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흔히 ‘보험’ 하면 아직도 ‘보험 아줌마’를 떠올린다. 혹시 누군가 지인이 보험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나에게 보험 판매를 시도하진 않을까’ 부담부터 느끼곤 한다.

심지어 보험 가입을 고려 중이어도 섣불리 상담을 받지 못한다. 보험 가입을 강요당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험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있다. 하지만 보험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보험은 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필수품이라는 인식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류준우 보맵 대표도 보험업계에 종사하면서 본의 아니게 ‘보험 가입 강요’라는 경험을 자주 겪었다고 한다.

그는 SGI서울보증보험을 통해 보험업에 발을 들였다. 그가 다니던 SGI서울보증보험은 일반적인 생명·손해보험회사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그가 보험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보험 팔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보맵’이다.

‘보험 불신’ 꼬리표 자르기

류 대표는 보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인 ‘보험 불신’에 대한 꼬리표에 가장 먼저 집중했다. 무분별한 보험 판매 영업으로 인해 빚어진 보험 불신을 깨는 것. 보험 고객을 위해 보맵이 해결할 과제의 첫 단추다.

이와 함께 보험 정보의 비대칭도 불신을 야기하는 데 한몫한다.

류 대표는 “보험회사에 다녔고, 보험을 공부했는데도 보험에 대해 잘 몰랐다”며 “일반 대중의 경우에는 어려운 보험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이 더 심할 수밖에 없어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같은 보험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는 것은 보맵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주 기능이다.

보맵은 디지털인슈런스 플랫폼으로 쉽게 말해 ‘보험 애플리케이션’이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가입과 보험금 청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류 대표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고객이 많다”며 “보맵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정보의 비대칭을 먼저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보험은 죽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아닌, 일상을 살아갈 때 걱정 없이 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일상생활에서 우선 자신이 갖고 있는 보험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계사들의 이동 등으로 고아 계약이 늘고 있다. 막상 고객이 보험 정보를 필요로 할 때 이를 도와줄 설계사가 없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이 같은 고객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췄다. 설계사가 없어도 보맵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보험 상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정보 걱정 문제없어

이 부분에서 고객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과연 이 앱을 통해 나의 개인정보는 잘 지켜질 것인가, 또 이 앱을 통해 보험 영업에 대한 전화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류 대표는 이와 관련해 자신 있게 답변했다.

“보맵은 고객의 정보를 영업 활동에 활용하지 않으며, 고객의 정보는 개인정보별로 저장되지 않고 비식별화돼 큰 영역별로 저장됩니다.”

물론 고객의 데이터를 요청하는 등 보험회사의 유혹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가치 지향점을 고객에게 두고 시작한 보맵이기에 여러 유혹들에도 흔들릴 수 없었던 류준우 대표.

또 고객에게 치우친 서비스를 만들어야 앞으로도 보험회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맵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영업 활동에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저장방식이 다르다. 개인별 정보를 비식별화해 개인별이 아닌 큰 영역별로 저장한다. 이 같은 정보들로 향후 고객들이 보험 가입을 고려할 때 데이터를 통한 보장 분석을 제공할 예정이다.

그는 맘카페를 통해 엄마들이 보험을 가입할 때 정보를 교류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나이, 생활수준,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보험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고려해 실제 가입을 한다는 것이다.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즉 보맵은 맘카페 일부 엄마들의 의견이 아닌 보맵에 쌓인 데이터들을 이용한 세분화되고 다듬어진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면 암보험 중 위암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이에 대한 보험 상품의 종류부터 실제 수술비로 얼마를 보장받았는지 등등을 보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 이 같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고객들로부터 보험금 지급에 대한 불신을 더 키워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보맵을 통해 맘카페의 일부 엄마들 조언보다 더 많은 데이터들로 가공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고객 개인의 건강 정보 같은 경우는 보험회사에 제공되는 툴로만 작용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모든 가치 지향점은 ‘고객’

현재 보맵에는 보험업 출신의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전략기획 업무를 했던 직원들이 많다. 이는 보맵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보험산업의 방향성에 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해사정인과 심사 업무를 하던 직원들도 있다. 이들은 주로 보맵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고객 입장에서 고객만을 생각해 시작한 보맵.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 끼웠던 것은 아니다.

‘고객은 보험을 잘 모른다’는 가설을 통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반영하지 못한 앱을 개발했던 것이다.

고객들은 보험 증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그 증권들을 어디에 뒀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초 앱에는 이 같은 증권들을 사진으로 찍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 나온 앱이 ‘레드 박스’다. 창업 후 6개월 만에 내놓은 첫 모델이었으나 출시 한 달 만에 실패하고 말았다.

