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자동차 산업은 위기와 변화가 동시에 찾아오는 특별한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의 주력 시장인 G2(미국·중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었다. 글로벌 시장 수요의 65%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 수요는 지난해 2분기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중국 시장 수요는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감소하는 등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으로 자동차 보조금정책은 실시 시기까지 늦춰졌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1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자동차 산업은 이전에 보지 못한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카셰어링과 카헤일링 등 공유 경제가 침투하고 있다. 규제에서는 환경과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커넥티비티에선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제각각 방향성을 찾고 관련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기술력은 뒤처지지만, 기계적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에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부족한 기술은 기술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거나 제휴를 통해 확보하면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이들은 각자도생에서 합종연횡으로 방향을 바꾸며 수익성을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자율주행 연합전선’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은 2020~2025년 사이에 4단계 이상 자율주행 기술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특히 GM과 포드, 다임러, BMW 등이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들은 자체 사업부의 역량 강화와 함께 스타트업 기업들과 기술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관련 순위를 발표하는 내비겐트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GM과 포드, 다임러, 폭스바겐, BMW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업계 리더로 군림하고 있다. 우버와 테슬라, 애플 등 ICT 기업들은 이보다 조금 뒤처졌다. 다만 지난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급격히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양상은 조금 달라졌을 수 있다. ICT 기업 중에서 리더는 웨이모가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인데, 최근 상용화 시작을 고려하면 최상위권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 하드웨어에서 차체를 담당하는 만큼 자율주행 시험운행과 차량 특허 경쟁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가장 큰 자율주행 시험 무대인 미국을 기준으로 보자. 미국 교통당국 자료를 기반으로 맥리포츠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GM이 자율주행 시험운행 보유대수 175대와 운전자 467명으로 가장 적극적이다. 뒤를 이어 웨이모(88대, 415명), 애플(70대, 139명), 테슬라(39대, 92명) 순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자율주행 시스템 평과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GM이 1위다. 테스트 기준은 시스템 성능과 이용 편의성, 시스템 사용조건 확인 여부, 운전자 전방주시 확인, 비상상황 등 총 5가지다. 피평가 업체가 적지만 GM의 수퍼크루즈 기술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를 이어 테슬라 오토파일럿, 닛산 프로파일럿, 볼보 파일럿 어시스트 순으로 나타났다. 캐딜락 시스템은 성능과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테슬라에 뒤처졌으나, 다른 부문에서 테슬라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일본 패튼리절트(Patentresult)가 발표한 자율주행 특허 개수를 보면 토요타, 포드, GM 등 순으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상위권에 분포해 있다. 특별한 점은 웨이모가 AI 기술과 인지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웨이모를 제외하고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있다. 이 조사에서 현대자동차는 35위에 랭크돼 있다.

완성차 자율주행기술 키워드 ‘M&A’

자동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뒤처지지만, 기존 자동차 기계적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방법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부족한 기술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택하고 있다.

GM은 지난 2016년 스타트업 기업 크루즈를 10억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사업부로 분리된 GM크루즈는 회사의 자율주행 부문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7년에는 라이더 장비를 개발하는 스트로브를 인수해 하드웨어 부문 기술도 확보했다.

GM의 자율주행 전략은 공유경제 개발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수직적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GM은 미래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했다. 자율주행부서와 자율주행 합작벤처 담당 부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전략 마케팅 부서가 GM의 모빌리티 전략을 대변한다.

▲ GM크루즈 자율주행자동차 '볼트AV'. 사진=GM

영업이익률이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미주지역 공장폐쇄를 단행한 GM은 구조조정으로 유입된 자본을 미래차 기술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GM은 2019년 중 크루즈를 기반으로 한 완전자율주행차 크루즈 AV를 내놓을 방침이다. 2023년까지 총 20개의 전기차 모델을 북미 시장에서 출시하고, 2020년까지 총 10개의 전기차 모델을 중국 시장에서 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5개의 전동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구상 역시 밝혔는데, 향후 추가적인 내연기관차 생산 시설의 축소, 전기차 생산 시설로의 전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GM의 이러한 모빌리티 기술에 열렬한 투자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 GM은 자체 개발한 센서와 컨트롤러와 시스템을 자율주행차 모델에 적용했다. 기존과 달리 일부 부품이 고장이 나도 작동이 멈추지 않는 중복체계(Redundancy System)와 안전시스템이 장착돼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크루즈AV를 공개했다. 전기차 볼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차는 자율주행 4단계로 7개 주에서 2500대가 시험주행에 들어갔다. GM은 2020년에 특정 조건에서 고속도로 내 완전 자동으로 차선변경이 가능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하고 있다.

▲ 포드의 도미노 피자배달 서비스 모습. 사진=포드

포드는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아르고 AI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충했다. 특히 포드는 지난해 8월 자율주행 사업부문을 포드자율주행유한회사(Ford Autonomous Vehicles LLC)로 분사, 자율주행 시스템개발과 시스템 통합 등 관련 사업 추진에 적극적이다.

포드는 실용성을 강조한 자율주행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 자율주행모드를 선택하면 차체 천장에서 프로젝트와 스크린이 내려와 스크린 앞 유리를 막아 극장으로 변화시키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특허를 등록했다. M시티와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도미노 피자와 자율주행 피자배달 서비스를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운영 중이다. 포드는 우버·리프트와 정밀지도를 공유하는 ‘셰어스트리트 플랫폼’으로 도시형 모빌리티를 위한 데이터 공유도 계획하고 있다. 공유한 데이터는 교통 혼잡과 배기가스 감축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기술 제휴를 위해 적과 동침을 마다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다임러는 2015년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BMW·아우디 등 독일 완성차업체와 공동으로 초정밀지도서비스 업체 히어(HERE)를 인수해 정밀지도 DB를 구축하고 있다. 다임러는 2014년 택시호출 서비스인 Mytaxi를 인수해 자회사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IT업체와 동침’ 상호 제휴로 상용화 앞당긴다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협업을 보면 완성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IT업체들과 협업도 눈에 띈다. 자율주행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단축하기 위한 수단이다.

