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경남은행의 높은 ‘지역밀착도’와 ‘고객충성도’는 안정적 영업 기반 확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영업활동에 실(失)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면서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업 집중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다.

▲ 출처=경남은행

1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최근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A+(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주요 평가 요인으로 경남·울산 지역에서의 견고한 영업기반과 차별적인 시장지위를 가진 점을 꼽았다. 한편, 지역경기 침체에 따른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은행은 경남·울산 지역을 주 영업기반으로 둔 지방은행이다. 2014년 10월 BNK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2015년 6월에는 잔여지분에 대한 주식교환을 통해 BNK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BNK금융그룹에 편입된 후 수익성이 개선돼, 총자산이익률(ROA)는 2015년부터 0.6% 유지하고 있다. 자산규모도 꾸준히 늘어 2018년 9월 기준 38조359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BIS 비율은 16.6%로 우수한 자산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 경남은행 수익성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영업지역 내 점유율이 25%, 충성도 높아

한기평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경남·울산지역 내 여·수신 점유율이 25%에 이른다. 견고한 영업기반을 구축하고 있을뿐더러, 시중은행의 대형화와 지역시장에 대한 영업 강화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높은 지역밀착도와 고객충성도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9월 시중은행 6개와 지방은행 6개를 기준으로 집계한 총여신 중 경남은행의 점유율은 2.6%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2.6~2.7%를 유지하고 있다. 비용효율성도 일반은행보다 우수하다. 경남은행의 영업순수익대비 영업경비 비율은 44.4%로 일반은행 평균 48.2%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기평은 핵심 영업지역 내 차별화된 프랜차이즈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유동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 9월 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26.4%로 최저규제기준 100%를 웃돌고 있어, 평잔 기준 예수금조달 비중이 일반은행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 경남은행의 프랜차이즈 및 수익구조. 출처=한국기업평가

경남·울산 경기 침체, 경남은행 직격탄으로

높은 지역밀착도와 고객충성도 덕분에 우수한 재무구조를 나타내고 있으나, 지역경기가 침체되는 데 따라 높은 지역밀착도와 고객충성도가 자산건전성 저하 부담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경남은행의 주 영업기반인 경남·울산 지역은 조선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철강과 자동차 제조업 비중도 높은 편이다. 한편, 조선업 구조조정과 미중무역전쟁 등에 따른 수출환경 저하로 지역경기에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작년 말 나이스신용평가가 31개 산업을 대상으로 재무적 성과에 따른 산업위험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업은 종합평점 68.2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수익성 61.8, 재무구조 49.9, 현금흐름 82.9, 규모 78.1이다. 1위를 차지한 타이어는 수익성 99.9, 재무구조 99.2, 현금흐름 99.7, 규모 100인데 비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조선업의 재무구조는 30위인 해상운송의 재무구조 77.8 보다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 최근 5개년 산업별 EBITDA금융비용(배)을 나타낸 그래프에서 조선업만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경남은행의 2018 년 9월 말 총여신 대비 위험업종여신의 비중은 14.0%로 집계됐다. 일반은행 평균 5.7%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남은행의 위험업종여신은 조선 3.4%, 해운 0.1%, 철강 2.7%, 건설 2.3%, 부동산 PF 5.6%로 구성돼 있다.

특히 조선업 비중은 12 개 일반은행 중 가장 높으며, 건설업과 부동산 PF 여신의 규모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기계장비와 자동차제조업 여신 비중도 7.6%, 5.4%로 타 지방은행 대비 높은 수준이다.

조선업 의존도가 높은 경남은행은 조선기자재업체 관련 거액의 부실채권 발생으로 2018년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3%까지 상승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경남은행의 부실채권은 3092억원으로 전년동기 2643억원보다 1259억원 증가했다. 3분기 중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1%미만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1.9%로 2017년 이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남은행의 특정지역에 집중된 영업기반으로 위험 분산이 미흡해, 지역경기 침체에 따른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게다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인해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도 지속할 전망이다.

김경무 한기평 평가전문위원은 “조선업 구조조정, 글로벌 통상마찰에 따른 수출환경 저하를 고려할 때 지역경기에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핵심 영업지역인 경남·울산 지역에서의 높은 여·수신 점유율을 고려할 때 지역경제와 금융시스템상 중요도가 높아 유사시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