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사는 2011년 삼양홀딩스에서 인적분할되어 설립되었다. 제당 및 화학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삼양홀딩스가 지분 61.98%를 보유하고 있다. 출처=삼양사

[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삼양사가 2년만에 공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우수한 유동성과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유사시 계열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점과 원재료 가격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은 주목할 사항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AA-, 안정적)는 오는 10일 총 15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는 5년물(1000억원), 7년물(500억원)이다. 금리밴드는 민평사 수익률 산술평균의 –20~+20bp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한다.

조달자금은 외화 단기차입금 상환 및 외화 매입채무 지급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산스(Usance) 등 단기차입금 6679만 4517달러(한화 약 750억)를 오는 7월까지 상환한다. 같은 기간 7741만 달러(한화 약 869억)의 매입채무도 지불할 계획이다. 

삼양사의 채권시장 노크는 2년 만이다. 지난 2017년 5년물 회사채 1400억원을 발행했다. 2014년에는 5년물 500억원을 발행했다. 차입구조 장기화를 위해 단기차입금 상환에 이용됐다. 2014년 발행 채권 만기는 올해 12월이다.

신용등급과 외부 환경 등을 고려하면 무난한 성공이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완화 기대감이 상승하는 반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변동성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재무구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삼양사의 현금유동성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보유중인 현금성자산이 단기차입금 규모를 상회한다. 게다가 현금창출력도 우수하다. 향후 예정된 지분투자 및 자본적지출(CAPEX) 투자도 감내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삼양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김한 회장이 이끄는 JB금융지주 지분 추가 취득에 406억원을, 아셉틱(페트(PET)병에 음료수 등 내용물 충전하는 기술) 라인증설 소요비로 552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양사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710억원이다. 이 중 단기성 차입금은 전체 25.2%인 1438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삼양사가 보유중인 현금성자산은 2167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370억원이다. 순차입금 대비 1.8배다.

▲ 삼양사 주요 현금흐름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현금 창출 기반도 대체로 견실하다.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매출의 58.2%가 제당, 제분, 전분당, 유지 등을 제조하는 소재식품 사업이다. 나머지는 화학 사업이다. 

소재식품은 사실상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성은 적지만 대신 경쟁자도 적어 사업변동성이 적다. 실제로 식품군 매출액은 2016년 합병한 삼양제넥스 인수합병 효과를 제거하면 대체로 7000억원 내외를 기록중이다. 영업이익도 300억원 전후를 오간다.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중에, 삼양사도 우수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등 3개사가 점유한 제당시장 점유율 32%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 등 4개사가 점유 중인 전분당시장 점유율 28%, 대한제분 등 8개사가 점유 중인 제분시장에서 1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화학사업도 안정적이다. PC컴파운드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이온수지, 페트(PET)병 등이 주요 레퍼토리다. 2015년 효성에서 분할된 국내 최대 PET 사업부를 합병해 선두 시장지위를 확보했다. PET 시장점유율은 38%를 유지하고 있다. PC컴파운드 점유율은 26%, 이온수지 부문 점유율은 30%다. 매출액은 지난해 924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대비 18% 상승한 수치다. 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다.

줄 수는 있지만, 받기는 어려운 ‘가장(家長)’

다만, 유사시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매출 및 자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계열 내 최대 주력사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계열사 지원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즉, 줄 수는 있지만, 받기는 어려운 가장(家長)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책정 시에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배제했다.

실제로 최근 계열사와 흡수합병이 잦았다. 그 영향으로 차입금 규모도 들쑥날쑥했다. 2015년 종속회사 삼양패키징의 아셉시스글로벌 흡수합병으로 차입금 2528억원이 증가했다. 2016년에는 삼양제넥스 흡수합병 및 산업자재부문 영업양수 등으로 순차입금 2300억원이 감소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차입금이 다시 늘었다. JB금융지주 지분을 772억원에 취득했고, 샴푸, 화장품 등 생활용품 원재료를 생산하는 화학전문기업 KCI를 709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 삼양사 차입금 관련 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계열사 보증 부담도 있다.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삼양이노켐에 대한 1820억원 지급보증을 포함해 총 2083억원의 보증을 제공 중이다. 단, 삼양이노켐의 경우 삼양홀딩스, 삼양바이오팜과 연대약정 체결 중이다.

언제고 두려운 ‘신의 아들(El Niño)’

식품부문 매출의 경우 국제 곡물 수급변동에 의한 수입 변동성이 있다. 매출 대비 원재료 구매액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17년 원재료 구매 비용은 식품 부문 매출액의 35% 내외인 4347억원이었다.

실제로 제당사업은 2017년 원당(raw sugar) 가격 폭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184억을 기록했다. 식품 부문 수익 감소로 전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약 40% 감소한 889억에 그쳤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원당의 2016년 하반기~2017년 상반기 톤(t)당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한 418.6달러를 기록했다. 엘니뇨(El Niño, 남미부근 해면의 수온이 평균보다 높아지는 현상. ‘신의 아들’이라는 뜻)와 라니냐(La Niña,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균보다 낮아지는 현상) 영향으로 최대 사탕수수 산지인 브라질에 때 아닌 서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 태국 등 주요 사탕수수 생산국 수확이 감소한 영향도 있다.

투기자본 개입 영향도 있다. 제당사업 등은 원재료 매입과 생산 사이에 통상 3~6개월의 시차가 있다.

▲ 원당 가격(선물) 추이 및 삼양사 식품군 이익과 영업이익. 출처=식품산업통계정보, 한국기업평가

다만 식품부문 영업실적은 대체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하반기부터 원당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 원당 가격은 톤(t)당 296.8달러였다. 다만 원당 외의 주요사업 원재료인 소맥, 옥수수 등 기타 원재료 가격은 같은 기간 소폭 상승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2017년 적자를 기록했던 제당사업이 지난해부터 채산성을 회복하고 있어 전체적인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라며 “수익성 기선에 기반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운전자본 및 자본적지출 부담을 상당부분 자체적으로 충당하면서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확대된 수익기반과 식품사업에서의 실적회복 추세를 감안할 때 수익력 대비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라며 “다만 향후에도 국제 곡물의 수급변동에 따른 원재료 가격 변화와 화학제품의 글로벌 수급 등 대외변수 변화는 동사 손익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원재료 관련 리스크 전담팀이 있어 가격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매시기 포함 제반 리스크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