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B국민은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핀테크 중심의 새로운 ICT 융복합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거대 은행이 시대의 흐름을 확실하게 쫒아가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모습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티맥스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티맥스 논란 새국면...커지는 밀월 의혹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12월18일 기자회견을 열어 KB국민은행의 차세대 더 케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밀월 의혹을 제기했다.

더 케이 프로젝트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야심작이다. 비대면 채널 구축, 통합인증시스템 구축,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정보보호 체계 업그레이드 등 14개 부문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까지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허 은행장 부임 전부터 추진되고 있었으나, KB국민은행의 미래 플랫폼 동력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티맥스에 따르면 지난 10월17일 SK C&C는 KB국민은행으로부터 ‘더 케이 프로젝트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 비대면 재구축’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SK C&C가 복수 제안한 인프라 소프트웨어는 1안 기준 미들웨어는 티맥스의 제우스, DBMS 솔루션은 티맥스 티베로, 한국IBM DB2다. 2안 기준은 한국오라클의 미들웨어 웹로직과 오라클 DBMS다.

문제는 SK C&C가 제안하지 않은 제품인 한국IBM의 미들웨어 웹스피어가 추가 검토되며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복수 벤더의 제품 고려를 감안해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던 웹스피어가 등장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이 외산 IT 기업에게 무작정 유리한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검토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산 IT 기업은 한국IBM이다.

티맥스의 다양한 주장이 나온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KB국민은행과 한국IBM의 밀월설이다. 김 대표는 “KB국민은행과 한국IBM이 밀월관계라는 단정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하지 않겠다”면서도 “KB국민은행의 IT를 총괄하는 대표 일행이 한국IBM 담당 임원과 해외 출장을 가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한국IBM 대표 셜리 위 추이 메일 사건과 오버랩된다. 당시 사건은 2014년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가 이건호 KB국민은행 행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정성 시비가 벌어졌던 사례다.

KB국민은행은 반박했다. 특히 밀월설을 두고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한국 IBM과 동반 해외 출장을 가지 않았다"면서 "KB국민은행 IT그룹 임직원은 자체 일정으로 12월6일 인도 구르가온 지점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티맥스는 재차 반박했다. 티맥스는 논란이 되는 해외 동반 출장에 대해 "티맥스가 KB국민은행과 한국IBM의 모든 해외출장 일정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서 밝혔듯이 KB국민은행은 인도 구르가온 지점 개설을 점검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으며, 이 과정에서 IBM R&D 혁신센터를 방문한 사실을 인정했다. 해외출장 일정에 IBM 센터를 방문했다면 동반 해외 출장으로 충분히 의심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한국IBM은 불똥이 튀지 않도록 경계하는 선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화진 한국IBM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티맥스와 KB국민은행 사이에서 벌어진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지점에서 최근 <전자신문>이 KB국민은행의 당시 국외출장 일정을 확보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과 한국IBM의 동반 해외 출장 일정이 세 차례 있었다는 증거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이번 논란과 당시 출장은 상관이 없다는 점을 고수하며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티맥스 논란은 명확한 사실여부가 판가름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석연치 않은 장면이 많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대가 고도의 투명함을 요구하고 있으나, KB국민은행은 그 정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대하고 보수적인 조직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 장화진 한국IBM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노조의 파업...씁쓸함 남겼다

티맥스 논란이 KB국민은행의 시대적 불협화음을 보여준다면, 최근 벌어진 노동조합의 파업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는 지적이다. 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두고는 현 상황에서 명확한 가치판단을 할 수 없지만, 최소한 노조의 파업 타이밍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일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으나 ‘원하는 것을 얻었느냐’를 두고는 이견이 갈린다. 무엇보다 은행 파업으로 고객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은 대목이 뼈 아프다. KB국민은행이 본점 인력을 긴급 투입하는 한편 411곳의 거점 점포를 운영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모바일 뱅킹 등의 활성화로 노조의 파업 파괴력이 반감됐다는 것은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입출금 거래에 있어 고객들의 46.2%가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고 있다. ATM 등은 35.4%인 가운데 텔레뱅킹은 8.9%를 기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면거래는 9.5%에 불과하다. KB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으나, 오히려 이번 파업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이는 KB국민은행은 물론, 최근 ICT 기술로 급격하게 무인화 기술이 확산되고 있는 모든 산업군에 해당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