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2019년에 들어서면서 자율주행차 경쟁의 가장 큰 핵심은 ‘플랫폼’이다. 자율주행 관련 특허권은 지난 2016년 약 800개가 나올 만큼 극한에 달한 이후 하락세를 보인다. 이미 낼 만한 핵심 특허들은 회사들이 대부분 선점한 것이다. 이 때문에 특허권을 공유하기 위해 최근 제휴 관계가 성립됐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협력으로 노리는 것은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예컨대 휴대폰이 제조업체와 모델, 구성부품 등 하드웨어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로 작동했던 시절이 지금의 자율주행 기술의 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 사용자가 요구하는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소프트웨어가 ‘안드로이드’나 ‘IOS’ 등과 같은 하나의 운영체제 플랫폼이 구성, 하드웨어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어떤 회사가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개발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자율주행차도 휴대폰과 비슷한 행보를 거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윈도우와 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자율주행차로서 소비자 요구사항과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소프트웨어 개발·공유를 위한 플랫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드웨어 플랫폼이 안정화되면서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 바이두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협업해 개발한 아폴로 플랫폼 기반 자율주행차. 자료=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시장 선두주자는 누구인가

중국 IT 기업 바이두는 아폴로라는 개방형 자율주행 플랫폼을 공개했다. 아폴로는 개발자가 자기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인터페이스와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제공한다. 자율주행 기본 소프트웨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자율주행 개발자가 자신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바이두의 아폴로에서 개발했다면, 아폴로와 같은 플랫폼으로 구성된 다른 자동차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즉, 아폴로 플랫폼은 한 회사부터 전체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차의 실도로 주행단계에서는 컴퓨팅 플랫폼이 주목받는다. 제한된 시간 내에 복잡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실시간으로 점검·분석하는 단계의 플랫폼이다. 실제 주행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상용화 여하에 따라 데이터 수집과 기술 개발 정도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앞다퉈 이 분야를 개발하고 있다.

▲ 인텔과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시험 차량. 자료=인텔

인텔은 모빌아이를 인수하고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과 그에 특화된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인텔은 컴퓨팅 플랫폼부터 통신 플랫폼의 엔터테인먼트와 정밀지도 분야 등 다양한 자율주행차 플랫폼에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징이라면 인텔은 자율주행차의 의사 결정이 더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기술 중립적인 수학 모델인 책임민감성안전 모델(Responsibility-Sensitive Safety)을 개발해냈다는 점. 이는 업계와 각국 정부가 자체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용으로 RSS를 채택하고 자율주행차 안전성을 위한 업계 표준의 개발 작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교통부 산하 표준기구인 중국 ITS 얼라이언스(China ITS Alliance)는 RSS를 향후 자율주행차 안전 표준의 기본 골격으로 사용한다는 방안을 승인했다. 발레오(Valeo)는 자체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위해 RSS를 채택하고 업계 표준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두는 아폴로 프로젝트(Project Apollo)에서 RSS의 오픈소스 구현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

인텔은 최근 미국 영화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와 손잡고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개발까지 발을 담갔다. 인텔은 신규 차량 내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 사용량이 증가하면 엔터테인먼트 전체 시장이 2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5G 통신과 연관이 깊다.

