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일 나란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43조 5100억원, 영업이익 58조 8900억원이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5조7705억원, 영업이익 753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 61조3399억원의 매출과 2조702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가 문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해 연간 실적은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239조5800억원 대비 1.64%, 영업이익은 전년의 53조 6500억원 대비 9.77% 증가했으며 LG전자 지난해 연간 매출은 2년 연속 60조 원을 상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65조9800억원 대비 10.5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15조1500억원 대비 28.71%나 떨어졌다. LG전자도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9.5%나 떨어졌다. 전기 대비로 봐도 영업이익은 89.9% 급감했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전체 실적은 나쁘지 않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며 급격한 성장 동력 상실과 마주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하락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업황악화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 가능성이 제기되며 수요가 크게 떨어진 것이 문제다. 서버용을 중심으로 일부 실적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만 낸드플래시는 가격 하락폭이 삼각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메모리 반도체 수요공급 조절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파운드리와 모바일AP 등의 플랜B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도 문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역성장을 시작한 가운데 갤럭시 신화는 크게 주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IM부문의 영업이익이 2016년 3분기 이후 9분기 만에 2조원 아래로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으나 계절 비수기의 영향으로 하반기에 급격한 동력 상실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도통 살아나지 않는 MC사업본부의 부진이 결정타를 날렸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현재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황정환 부사장이 콘트롤타워에서 물러나는 한편 HE사업본부장인 권봉석 본부장(사장)이 지휘하고 있다.

"더 나빠질 것"...반전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올해 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뚜렷한 반등요인이 보이지 않는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에 돌입하며 일종의 시장 과도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가전도 당분간 '특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해질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자업계의 '겨울'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상황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악화는 올해 하반기 수요와 공급이 살아나며 일부 회생 분위기가 감지되는 한편, 시장의 과열이 진정되며 빠르게 본 궤도를 찾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와 모바일AP 등 메모리 반도체 외 전략이 살아나면 충분히 활로가 열린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3일과 4일 연이어 5G 네트워크 장비와 반도체 현장을 찾으며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 로드맵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19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공지능을 중심에 둔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장면도 중요하다. TV를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기기 전반에 각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스며들고 있으며, 이를 초연결 생태계로 풀어갈 경우 생활가전까지 아우르는 대단위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당장의 성과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시너지 전략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