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총재의 갑작스러운 사임 표명

김용(59) 세계은행 총재가 2019년 2월 1일부로 사임한다. 김 총재의 임기 만료는 3년 뒤인 2022년. 신년벽두, 돌연한 사임 표명으로, 그 배경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김 총재는 성명을 내고 “극빈 퇴치라는 사명에 헌신하는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이런 놀라운 기관의 총재로 일할 수 있어 대단한 영광이었다.”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와 AFP통신은 “김 총재의 결정은 자의로 내린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밀려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김 총재의 사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세계은행 총재 선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 총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12년과 2016년에 총재로 선출됐다. 김 총재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석탄 전력 투자액을 크게 줄이는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물론 김 총재가 트럼프 행정부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적은 없다. 통신은 김 총재가 세계은행 내부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구성하면서 기관 내부 인사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총재의 공석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채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가리아 출신 환경경제학자로 유럽연합(EU)에서 원조와 구호담당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게오르기에바 CEO의 활동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은행 총재는 최대 지분을 보유한 미국 행정부가 선택한 미국인이 역임하기 때문이다.

 

진시황제의 분서갱유

중국 최초의 중앙 집권적 통일제국 진나라를 세운 시황제. 강력한 부국강병책을 추진해서 중국대륙의 군소 국가들을 모두 통일하고, 자신의 공업을 상고 황금시대의 신화적 성군 삼황오제의 업적과 견줄 만하다고 자부하며 ‘황제(皇帝)’라는 새로운 칭호를 제정, 자칭했다. 실제로 진시황제는 문무 관료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서 전국 말의 혼란을 종식시켰고, 6국을 각개격파해서 전대미문의 천하통일을 달성한 명군이다.

“중국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라는 질문에, 마오쩌뚱과 함께 항상 1, 2위를 다투는 진시황제. 그만큼 진시황제는 중국 역사에 강력한 인상을 심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중국은 물론, 아시아 열국의 지도자 모델로 강력하게 각인되었다.

거대 규모의 중앙 집권을 추진하기 위해서, 진시황제는 36군과 1,400여 개 현을 편성했고, 군태수와 현령을 직접 파견했다. 또 문자, 화폐, 도로, 도량형을 통일했고, 이민족 침입을 막기 위해 기왕의 북부 장성과 연결해서 만리장성을 신축했다. 또 황제의 위엄과 권위를 만방에 과시하기 위해 여산릉과 아방궁 등의 건축물을 축조했다.

이러한 진시황제의 통치 과정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실이 분서갱유이다. 진나라의 재상 이사가 주장한 탄압책으로, 실용서를 제외한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사건이다. 상앙과 한비자 등의 법가를 통치 이념으로 채택한 진시황제는 우민 정책과 법에 의한 획일적인 통제를 위해, 법치 노선을 비판할 수 있는 일체의 학문과 사상을 배격했다. 특히 선왕 도를 내세워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유가를 적대시해서, 강력히 배척했다. 이로 인해, 진나라 이외의 모든 책은 불태웠고,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있던 유생 460여 명을 체포해서 구덩이에 산채로 매장하는 형을 내렸다.

 

미국의 지배이데올로기 포스트모더니즘

1960년대에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을 단순한 문화운동으로 간주하는 것은 세계사에 대한 오해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미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미국의 세계 지배이데올로기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부터, 학생운동, 여성운동, 흑인민권운동, 제3세계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전개된 혁신사고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본 정신은 해체(Deconstruction)와 후기구조주의 사상이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복잡한 설명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반 영국, 반 독일주의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계몽주의에서서 시작한 이성중심의 근대(modern)은 결국 영국과 독일 철학자들의 산물이었고, 이러한 철학은 제국주의와 2차례의 세계대전을 출산했다.

진화론(進化論)에서 출발한 영국 근대화, 사신론(死神論)을 통해, 중세의 유일신관과 기독철학, 학문을 격파했다. 진화론은 제국주의 정치론, 고전주의 경제학, 인구론, 유전론 등으로 발전했고, 사신론은 사회주의 정치론, 공산주의 경제학, 심리학, 우열론 등으로 분화되었다. 진화론과 사신론은 유럽을 제패한 영독모더니즘 정신의 근간이다.

프랑스는 영국과 독일의 근대정신에 대한 회의를 가졌고, 이 회의는 미국으로 확대되어 포스트모더니즘을 구현했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급격하게 성장발전해서, 미국의 세계 지배이데올로기로 발전했다. 그리고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영국과 독일이 구축한 모더니즘을 극복하는 이데올로기로 도약했다.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절대이념을 거부한다. 따라서 탈이념 정치론, 산업사회 경제론, 정보화시대, 과학기술산업문화를 지향하며, 전체주의와 사회주의 해체를 가속화했다.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비인간화, 실험정신과 도전, 경계의 파괴와 기존 질서의 융, 복합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실체이며, 이것은 결국 영독모더니즘에 대한 극복이다.

 

일대일로와 트럼프 독트린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대학 강연에서, 내륙 실크로드경제벨트를 구축해 공동 번영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0월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는 해양 실크로드경제벨트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한 달 후 2013년 11월 제18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위한 각종 정책이 시행되었다. 일대일로의 서막이었다.

2014년 11월,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실크로드기금(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을 설립해서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1월 신국제금융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출범했고, 2017년 7월에는 AIIB와 함께 중국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또 하나의 지역성 금융기구인 아시아금융협력협회(AFCA)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한 마디로 중국산 세계은행인 셈이다.

19세기 영독모더니즘이 중세 기독교 세계관을 극복한 것처럼, 1960년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이 영독모더니즘을 파괴한 것처럼, 2013년부터 시작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대일로는 미국이 평정한 포스트모더니즘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중국은 철학적 변증으로 전세대 문화를 극복한 영국과 독일, 미국과 달리, 일대일로라는 경제벨트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결속하려 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일대일로는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를 상기시킨다. 분서갱유는 전 세대 문화를 매장하는 상징 사건이다. 일대일로가 중세 파괴한 영독근대주의, 영독근대주의를 파괴한 포스트모더니즘처럼, 미국이 주도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극복하는 근간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김용 총재의 돌연한 사의 표명은 미중 패권전쟁의 본격화를 알리는 미국 측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미중은 패권전쟁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