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이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만났다. 합작회사를 1분기 내 설립할 예정이며 양사는 각각 165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연초부터 SK텔레콤의 미디어 공략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박정호 SKT 사장과 크리스토퍼 리플리(Christopher S. Ripley) 싱클레어 방송 그룹 CEO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SKT

SK텔레콤의 미디어 사랑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초부터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하면서 ICT 플랫폼에 미디어 전략을 연결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5G 등 핵심 네트워크 경쟁력을 기반으로 삼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주요 타깃 중 미디어를 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CJ헬로비전 인수에 실패했으나, 최근 미디어를 중심에 둔 사업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상파의 OTT 푹과 결합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3일 한국방송회관에서 통합 OTT 서비스 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는 각오를 보였다.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 플랫폼의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로 옥수수는 넷플릭스 등 외부 플랫폼에 대항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지만, 명확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 콘텐츠의 다양성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부 시너지만으로는 영역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 푹의 손을 잡은 이유다.

지상파도 좋은 선택이다. 푹은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구축됐으나 지금까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시장의 OTT 사업자와 연계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일부 구사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상파 콘텐츠의 저력이 여전하다는 전제로, 푹은 SK텔레콤과 연결해 옥수수와 시너지를 노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에는 미국 지상파와의 동맹 소식도 알려졌다. SK텔레콤이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만나 탄생시킨 합작회사는 미국 방송 업계의 대전환기를 맞아 차세대 방송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각오다. 미국 방송 업계는 2018년 차세대 방송 표준 ATSC 3.0을 제정하고 기존 ATSC 1.0 대비 한층 진화한 방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두 회사는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방송국에 선제적으로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ATSC 3.0 방송 솔루션이 상용화 되면, 개인 맞춤형 광고, 차량 내 지상파 방송 및 맵 업데이트 등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한다. 미디어 영역에서 다양한 전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전략적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의 토종 미디어 기술이 미국 시청자들의 안방까지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 주도로 국내 방송사와 ATSC 3.0 방송 솔루션을 상용화한 경험이 있는 중소 미디어 업체들도 해외 사업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박정호 사장은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며, “5G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외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SKT와 푹이 만났다. 출처=SKT

최태원 회장의 든든한 지원...SKT 훨훨?
SK텔레콤은 최근 보안부터 사물인터넷, 5G 상용화, 모빌리티 등 다양한 ICT 플랫폼 전략을 동시다발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활동하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SK의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전 당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도시바 인수전 당시에도 실무자의 역할을 수행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재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 번 사람을 신임하면 끝까지 믿음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그룹 전반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 전체 ICT 플랫폼 전략을 책임질 핵심 인사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