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보내고 맞지만, 연초는 경건해지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럴 때 걸 맞는 빌 게이츠의 통찰력이 떠오릅니다.

그가 세운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립 40주년 되기 하루 전날 직원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는 교실보다 큰 대형 컴퓨터만 있던 40여년전에 회사를 만들면서

동업자와 ‘모든 책상과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이라는 비전을 세웠다고 하며,

당시는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

창립 20년 만에 그 비전이 일상 풍경이 되었더라고 얘기했습니다.

그의 혜안을 부러워하며, 지금 같이 붙어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같이 있을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 나름 큰 아이들이라 무얼 구체적으로 해줄 것도 별로 없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여지에서 과거에 아빠로서 부족했던 그네들을 간절히 생각함을

이제라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차올랐습니다.

나는 빌 게이츠 같은 한 방이 없으니,

소박하게나마 아이들과 간절히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작년 감사한 일 한 가지와

새해 간절히 원하는 일들을 적어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걸 틈나는 대로 보고, 기도도 하고, 가끔씩 그걸 화제 삼아 얘기도 할 요량이었습니다.

작년 말 아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내용을 요청했습니다.

즉시 그런 내용을 상세하게 담아 보내주었더군요.

협조한 아이들에 고맙다고 하고,

앞으로 활용책을 얘기해 주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좀 이상한 겁니다.

자신들은 다 내어 놓았는데, 아빠는 왜 내어놓지 않느냐는 겁니다.

당초 내 생각과 달라 약간 당황도 되었지만,

이내 아빠로서 엄마와 제 2인생 살 토대를 잘 만들어보겠다고 보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내게 계획이 너무 두루 뭉실하다며

바라는 것과 실천할 것을 구체적으로 보내달라고 채근을 하는 겁니다.

이제까지 내가 아이들에게 한 방식이었습니다.

뜨끔해서 신영복 선생의 얘기를 올렸습니다.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며

정서가 메마르고 이성에 치우쳤던 아빠로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품는 여행을 많이 해서

앞으로 펼쳐질 제2인생에 엄마와 진정한 동반자가 되겠노라 했습니다.

집에서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펼쳐가려 애쓰겠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나 역시도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 가장 먼 여행이기도 하지만,

올해 가장 시급한 여행이 된 셈이죠. 내 뜻과는 다르게 거꾸로 되었지만,

아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아이들의 새해 소망 확인(?) 절차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새해는 아내와 멋진 제2인생을 위한

가장 멀지만, 가장 시급한 여행을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