마시 밀러 인텔 자동차 전략 마케팅 부문 담당은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자율주행차의 부상은 사람들의 시간 활용 방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하는 전조”라며 “인텔의 자율주행차 엔터테인먼트 기술은 자동차가 어떻게 새로운 종류의 ‘공간’으로 변할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 엔비디아와 ZF가 협업해 만든 'ZF Pro AI' 플랫폼.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병렬 처리 기술을 이용해 자율주행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기술개발 속도를 더욱 키우고 있다. 최신 기술로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토파일럿이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콘티넨털과 ZF가 엔비디아와 제유해 만든 상업용 레벨2+ 자율주행 솔루션이다. 엔비디아는 이 솔루션을 2020년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 인식은 물론 다양한 AI 기능을 제공하는 조종석을 구현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엔비디아 드라이브 오토파일럿을 활용해 성능, 기능 및 도로 안전 측면에서 기존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제품을 한층 능가하는 정교한 자동 운전 기능뿐 아니라, 지능형 조종석 지원, 시각화 기능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퀄컴은 아우디, 포드, 두카티와 셀룰러망 기반 차량대사물(C-V2X, Cellular Vehicle-to-Everything)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V2X는 차량 대 차량(V2V, Vehicle-to-Vehicle), 차량 대 인프라(V2I, Vehicle-to-Infrastructure), 차량 대 보행자(V2P, Vehicle-to-Pedestrian) 간 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V2X 중에서도 C-V2X 기술은 무선랜이 아닌 휴대폰 통신망을 활용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주차장을 통과할 때 요금이 자동 청구되고 교통 상황에 따라 신호 체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보행자와도 연결돼 사고율을 줄일 수 있다. 퀄컴 역시 자율주행차 플랫폼 인프라 보급에 이 기술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와 NXP 등 여러 반도체 기업들이 컴퓨팅 플랫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자율주행차 등의 차량용 반도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2016년 미국의 반도체기업 인터실(Intersil)을 인수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와 지능형 시스템 프로세서 업체 칼레이(Kalray)는 ‘안전한 자율주행용 플랫폼’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NXP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칼레이의 고성능 지능형 프로세서를 통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성능과 안전 향상에 초점을 맞춘 신규 단기 시장 수요뿐 아니라, 레벨4·레벨5 등 장기적인 수요까지 대응하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 LG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는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AI 자율주행 SW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과 크리스 카포셀라 MS 최고 마케팅 책임자. 사진=LG전자

국내 반도체 기업은 LG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를 활용해 개발한다. LG는 차세대 주력사업인 자율주행차 부품·인포테인먼트 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개발 행보에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유럽특허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자율주행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624건으로 전체 1위다. 삼성의 뒤를 이어 인텔(590건)과 퀄컴(361건), LG전자(348건) 순이다. 자동차업체인 일본 토요타(338건), 스웨덴 볼보(209건), 독일 아우디(142건)의 특허를 합친 숫자와 비슷하다.

특허는 시장의 어떤 제품 출현보다 먼저 제시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특허 정보는 기술이 지향하는 방향과 어떤 기업과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이기 때문에, 삼성이 향후 자율주행 관련 부분에서 높은 시장 선점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데이터다.

다만 글로벌 규모로 보면 조금 다르다. 토요타가 682개로 가장 압도적인 특허 건수를 자랑하지만, 특허의 실질적인 가치와 경쟁력을 평가하여 포인트로 환산하면 구글 웨이모가 2815포인트로 압도적인 1위다. 이와 더불어 구글은 토요타, 포드, GM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자율주행 특허를 가진 브랜드로 기록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보쉬가 2010년부터 2017년 누적 기준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우디(516건)와 콘티넨털(439건), 포드(402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지금이 기회인가? 통신·지도 플랫폼

글로벌 유수 기업이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물론 다양한 지역에서 시험운행을 하고 있지만, 차량 센서와 알고리즘으로 자율주행 환경을 인지하는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이는 무선 통신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보강해 기술력을 견고히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중앙원격조정 같은 기술도 필요하다.

이런 기능을 위해서는 자동차 환경에 맞도록 개발된 차세대 통신 기술인 웨이브(WAVE)나 5G와 같은 첨단 무선 통신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무선 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량 간, 차량과 인프라 간, 그리고 차량과 클라우드 간 자율주행을 위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자율주행을 위한 무선통신은 대용량 센서 정보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물론 초고속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신뢰성 보장 등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자율주행에서 5G가 떠오르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5G는 초고속과 초저지연, 초연결이 특징이다. 150㎞로 달리는 차에 정지 명령을 내리면 롱텀에볼루션(LTE)은 1m, 5G는 8㎝ 후 브레이크를 밟는다. 대용량의 영화와 드라마, 쇼프로그램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기에 안성맞춤이다.

