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이 27개월 만에 전년 동기대비보다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업계서는 반도체 수출 정체현상이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작년 12월 수출입동향에서 정체 현상이 발생해 정체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발생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미 반도체 업계는 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에 업황 정체를 예상했기 때문에 심각한 수준으로 보는 것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 효자 반도체...단일품목 최초 1000억달러 수출 돌파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 반도체 산업은 작년 한국 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에서 20.9%의 비중을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작년 1267억 13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2위인 일반기계의 535억 6700만달러를 2배나 넘는 수출액 기록이다. 일반기계의 수출 비중은 8.8%였다.

특히 반도체는 작년 세계에서 6번째로 1000억달러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연간 1000억달러 수출 품목 달성은 한국의 반도체 이전 단 5번밖에 없었다. 2004년 독일의 자동차, 2007년 일본의 자동차, 2008년 중국의 컴퓨터, 2010년 중국의 유무선, 2013년 미국의 항공기가 작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 이전 연간 10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품목이다. 자동차, 컴퓨터, 항공기 등이 완제품인데 반해 한국의 반도체는 단일품목으로는 처음으로 연간 1000억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한 품목이다.

이처럼 ‘잘 나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침체가 발생했다고 보는 근거는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는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보다 감소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에 대해 “대형 IT기업의 데이터 센터 투자 조정 및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수출이 8억 2000만달러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년 12월을 제외하고 모든 달은 2017년보다 반도체 수출액이 증가했다. 특히 작년 1월은 2017년 1월 대비 53.3% 수출액이 늘었다. 연간으로 봐도 작년 반도체 수출액은 2017년보다 29.4% 증가했다.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조감도. 출처=삼성전자

업계 “감소 추이 지켜봐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등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업황의 정체를 이미 예상하고 있던 만큼 ‘위기’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꾸준히 2018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예견한 만큼 갑작스러운 불확실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체 1분기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공급 차원에서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후 상황이 중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 내에서 시장 정체가 보이고 있는 만큼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반도체 라인 자체를 멈출 수 없지만 신규 설비투자를 탄력적으로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황 침체에 오래 전부터 대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이를 심각한 위기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하락 추이를 잘 지켜보는 것인데 올해 상반기는 반도체 업황이 조금 하락 추세로 갈거 같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 혹은 반등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상무는 “원래 전자제품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좋고, 반도체 업황도 매년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여 온 만큼 올해 하반기 업황 안정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SK하이닉스 청주 M15공장 준공식. 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수출액 감소세를 보고서 위기 징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최근 2년간 반도체 초호황을 뜻하는 ‘슈퍼 사이클’에 비춰 보면 수출액 증가세가 살짝 주춤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미중무역분쟁 등으로 반도체업계의 불확실성으로 높아졌지만 설비 투자를 조금 보수적으로 하는 등 업계는 대응을 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공급업체 매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758억 5400만달러로 15.9%의 시장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인텔(13.8%), SK하이닉스(7.6%)가 이었다. 2017년 대비 성장률은 삼성전자가 26.7%, 인텔이 12.2%, SK하이닉스가 38.2%였다. 가트너는 “올해는 메모리 시장이 약화될 전망인 만큼 업계 순위에 큰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2019년은 지난 2년과는 매우 다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