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19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기술 전략을 대거 공개했다.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삼성전자와 OLED TV 등을 내세운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 삼성전자의 삼성봇이 시연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뉴 빅스비, 그리고 로봇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은 7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진보를 누릴 수 있도록 기기간 연결성을 넘어 지능화된 서비스 (Intelligence of Things for Everyone)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광범위한 제품군을 인텔리전스 플랫폼 '빅스비'와 연동해 기존에 없던 혁신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역량에 초지능 인프라를 구축, 시장을 선도한다는 각오다.

삼성봇(Samsung Bot)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AI센터장 이근배 전무는 "삼성봇은 건강·환경 등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시대에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반려 로봇(Companion Robot)인 '삼성봇 케어(Samsung Bot Care)'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연했다. 사용자의 혈압∙심박∙호흡∙수면 상태 측정뿐 아니라 사용자의 건강 이상을 점검하고 복약 관리도 해준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족·주치의 등 사용자가 승인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건강관리 일정을 설정∙모니터링 하고 정기적인 보고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집안 공기가 오염된 곳을 감지해 직접 이동하면서 공기질을 관리해 주는 삼성봇 에어(Samsung Bot Air) ▲ 쇼핑몰이나 음식점 등에서 결제와 서빙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삼성봇 리테일(Samsung Bot Retail) 등 삼성봇 3종과 ▲웨어러블 보행보조장치인 GEMS도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로봇 경쟁력에 크게 집중하지 않았으나, 이번 CES 2019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가능성 타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의지하던 초지능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융합을 로봇의 경계로 넓혀 생활가전 전반에 스며들게 만든다는 각오다. 생활가전에 인공지능을 담아 로봇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다.

이러한 전략은 QLED TV 등 다양한 가전 인프라 발전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QLED 8K TV는 인공지능 기반 '퀀텀 프로세서 8K' 외에 업계 최초로 HDMI 8K 60P 규격을 탑재하고, 인공지능 코덱을 적용해 소비자가 8K콘텐츠를 더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형 스마트 TV에 뉴 빅스비를 적용해 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을 담아내는 전략을 더욱 가다듬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2019년형 스마트 TV에 TV 제조사로는 최초로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생태계 전략에도 신경쓰고 있다.

패밀리허브 신제품도 마찬가지다. 뉴 빅스비가 지원되며 다양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단순히 미러링 하는데 그치지 않고 패밀리허브 스크린에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 존 헤링턴(John Herrington) 상무는 "이제 빅스비가 우리의 일상에 상당히 깊숙이 들어 왔으며, 주방이나 세탁 공간에서 확실한 AI 비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LG전자의 OLED TV가 말리고 있다. 출처=LG전자
▲ LG전자의 OLED TV가 말리고 있다. 출처=LG전자

LG전자, OLED TV 말았다
LG전자는 올해 CES 2019에서 LG 시그니처 OLED TV R을 전격 공개했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얇으면서도 쉽게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OLED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TV 화면이 말리고 펴지는 동안에도 화질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공간 활용도도 높다.

LG전자는 삼성전자 보다 먼저 인공지능 로봇 시장에 관심을 뒀으며,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인수합병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CES 2019에서 클로이를 전면에 세우며 로봇 인프라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TV를 중심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도 큰 역할을 했다. 한상범 부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쟁심화에 따른 공급과잉과 막대한 투자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형 OLED 사업이 흑자전환 되었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어 하반기에는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반격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나, 하반기에 고부가가치 라인업을 중심으로 일부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OLED TV 본능이 눈길을 끈다. 올해는 TV용 제품 라인업을 기존 4K 해상도에서 8K까지 확대하고, 휘도와 응답속도 등 성능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월페이퍼(Wall paper)와 CSO(Crystal Sound OLED), 롤러블(Rollable)과 투명 디스플레이 등 차별화 제품도 확대해 시장을 확대한다.

LG전자는 알파9 2세대(α9 Gen 2)을 탑재한 88인치 8K OLED TV와 75인치 8K 슈퍼 울트라HD TV(75SM99)도 공개했다. 지난해 독자 개발한 알파9을 중심으로 백만 개가 넘는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딥러닝 기술을 더해 알파9 2세대 프로세서를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LG 씽큐도 단순히 명령어에 따라 동작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고객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 네이버의 로봇 경쟁력이 눈길을 끈다. 출처=네이버

CES 2019, 비밀병기 로봇?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로봇 경쟁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올해 처음 CES에 모습을 드러낸 네이버의 행보도 시선이 집중된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를 중심으로 생활환경지능 (Ambient Intelligence)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CES 2019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기기들을 위한 위치 및 이동 통합 솔루션 xDM 플랫폼 ▲3차원 실내 정밀 지도제작 로봇 M1, ▲고가의 레이저 스캐너 없이도 원활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가이드 로봇 AROUND G (어라운드G),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실내 지도 자동 업데이트 솔루션, ▲와이어 구조의 혁신적인 동력 전달 메커니즘으로 정밀 제어가 가능한 로봇팔 AMBIDEX (앰비덱스),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응용한 전동 카트 AIRCART (에어카트), ▲자율주행차 연구에 필수적인 HD맵 제작 솔루션인 Hybrid HD Map (하이브리드 HD 맵)과 네이버랩스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맵핑 시스템 R1, ▲운전자보조 시스템 ADAS (에이다스, advanced drivers’ assistance system), ▲3차원 증강현실 HUD (head up display)인 AHEAD (어헤드) 등 13종의 신기술 및 시제품을 선보인다.

이들이 로봇 경쟁력을 대거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진다. 인공지능 전략을 스마트폰 외 다양한 하드웨어에 집중시키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생활가전 등 생활밀착형 인프라에 녹이기 위함이다. 탈 스마트폰 전략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위치한 상태에서 철저한 라이프스타일 초지능 기기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LG전자도 인공지능을 로봇에 담는 한편, 다음 단계로 고도화된 기기의 하드웨어 확장성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