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편의점 미니스톱의 매각에 대한 인수 희망업체들의 본 입찰이 시작된 날은 지난해 11월 20일이다. 매각 우선협상 업체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코리아세븐)가 거론됐고 업계에서는 매각 주관사인 일본 이온그룹의 최종 결정만 남아 늦어도 2018년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본 입찰이 시작된 후 정확히 51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미니스톱의 새로운 주인은 결정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유찰의 가능성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미니스톱의 매각 협상은 왜 결론이 나지 않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3가지의 근거들을 짚어봤다. 

지지부진한 매각의 첫 번째 이유로는 이온그룹이 롯데의 인수제안 금액보다 더 높은 매각 희망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다.   

미니스톱 인수 본입찰에는 롯데 코리아세븐과 신세계 이마트24 그리고 사모펀드인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 등 3개 업체가 참여했다. 현재까지 미디어에 알려진 것에 따르면 이들 중 가장 높은 입찰희망가격을 제안한 곳은 롯데이며 롯데는 시장에서 평가한 미니스톱의 가치인 2500억원~3000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4000억원이상의 인수가격을 제시했다. 

최대 인수 금액을 받기 위해 이온그룹과 노무라증권이 이번 입찰을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 경쟁을 붙이는 경매식 입찰)’ 방식으로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결론은 훨씬 빨리 났어야 한다. 매각의 주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격’ 부분에서 의견의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매각가격 의견 불일치 문제는 미니스톱 매각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가장 유력한 이유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일본 이온그룹이 롯데(세븐일레븐)에게 자사 브랜드를 넘기는 것을 망설이고 있을 가능성이다. 일본 유통업계의 양대 산맥은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이온그룹 그리고 일본의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앤아이홀딩스(Seven & I Holdings)다. 두 기업은 일본의 소매유통 사업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높은 가격을 최우선으로 하는 매각이라도 경쟁 기업과 관련된 브랜드에게 자신들의 점포를 넘기는 것에 대해 이온그룹 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을 수 있다. 물론 한국 세븐일레븐의 운영 주체는 롯데이고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와 거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는 약간의 정황상 추측이 들어가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롯데가 인수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점점 신규출점 점포 수가 떨어지면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상황을 감안하면 미니스톱 인수는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그러나 4000억원 혹은 이상이라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이 필요하지만 현재 편의점 업계 전반의 불황을 감안하면 미니스톱으로 매장을 늘린다고 해서 수익성 개선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CU, GS25, 이마트24 등 경쟁업체들이 가맹점주의 이익 추구를 위해 본사의 이익을 줄여가면서 내놓는 가맹계약 혁신안은 브랜드 인수에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세븐일레븐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감이 될 수도 있다. 

또 특정 산업 영역에서 상위 3개 사업자 시장점유율(매출액·점포수)의 합이 75%를 넘어가는 것을 제한하는 공정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있어 우선 협상자가 된다고 해도 미니스톱을 흡수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 역시 롯데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미니스톱 매각 협상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출처= 신세계

이에 대해 업계는 미니스톱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 그리고 롯데가 아닌 다른 기업에게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미니스톱 인수전에 대해 미디어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많았지만 사실 그들 중 이온그룹이나 노무라 증권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거나 사실여부를 확인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진 각 기업의 입찰 제안 금액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결론은 우리가 그간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온그룹에서 한국 미니스톱 매각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매각에 대한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