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정부 업무가 차질을 빚고 이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계속 언급되고 있지만,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셧다운 상황에서도 필수적인 업무 기능은 유지하기 위해 해당 부처의 공무원들이 근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연말에 가끔씩 언급되는 셧다운이란 민주당과 공화당 등 정당 간의 예산안 합의가 실패해서 새해 예산안 통과 시한을 넘기는 경우, 각 부처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서 정부기관들의 업무가 일시 정지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그러나 정부 일시 업무 정지인 셧다운 상황에서도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수도나 교도소 교정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정부부처의 공무원들은 업무를 계속 유지한다.

긴급하거나 안전과 연관되지 않는 부처의 공무원들은 강제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 내 국립공원들이 며칠째 이어진 쓰레기 문제와 화장실 등으로 인해서 폐쇄되는 것은, 이들 분야의 업무가 긴급하거나 안전과 연관됐다고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간 때문이다.

반면 공항에서 탑승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혹시라도 불법 무기나 약품 등을 소지했는지 검사하는 미국교통안전청(TSA) 직원 같은 필수업무 공무원들은, 매일 나와서 평소처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급여를 받지 못해서 고통을 호소한다.

과거 미국 정부에서 셧다운이 발생한 경우 추후에 예산이 배정되면 그동안 밀린 월급을 받아온 전례가 있어서 이들이 임금을 떼일 염려는 없지만, 당장 식비와 교통비, 교육비 등 들어갈 돈은 많은데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특히 TSA는 미국 내 공무원들 중에서도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로 TSA 직원들의 초봉은 연간 1만7000달러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비상 저축을 해놓지 않는다는 생활패턴을 고려할 때, 2주 이상 지속되는 무임금의 노동은 많은 공무원들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다.

급여를 받지 않은 채 언제 셧다운이 풀릴지도 모르면서, 계속 업무를 해야 하는 필수업무 공무원의 숫자는 무려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람들은 집주인과 통신회사 등에 연락해서 셧다운이 풀릴 때까지 돈 내는 것을 연장해줄 수 있느냐고 사정하기도 하고, 일부 직원들은 주말이나 휴가 때 파트타임 업무를 해서 필요한 비용을 벌기도 한다.

항공업무에서 필수적인 관제탑 근무자들 역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근무하고 있다.

무급 휴가를 받은 공무원들도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원치도 않는 무급 휴가를 받아서 당장 쓸 돈이 없는 이들은 단기 임시직을 얻어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동안 했던 업무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도 않다.

이런 불만들이 쌓여 미국 연방정부 근로자 약 70만명이 속한 전국 최대 규모 노동조합 ‘연방공무원노조(AFGE)’가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1월 초에 연방법원에 셧다운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연방공무원 노조는 약 42만명에 달하는 필수 업무 분야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임금을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은 계속 돼야 하는 것이 노동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2013년 셧다운이 실시됐을 때도 연방공무원노조는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으며, 2017년 연방법원은 해당 기간 동안 근무했던 공무원들에게 하루 일당의 2배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