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이 지난해 2011년 이후 7년 만에 세계 선박 수주에서 1위에 오르면서 조선 강국의 위용을 되찾았다. LNG운반선 수주에서 두각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과 컨테이너선 등에서 약진한 결과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에도 LNG선을 필두로 선박 수주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현대중공업 LNG운반선. 출처=현대중공업

7년만에 수주 왕좌 탈환

9일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누계 수주량에서 12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점유해 2위 중국의 915만CGT를 따돌리면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연간 선박 수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로 따지면 한국이 44.2%, 중국이 32%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중국이 1위, 한국이 2위 자리를 줄곧 유지했다.

작년 누계 발주량은 2800만CGT를 돌파하면서 극심한 수주 가뭄이었던 2016년 누계 발주량 1340만CGT의 2배 이상 발주량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계 선박 발주량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1340만CGT, 2017년 2813만CGT, 2018년 2860만CGT로 증가 추이다.

작년 12월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7952만CGT를 나타냈고, 국가별 수주 잔량은 중국이 2914만CGT(36.6%), 한국이 2088만CGT(26.3%), 일본이 1391만CGT(17.5%)를 기록했다. 배의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작년 12월 전달인 11월과 동일한 130포인트를 기록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보면 컨테이너선(2만~2만2000 TEU)은 1억 4900만달러로 11월보다 50만달러 상승했고, LNG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가격은 11월과 동일하게 각각 1억 8200만달러, 9250만달러를 기록했다.

 

조선 3사 올해 사업방향은?

작년 선박 수주 세계 1위를 탈환한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도 수주에 매진할 계획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수주에 집중하면서 타 선박 수주에도 신경을 쓸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슬로건을 ‘다시 일어나 세계 제일 조선해양!’으로 정하면서 매출액 8조 5815억원, 수주액 117억달러(13조 1367억원)를 목표로 잡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안전 최우선, 혁신적인 원가 절감, 기술과 품질 강화, 소통과 화합을 세부 추진 목표로 제시했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시행을 앞두고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LNG연료 추진선과 가스 엔진 등 친환경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장은 이어 “차세대 스마트십, 엔진 스마트 솔루션 등 첨단 ICT융합 제품의 성능을 더 강화하고 혁신적 신기술 개발로 시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LNG선 관련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LNG선 최강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9 새로운 도약, 중공업 부활의 원년’을 캐치프레이즈로 정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어느 누구와도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원가경쟁력 확보와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제조원가 경쟁력 제고, 스마트선박 및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올해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BP 매드독 FPU, ENI코랄 FLNG등 해양 프로젝트의 납기와 목표 원가를 기필코 준수하자”면서 “해양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도 신년사를 통해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강조했다. 정 사장은 “관행 타파를 통한 관리 혁신,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생산 혁신, 시장 선도를 위한 기술혁신,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안전과 윤리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엄격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 LNG운반선 운임 추이. 출처=클락슨, SK증권

올해 조선업 전망은?

올해 한국 조선산업은 LNG선 수주에서 작년처럼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LNG수요가 늘어나고, LNG운반선 운임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LNG운반선의 운임이 높아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LNG운반선 덕분에 국가별 수주잔고를 보면 한국 조선사만 지난해 CGT 기준으로 27%의 점유율을 보여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SK증권에 따르면 1월 4일 기준 LNG 캐리어 스팟 운임은 1일 8만5000달러 수준을 보이면서 2년전인 2017년 1월의 하루 5만달러보다 70%가량 높게 나타났다. 유승우 연구원은 “하루 8만 5000달러의 운임 수준은 LNG 운반선 발주 지속을 기대할만한 여건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중국이 제작한 LNG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선주들 사이에서 중국 조선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데 후동중화조선이 건조한 LNG선 글래드스톤호가 시운전 2년만에 폐선 결정이 났다”면서 “북유럽해상보험협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건조된 4426척 선박에 대한 보험금 청구 비율에서도 중국 조선소 비율이 89%로 압도적 비율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사들에 대한 세계 주요 선주들의 불신은 기술력에서 앞서는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 향상에 더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NG선을 제조하는 일본과 중국의 조선사들보다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더 높다”면서 “구체적으로는 일본은 대기업보다는 중견업체들이 제조를 해 안정적으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중국은 품질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LNG선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이어 “LNG선가가 타 선박보다 가격 상승폭이 적었는데 올해는 가격측면에서도 보다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