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에 있는 넥슨코리아 사옥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 회사 NXC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나오며 인수 후보자로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떠올랐다. 거래 규모가 커서 국내에선 인수할 만한 대상이 없으며 게임사 인수에 관심이 많고 인수 여력이 있는 텐센트가 후보라는 것이다. 

텐센트가 넥슨을 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경제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금액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중국 당국이 꺼릴 것이고 당국의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는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NXC의 지분 전량 98.64%를 매물로 내놨다. 넥슨그룹은 NXC가 지주회사로 있고 넥슨 일본법인, 넥슨코리아, 그 외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NXC는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 47.98%를 가지고 있으며 넥슨 일본법인은 넥슨코리아의 100% 모회사다.

넥슨 일본법인의 시가 총액이 약 13조원인 걸 감안하면 NXC의 지분은 약 6조원의 가치를 갖는다. 이외에 다른 계열사 가치를 모두 합치면 인수 금액은 10조원까지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에는 단일 기업으로 이정도 규모 거래를 할 만한 기업체는 없다는 평이 나온다. 시선은 해외 게임사로 돌아간다. 단일 기업으로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미국 게임업체 EA 등이 거론된다. 유력한 후보는 텐센트다.

업계에선 텐센트에게 넥슨이 훌륭한 인수 대상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한다. 우선 텐센트가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던전앤파이터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던파는 중국 내 인기가 상당하다. 연간 넥슨에게 로열티로 지급하는 금액만 해도 1조원에 달한다. 사실 넥슨 매출의 절반 이상은 던전앤파이터 단일 게임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만 고려해도 텐센트의 넥슨 인수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게임 시장의 규제가 억세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은 당국의 판호 미발급, 온라인게임 총량 규제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중 텐센트의 고전은 두드러졌다. 잘 나가는 게임을 스스로 서비스 종료해버리기도 하고 강제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하반기 이례적인 실적 부진을 겪고 주가가 폭락했다.

중국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은 “넥슨은 게임 시장의 요충지인 한국, 일본, 미국에 모두 법인을 가지고 있어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고 각지의 서비스 능력 또한 있다”면서 “한편으론 일부 게임 개발 능력도 텐센트가 탐날 만 하다”고 말했다. 

인수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에도 무게는 실린다. 크게 두 가지가 관건이다. 인수 금액과 중국 당국의 영향력이다. 현재 중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보니 중국 당국에선 대규모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기업 간 거래지만 중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당국의 영향력은 매우 클 것으로 풀이된다. 

YK게임즈 김사익 대표는 “중국 정부는 현재 자본이 빠져나가는 걸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상 중국 정부가 마음먹으면 텐센트 같은 거대 기업의 거래도 대놓고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는 “텐센트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의 경기가 안 좋은 상태이고,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여전히 놓여있는 상황에서 텐센트 주가도 많이 빠졌는데 (텐센트 역사상으로도 가장 빅딜에 해당되는) 넥슨 인수에 참여하기에는 천하의 텐센트라도 중국정부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텐센트 넥슨 인수에 대한 시장과 대중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국내의 게임 부흥기를 이끌어온 우리나라 최대의 게임사가 중국 게임사에 흡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함과 동시에 향후 국내 게임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교수는 “만약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하는 상황이 온다면 단기적으론 별다른 변화가 없겠지만 텐센트가 경영에 개입하게 되면 지금 같은 실험적인 게임이 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넥슨 매각설과 관련해서 NXC 김정주 대표는 4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매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지금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면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면 알려주겠다. 그때까지 양해해 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