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7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 즉 리스트 테이킹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악화로 삼성전자의 실적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이재윤 연구원은 7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1조9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업체들의 D램 구매 중단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 연구원의 주장대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악화에서 기인한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7일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액을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758억54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위를 유지했으나 올해 전체 시장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봤다. 상위 25개 공급업체들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며 메모리가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7년 31%에서 지난해 34.8%로 증가하는 등 삼성전자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으나, 전체 시장의 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앤드류 노우드(Andrew Norwood) 가트너 부사장은 “올해 메모리 시장이 약화될 전망이며, 올해는 업계 순위에 큰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질 경우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는 업계 1위의 자리도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파운드리와 모바일AP 등 메모리 반도체 외 영역이 지나치게 탄력을 받을 경우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흐름은 현재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업황악화에 따른 위기를 어떻게 넘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이냐가 관건이다. 위기가 발생할 때 경영자의 진짜 실력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현장행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북미와 유럽을 돌며 인공지능 거점을 챙기는 한편, 유명 석학들을 영입하는 일에 집중한 바 있다. 한국을 찾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경영 감각을 키웠다는 평가다. 철저한 현장행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2일 사내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신년회에 모습을 드러낸 후 3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가동식 현장에서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 부사장 등 경영진과 네트워크사업부 임직원들과 만나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최고의 기업이라는 자부심보다 도전자의 마음으로 경영에 임해달라는 주문이다.

4일에는 반도체 현장을 찾았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아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 DS부문 및 디스플레이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현장행보를 거듭하는 한편,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 스스로가 현장을 찾아 실사구시 경영을 선도하는 한편, 조직에 위기의식을 심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위에서의 지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변화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