GM의 GM크루즈는 지난해 6월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22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지분 19.6%를 나눴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9억달러를 투자하고 크루즈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에 13억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혼다가 GM크루즈 지분에 7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혼다는 자율주행 차량 생산을 위한 개발비에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앞서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자율주행 네트워크 공동개발을 위한 투자로 알려져 있다.

포드는 지난 2016년 라이더 기술 개발사인 벨로다인에 중국 바이두와 공동으로 1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리프트와 협력하여 포드의 자율주행 차량이 리프트의 앱과 연동되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IT 업체 중에서는 알파벳과 제휴 중이다. 포드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서비스 사업도 진행한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포드 패스다. 포드 패스는 맥도날드와 세븐일레븐 등 유통업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용자 전용 혜택과 지리위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요타는 2013년 렉서스 LS600h 자율주행차에서 자율주행 역사가 시작된다. 이후 엔비디아와 2017년 협력하면서 엔비디아의 드라이브PXAI 플랫폼을 사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 카셰어링 업체 그랩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토요타는 10월에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자율주행차·차량공유사업 협력을 위한 ‘모네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축적·분석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다임러AG의 메르세데스-벤츠 퓨처트럭 2025. 사진=다임러

다임러는 완성차와 부품, IT업체 등 자율주행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들과 상호 제휴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관련 특허권을 다량 보유한 보쉬와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보쉬는 하드웨어와 하드웨어 부품을 위한 소프트웨어개발을 담당한다. 다임러는 시스템 통합과 차량 제조를 맡아 2019년 공동으로 자율주행차 호출 서비스를 시범운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발렛추차 시스템의 상용화 시험도 진행 중이다. 2017년 2월에는 우버와 자율주행 자동차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우버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내용으로 우버가 구축한 차량 공유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최근에는 다임러와 보쉬가 엔비디아 AI플랫폼 ‘드라이브 페가수스’를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활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임러는 중국 진출이 활발하다. 회사는 중국 지리기차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프리미엄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Mercedes me는 이미 250만개 차량이 등록됐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BMW 그룹과 합작회사(지분 50%)를 설립하기로 했다.

BMW 역시 마찬가지다. BMW는 중국 바이두와 합동으로 자율주행 개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기업 최초로 중국 내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한 회사가 BMW다. BMW는 2017~2020년까지는 2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완벽히 구축하고, 2021~2022년에는 3·4단계 자율주행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 공개한 i넥스트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 카는 4단계 자율주행 모드를 탑재했다. 2021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BMW는 5단계 자율주행 차를 2030년까지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BMW그룹은 목표 현실화를 위해 인텔·모빌아이와 2021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과 완전자율주행 단계(레벨4·5) 기술개발 협력을 맺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델파이도 여기에 합류, 센서 융합과 자동화 주행 소프트웨어 관련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 BMW의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차 'iNEXT'. 사진=BMW

폭스바겐은 지난해 1월 자율주행 개발 스타트업 오로라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2021년까지 오로라의 기술과 폭스바겐의 차체가 접목한 자율주행차 택시를 개발할 예정이다. 6월에는 보쉬·콘티넨털·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개발연합 NAV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폭스바겐의 계열사 아우디는 최근 자율주행차 정보를 공유하는 연합체 ‘PAVE’를 결성했다. PAVE에는 아우디와 GM, 토요타 등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해 구글 웨이모, 오로라, GM크루즈, 모빌아이, 엔비디아, Zoox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클라우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향후 관련 서비스를 모든 차종에 적용한다는 조건이다. 중국에서는 디디추싱과 제휴로 디디추싱 자율주행차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완전 자율주행을 2030년 목표로 개발에 착수 중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과감한 제휴로 방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7월 모빌아이와 자율주행 공동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오로라와 스마트시티에서 4단계 수준 도심형 자율주행 시스템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5월엔 자율주행차 레이더 스타트업 메타웨이브에 투자했고, 10월에 AI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메타에 투자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개발에 협력 계획을 다졌다.

현대차는 2015년 12월 미국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했고, 2016년 3월에는 국내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허가를 획득한 차량은 구간 자율주행, 교통혼잡 구간 자율주행, 비상 갓길 자율 정차, 협로 주행 지원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특별한 점은 지난해 8월 고속도로에서 대형트럭 자율주행 3단계 시험에 성공했다는 것. 화물 운송형 트레일러 자율주행으로 약 40㎞를 주행했다.

▲ 현대차 자율주행 대형트럭. 사진=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는 2009년부터 현대오토넷을 인수·합병한 이후 ADAS 기술 개발·양산에 돌입하면서 자율주행 시장에 손을 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AI 영상인식 전문 스타트업 스트라드비젼에 약 80억원을 출자, 지분 10.5%를 확보했다. 현대모비스는 3단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2022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센서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자율주행 개발인력을 6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자율주행 관련 부품개발 R&D투자를 부품 매출의 10%까지 확대할 계획을 추진하는 등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이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와 센서, 5G, 초고정밀지도 등 다양한 기술이 모인 만큼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모여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 “자율주행 분야는 플랫폼 표준화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 플랫폼을 공유하는 그룹에서 소외되면 합류가 어렵다. 향후 자율주행 관련 기업 연합은 기업 연합이 아닌 국가 간 연합이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