▲ SK텔레콤 자율주행 테스트 자동차. 사진=SK텔레콤

국내 업체 중 자율주행차 통신분야는 SK텔레콤의 기술력이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단일광자 레이다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SK텔레콤이 지난해 2월 인수한 스위스 기업 IDQ의 양자 센싱 기술이 적용돼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사물로 인식할 정도로 민감하다. 아주 미약한 빛도 감지할 수 있고, 차량에서 300m 이상 떨어진 장거리 사물도 탐지할 수 있다. 특히 레이다가 탑재된 차량은 고화질 카메라와 센서로 교통신호등과 주변의 다른 자동차, 보행자, 사물들을 인지한다. 이렇게 인지한 정보들은 5G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서버에 전달돼 5G 통신 플랫폼을 지닌 자동차들과 교류한다. SK텔레콤은 5G를 이용한 자율주행차 실내 엔터테인먼트 개발에도 착수한다.

▲아우디 자회사 AEV가 만든 스타트업 '홀로라이드'의 차량 내 증강현실 시현 예시. 자료=아우디

아우디와 디즈니는 ‘아우디 익스피리언스 라이드(Audi Experience Ride)’라는 자율주행 엔터테인먼트 콘셉트를 최근 공개했다. 자동차를 모바일 놀이 공원으로 만들어 뒷좌석 탑승자들이 가상현실 안경을 통해 영화, 비디오 게임, 양방향 콘텐츠를 더욱 더 실감나게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 하현회 부회장은 최근 임원들을 인솔하고 CES 2019를 방문했다. 하 부회장은 CES 2019에서 LG 부스를 방문한 뒤 곧장 찾은 곳이 인텔인 만큼 LG유플러스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ACE Lab)과 서울 고속화도로에서 5G망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실증에 성공했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ICT업체 인텔 부스에 방문해 관람을 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KT는 자율주행 원격관제 시스템 ‘5G 리모트콕핏’을 개발했다. 5G 리모트콕핏은 5G-V2X 통신을 통해 차량 및 도로 인프라를 원격 관제하는 시스템으로 도로 위에서 발생한 사고원인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주행 중인 차량 내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격제어를 통한 관제센터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전송받고 공유하는 자율주행차 전용 정밀지도도 필수다. 정밀 지도는 인지 시스템을 보완하는 핵심 요소로 자율주행차의 목적지까지 이동을 판단하고 제어하는 데에 사용한다. 정밀지도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여러 차량의 인지 정보를 공유한다면 사고 구간이나 차량흐름 등 다양한 교통 정보를 유지하여 최적의 경로를 알아낼 수 있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이나, 소비자가 카카오택시와 같은 콜택시 서비스 이용하기만 해도 지도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톰톰의 고해상지도 데이터 인식 모습. 사진=톰톰

일본 부품 업체 덴소도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전문 업체 톰톰과 함께 자율주행 정밀지도 기술력을 뽐냈다. 톰톰의 고화질(HD) 지도가 덴소의 차량용 센서와 결합하면서 완벽 자율주행을 위한 시스템 현지화, 인식 및 경로 계획 기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양사가 개발 추진하고 있는 ‘엔드 투 매핑(End to Maping)’ 기능은 자율주행 2레벨 자동화 단계에 적합한 자율주행지도를 제공한다. 이외에 독일의 히어, 일본의 젠린, 한국의 엠엔소프트 등 초정밀지도 관련 기업들이 자율주행 지도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과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정밀지도 분야는 국가에 따른 지도 공급과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문제다. 정밀지도를 구축하려면 고가의 측량장비를 갖춘 여러 자동차가 도로 곳곳을 일일이 탐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단순 측량정보이기 때문에 특수 소프트웨어나 수작업으로 후처리를 해야 한다. 기존 항공 측량 기반 지도 구축 작업보다 시간과 돈이 배로 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율주행 차량 내 환경 인지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도심 음영지역에서 끊김 없는 측위를 가능케 하는 ‘하이브리드 고정밀 지도(Hybrid HD Map)’ 기술을 고안해냈다. 이는 HD 항공사진과 모바일 매핑 시스템(R1)이 탑재된 차량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해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HD맵을 구축한 것이다. 네이버는 자동차로 대표되는 실외 자율주행에도 자신감을 보이지만, ‘실내’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인다. 실내 길 찾기는 지도 서비스를 개발·운영해온 네이버의 전공 분야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자율주행 플랫폼 분야에서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경쟁과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다만 어떤 기업이 강력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내놓고 시장에서 선전할지는 미지수다.

홍성수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하나의 강력한 플랫폼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면서 “만약 하나의 플랫폼이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 플랫폼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장 생태계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