류 대표는 “고객은 증권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워놓고 타협해 앱을 만들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수많은 보험 증권을 어디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도 몰라 하는 고객들을 보면서, 비록 실패했지만 최초 세웠던 가설을 다시 확인하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는 “최대한 가설부터 다시 검증해 지난 2017년 2월 보맵을 내놓게 됐다”고 덧붙였다.

새해를 맞아 류 대표는 올해 1월 보맵 3.0 버전을 내놨다.

새 버전도 여전히 보험 불신에 대한 꼬리표를 끊는 게 목표다. ‘보험’ 하면 영업으로 귀결되는 이 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전 버전까지 보맵이 보험에 대한 사후관리에만 치중했다면 새 버전은 고객이 원하는 보험 상품 판매까지도 이어진다.

다만 보맵이 보험 영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스스로 원하면 찾아서 가입하는 방식이다.

보통 고객이 찾아서 가입해야 하는 상품으로는 여행자보험과 같은 단발성이면서 보험료가 싼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상품은 설계사들도 수당이 적어 잘 판매하지 않아 고객이 개인적으로 가입하기에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따라서 이런 상품들을 시작으로 앱을 통해 가입부터 청구까지 완결형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이 보맵 새 버전의 기능이다.

이와 함께 류 대표는 “일명 ‘일상으로의 보험’이라고 부르는 일상생활에서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도 다룬다”며 “예를 들어 스키보험의 경우 몇천원이면 가입할 수 있고, 입력할 값도 없으며 피해에 대한 보상도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또 “렌트카 등에 대한 부분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보험’ 하면 영업으로 귀결되던 꼬리 끊자

이처럼 ‘보험’을 고객이 필요에 의해 가입하는 ‘보험’, 권유가 아닌 직접 찾아서 가입하는 ‘보험’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류 대표의 목적이다.

아울러 기존에 지인 영업으로 이뤄졌던 보험 영업과 더불어 알려지지 않았던 설계사 정보에 대한 부분들도 해결한다.

고객은 이제 아는 사람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설계사에게 스스로 확신을 갖고 보험을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류 대표의 판단이다.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보맵은 보험에 대한 정보에서 나아가 설계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리뷰 기능도 있어 해당 설계사에 대한 구체적인 만족도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또 설계사의 고객군까지 파악할 수 있어 어떤 고객군의 보험 설계에 강점이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물론 해당 설계사가 관리하는 고객의 개인정보는 잠겨있어 볼 수 없다.

즉 고객이 원한다면 보맵을 통해 설계사를 직접 골라 보험 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화되고 보험 약관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있는 설계사들은 보맵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도 해준다. 채팅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의 보맵 광장은 오는 3~4월 제공될 예정이다. 현재 기획은 다 됐으며, 구체화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객 입장에서만 생각한 보맵의 수익원은 무엇일까? 보맵은 심지어 보험회사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아 수익 구조에 대한 궁금증을 더 증폭시킨다.

류 대표는 “주로 외부 투자를 받거나 설계사들의 사용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보맵은 고객용 앱 외에 설계사용 앱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보맵은 향후 보험회사와의 제휴 모델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히면 고객 중심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보맵을 통해 약관대출을 판매하는 게 하나의 제휴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보험 약관대출은 신용 확인을 할 필요도 없으며, 보험 상품을 해지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단순한 부분들을 보험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보맵에서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약관 대출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고객은 약관대출에 대한 정보 등이 필요할 때 보맵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험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이처럼 모든 것을 고객 입장에서만 접근하고 있는 류 대표.

보험회사에 휘둘리지 않고, 고객만을 위한 보맵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게 그의 꿈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갖가지 규제들로 인해 어려운 점이 많다.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들이 국내에서는 불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복잡하고 깐깐한 규제의 틀 속에서 기존 산업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는 보험산업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보맵은 보험산업이 큰 것에 비해 스타트업 회사로 작은 회사”라며 “기득권과 제휴하지 않으면 성장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재 보험회사는 IT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친숙하지 않은 데다, 설계사들은 고령화돼 가고 있어 이를 끌고 협업하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올해 ‘보맵 3.0 안정화와 500만 다운로드’가 목표인 류 대표.

이를 시작으로 장차 보험하면 보맵을 떠올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뛸 예정이다.

보험의 A부터 Z까지 보맵을 통해 해결하게 만들겠다는 그는 앞으로 국내에 온라인 보험사가 생겨날 때, 국내 보험과 IT가 선진국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아가 국내 보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꿈꾸고 있음을 보여준 류준우 대표.

그는 하루 빨리 보험에 대한 불신 꼬리표를 자르고, 고객이 설계사에게 요구해 보험 영업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보험의 지도’라는 뜻을 가진 보맵. 모든 가치 지향점이 고객으로부터인 이 앱을 통해 보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류준우 대표다.

참고로 보험앱을 빨리 말하면 ‘보맵’이 된다고 류 대표는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