를 키워 보겠다며 가뜩이나 부족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무모하다.

하지만 지금은 불황이 반복되고 변동성이 심하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런 시기에는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전략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대안은 기존의 전형적인 판로가 아닌, 기업이 그간 자각하지 못한 곳 ‘가장자리(에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전형적 판로란 주력 상품, 핵심 사업에 몰두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는 기업 경영 방식이다.

에지 기회를 찾으려면 고객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제품과 서비스를 분할해 생각하고,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를 직접 체험(동참)해봐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사업체나 기업의 기초자산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신규 고객층을 공략하거나 신제품 시장에 진출할 때는 큰 위험 부담이나 거액의 투자가 요구된다. 반면 사업 내부에서 에지 기회를 활용할 때는 별 부담이 없으면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가 있다.

책에는 에지전략을 활용해 성공한 유명 기업들의 사례가 나온다. 앱스토어를 이용한 앱 구매나 각종 부가 상품 및 액세서리 판매로 자사의 주력 상품을 보완하는 애플, 오늘날엔 평범한 서비스지만 한때 획기적이었던 ‘발신자 번호 표시’ 기술을 개발한 뉴저지벨, 좁고 불편한 비행기 좌석을 조금 넓히는 옵션을 추가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창출한 제트블루 항공사 등이 소개된다.

2001~2008년 미국 항공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 기간 15개 항공사가 파산을 신청했다. 그러던 항공업계가 2008년 일제히 실적이 호전됐다. 그것도 원유 값이 폭등하여 비용부담이 급증한 상황에서 대부분 항공사들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결은 한 항공사 경영진이 에지에서 수익모델을 발견한 덕분이었다.

2007년 말 유나이티드항공사 임원 존 태그(훗날 CEO 역임)는 비수익 고객을 수익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개발했다. 최초의 ‘위탁 수하물 수수료’ 정책이었다. 당시 항공기 승객은 두 개의 수하물을 공짜로 부칠 수 있었다. 그런데, 수하물 운송은 상당한 비용이 드는 서비스다. 수하물은 꼬리표가 붙고 검사 과정을 거쳐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해 분류된 다음에 이륙 직전 항공기 짐칸에 실린다.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해 찾을 때는 역순으로 옮겨진다. 모든 과정에 항공사 직원이 동원되고 IT시스템, 컨베이어벨트, 운송차량 등이 작동된다. 문제가 생기면 고객서비스 직원이 달라붙어야 한다. 적잖은 무게인 만큼 항공연료비용도 든다. 존 태그는 무료로 제공되는 수하물 서비스로 인한 비용이 엄청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주력서비스의 정의를 재검토했다. 분석해 보니 모든 승객이 수하물 위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출장이 잦아 항공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승객들은 오히려 짐가방을 맡기는 일이 드물었다. 2008년 2월 유나이티드항공은 세계 최초로 가방 한 개는 무료, 두 번째 가방부터는 하나당 25달러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승객이 반발했지만, 충성고객들은 어차피 짐이 적거나 마일리지 정책 덕에 수수료 무료인 ‘엘리트’로 분류돼 불이익이 없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에지전략을 지켜본 항공사들이 잇따라 수하물 위탁 수수료 부과에 나섰다. 이후 항공업계는 신속 탑승수속, 라운지 이용, 추가적인 좌석 공간, 고급 식음료 선택 등 부가서비스를 판매하며 수익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