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2017년 아이폰X은 물론 최신 아이폰 출하량이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전체 서플라이 체인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애플의 위기로 인한 파급효과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부터 역성장에 돌입한 후 애플마저 흔들리면 글로벌 ICT 테크기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위기에서 시작된 실리콘밸리의 혁신이 새로운 시대를 맞아 그 운명을 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의 위기를 과거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부침에서 찾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초연결 생태계의 가능성을 새롭게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CN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 애플이 노키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혁신의 기업으로 불리며 사상 첫 시가총액 1조달러의 금자탑을 세운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지 못한 노키아처럼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노키아는 물론, 휴대폰과 PDA 시장을 석권했던 모토로라의 행적은 현재의 애플에게 일종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 애플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출처=플리커

애플, 모토로라와 노키아로?

다이나텍을 개발한 마틴 쿠퍼 모토로라 연구원은 자기의 걸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지 107년, 이제 전화는 선을 버렸다" 1928년 미국 시카고의 가정용 라디오 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한 모토로라는 1964년 최초의 카폰을 개발한 후 무선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화기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토로라는 1996년 마이크로택 9800x를 출시했다. AMPS(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방식의 아날로그 통신 서비스를 지원했으나 2008년까지 양산됐을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서는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부른다. 일각에서는 1992년 IBM이 출시한 시몬 퍼스널 커뮤니케이터를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보기도 한다. 통신사 AT&T와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휴대전화에 무선 호출기와 PDA, 팩스 기능을 넣은 게 특징이다.

휴대전화에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PDA폰이 대세로 굳어질 즈음 핀란드의 노키아가 움직였다. 제지회사로 출발한 노키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신을 거듭, 1997년부터 심비안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PDA폰 이상의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단말기 제작에 나섰다.

노키아는 2000년 세계 최초 컬러 TFT 액정을 탑재한 노키아 9210 커뮤니케이터를 출시했다. 이로써 PDA폰을 뛰어넘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폰이 탄생했다. 케이블 회사와 고무회사를 합병해 종합 전자회사로 발전했다가 휴대전화 개발에 매진, 모토로라가 강세를 보이던 통신시장을 빠르게 석권하는 순간이다.

노키아는 진정한 스마트폰 시대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후 블랙베리를 비롯해 전통의 모토토라는 물론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드는 등 진정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옴니아 시리즈가 나오기 전 SCH-M100과 SCH-M1000을 출시했다. 터치 스크린과 간단한 게임을 지원하는 단말기였다. LG전자는 포켓PC 라인업을 공개했다.

노키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나 싶었지만, 미국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단숨에 새로운 시장을 장악했다.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며, 애플이 혁신의 사과나무로 거듭나는 결정적 장면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대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노키아 내부의 폐쇄성과, 기술 혁신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부재했다는 점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 애플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출처=플리커

현재의 애플이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팀 쿡 CEO는 특유의 공급관리 역량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강세를 이어갔으나, 최근 혁신의 부재 등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 단말기가 200만원을 돌파하는 시대가 됐으나, 하드웨어 폼팩터는 물론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의 발전도 더디다는 지적이다. 고가의 아이폰으로 감성의 이미지를 하드웨어에 적절히 담아내 애플팬덤을 구축했으나, 이러한 브랜딩 효과도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에 돌입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장면도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이 애플에 튀는 한편, 전체 서플라이 체인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경고등마저 나오고 있다.

애플의 위기는 스마트폰 시장 전반은 물론 전체 IT 테크 기업계로 번질 조짐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저가 라인업을 무장한 화웨이와 샤오미 등이 반등하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틀어쥔 이들이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일종의 합동공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 삼성과 애플이 만났다. 출처=삼성전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애플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거점을 중국 외 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수요 공급 조절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며 성과를 냈으나, 당분간은 중국 외 동남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행보를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콘텐츠 전략도 빨라질 전망이다. iOS 생태계를 바탕으로 지나친 아이폰 매출 의존도를 피하는 한편, 일종의 속도조절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잡지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텍스처를 인수하는 한편, 다량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이폰 하드웨어 판매량이 일정정도 받쳐주는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등 매출 다변화라는 체질 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야 하지만, 현재 애플은 주력 경쟁력이 생각바도 빠르게 하락하는 중이다. 이런 상태로는 원만한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아이폰의 추락은 혁신의 부재 등 애플의 원죄는 물론, 업황악화라는 시장 전체의 문제와도 연결됐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애플이 ICT 플랫폼의 외연을 키워 아이폰 이상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시너지 전략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 TV와 애플 iOS 생태계의 연결이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6일(현지시간) 애플과 협력해 스마트 TV에 아이튠즈 무비 & TV쇼(iTunes Movies & TV Shows)와 에어플레이2(AirPlay 2)를 동시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으로 삼성전자 스마트 TV 고객들은 2018년 상반기에 출시된 제품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포함해 새롭게 출시 될 TV까지 올해 상반기부터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 기능을 별도의 기기 연결이 없어도 즐길 수 있게 된다.

애플이 아이폰 하나가 아닌, 전체 스마트 생태계를 확장하려면 진일보한 전략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 연장선에서 삼성전자와의 만남은 플랫폼을 키우려는 애플의 의도와도 정확하게 들어 맞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제 아이폰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보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