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최근 IT업체와 완성차업체의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패권 싸움이 한창이다. 이러한 패권 싸움의 중심에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하드웨어 제조사보다 자율주행기술을 구연하는 소프트웨어 제공자가 소비자에게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기술 보급은 소프트웨어 공급자의 시장 지위를 완성차 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 브랜드 파워는 점점 커지면서 하드웨어 제조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하드웨어 공급업체는 저마다 생존 방식을 찾아 나서고 있으나, 현재 스코어로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플랫폼?

자율주행차 하드웨어 플랫폼은 크게 차체와 센서로 나뉜다. 차체는 승객 탑승을 위한 공간과 조향, 가속과 감속을 위한 드라이브바이와이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드라이브바이와이어 시스템을 통해 하드웨어와 독립적으로 조향과 가속 및 감속 신호를 명령으로 제어한다.

소비자 관점에서는 차체는 두 가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먼저 운전대와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없이 승객의 탑승을 고려한 차체다. 이는 웨이모와 나브야의 자율주행 차량에서 볼 수 있다. 두 회사는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 자율주행을 지향하며 자율주행 차체를 개발하고 있다.

다른 관점은 운전대와 가·감속 페달을 유지하는 수준의 자율주행 차체다. 운전자 개입을 고려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완성차 회사들은 이미 안전한 차체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있다. 자동차 구조를 점진적으로 변경, 운전자를 고려한 자율주행 차체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GM과 BMW, 볼보다.

센서는 외부환경을 인식하는 센서와 차량 움직임 감지 센서, 운전자 행동 감지 센서 등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 내·외부 정보를 측정하는 기기를 의미한다. 한 종류의 센서로는 도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다양한 센서 조합이 필요하다. 주변 물체를 인식하기 위한 카메라와 라이더(Lidar)의 조합이 그 예다.

카메라는 비전(Vision) 기술을 이용해 물체 종류를 잘 구분해내지만 정확한 운동 정보를 측정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라이더는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 정보와 위치를 정밀히 파악하지만, 그 물체가 어떤 것인지 분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카메라와 라이더를 통합하는 센서를 구축해 두 센서의 정보를 융합, 물체의 운동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함과 동시에 그 물체가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 공급업체 어떻게 헤쳐나갈까?

다만 현재 정립된 자율주행기술 표준 하드웨어 기준은 없다. 메이커마다 초음파, 레이다, 카메라, 라이다 등 센서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쓴다. 테슬라의 경우 오토파일럿은 라이다 센서가 없다. 카메라를 다수 장착해 기능을 보완하는 센서 퓨전 방식을 쓴다. 웨이모는 초기부터 라이다를 중심으로 센싱 기능에 포커스를 뒀다. 이유는 각 회사가 추구하는 자율주행 기술의 포커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레이다와 카메라, 라이다 등 각각 센서들은 고유한 장단점이 있다. 레이다는 일단 가격이 싸다. 탐지 거리가 길고 빛의 양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그러나 해상도가 낮아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이 부족해 카메라와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빛의 반사로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라이다는 해상도와 가동범위가 넓다. 종합적인 성능 측면에서 우수하다. 문제는 가격이 비싸고 인식 범위가 카메라나 레이다 대비 짧다는 것이다. 최근 라이다 가격과 인식 범위가 향상되면서 라이다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개발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오작동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센서 기능의 한계를 보여준다. 라이다 가격이 하락한다면 라이다가 자율주행차 하드웨어의 키워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운 레벨4~5단계까지 시장이 성장했을 때 발생한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BCG는 레벨4~5단계 자율주행차는 카메라가 최대 14개, 레이다 21개, 라이다 5개, 초음파센서 12개까지 장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오토파일럿 시스템을 구현하는 테슬라는 8대의 카메라와 1대의 레이다, 12대의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다.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5개의 레이다, 1개의 서라운드 카메라, 4개의 레이다 센서, 1개의 음향센서로 구성된다.

앱티브의 경우 회사가 제공하는 자율주행 아키텍처를 살펴보면 레벨 1단계에서 3개의 레이다와 1개의 카메라 센서가 장착된다. 레벨 3단계에서는 5개의 레이다, 3개의 카메라, 1개의 라이다, 콘트롤 유닛으로 구성된다. 대당 콘텐츠 비용이 300달러에서 5000달러로 15배 이상 급증하게 된다. 하드웨어 센서 비용은 150달러에서 2000달러로 13배 이상 늘어난다. 여기에는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

반대로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라이다 개수가 대폭 증가했지만, 카메라와 레이다 센서 숫자는 적다. 음향센서를 새롭게 장착했다. 이를 보면 센서 이외에 유닛 콘트롤 개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자율주행차의 기능이 늘어날수록 기능을 통제하는 ECU가 추가됐다.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과 같이 복합 기능을 수행하는 창치는 멀티도메인콘트롤러를 장착해 센서 개수를 줄였다. 결정적으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자비에 프로세서는 위 기능들을 하나의 유닛으로 통합해 버렸다.

이에 하드웨어 공급업체는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다 센서 조합으로 대변되는 시장에서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바야는 넓은 통신대역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UWB기술을 개발했다. UWB 기술은 초당 15만개 POI(Point of Interest)를 인식하는 등 정밀한 위치 측정이 가능하다.

카메라의 단점인 보행자 인식을 열화상 카메라로 대체하는 3D 열화상 카메라 기술도 개발됐다. 아다스카이의 열화상 카메라 바이퍼는 자동차와 사람, 동물 등이 방출하는 열을 감지해 섭씨 0.05도 차이까지 구분할 수 있다. 라이다가 눈과 비 등 기상조건에 취약하고, 레이더는 단순한 정보를 제공, 카메라는 태양광이나 야간 인식에 약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보안한 것.

이밖에 마그나와 아르브로보틱스는 3D 인식이 가능한 3D 레이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은 여러개의 레이더를 동시에 쏘아서 3D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고정밀 라이다 센서처럼 정밀한 3D 인식은 어렵지만 보행자와 나무, 자전거 등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다. 마그나는 레벨 3~5까지 구현 가능한 3D 레이더인 아이콘 레이더를 내놨다. 아이콘 레이더는 300m 이상의 거리에서도 높이나 깊이, 속도 등 종합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들 제품은 단가가 고정밀 센서보다 저렴하다.

이처럼 하드웨어 업체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거듭, 하드웨어 간소화와 기술 고도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시스템과 관련한 하드웨어 공급업체들은 단가 부문에서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떤 부품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회사의 특성마다 다르다”면서 “하드웨어 업체들은 제품의 수량과 단가, 품질 측면에서 시스템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과정에 놓여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또 “기존 레벨 3까지의 진화한 자율주행 하드웨어는 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높은 매출과 마진을 뽑아냈다”면서 “그러나 레벨4 도입 이후 자율주행 도입은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드웨어 단가를 놓고 경쟁자와 겨뤄야 하는 상황이 온다. 반대로 하드웨어 장착 개수가 줄어들면서 매출 하락에 압박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