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체크카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KB국민카드의 행보에 제로페이가 방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 시장점유율 1위, 신용카드 점유율 3위로 업권 내 상위권 시장지위를 자랑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체크카드 사용증가로 KB국민카드의 시장지위가 더욱 제고될 것으로 기대됐다.

▲ 2018 상반기 신용카드사 시장점유율. 출처=한국기업평가

그러나 제로페이의 확대가 체크카드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돼, 업계 1위인 KB국민카드의 성장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문가들은 제로페이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아직은 걱정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평가했다.

체크카드 시장점유율 1위

지난 31일 한국기업평가는 KB국민카드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고, 평가요인으로 업계 2위권의 시장지위에 기반한 안정적인 수익기반 보유를 꼽았다. KB국민카드의 작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769억원으로 신한, 삼성카드의 뒤를 이어 업계(BC카드제외) 3위를 기록했다.

한기평이 집계한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KB국민카드가 1위를 차지했다. 체크카드 시장의 19.9%를 KB국민카드가 차지하고 있다. 체크카드이용실적 기준 시장점유율이 20% 내외 수준으로 국민은행과의 연계영업에 기반 체크카드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일시불, 할부, 카드론, 현금서비스를 모두 합쳐 집계한 작년 상반기기준 KB국민카드의 신용카드 시장점유율도 14%로 3위다. 1위는 19.2%로 신한카드. 2위는 삼성카드 15.5%다. KB국민카드 뒤를 이어 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순이다.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은 “국민은행과의 연계영업을 바탕으로 체크카드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업계 상위권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창출을 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체크· 신용 카드 승인금액과 승인건수 비중. 출처=여신금융연구소

성장세 탄 체크카드

체크카드 시장은 신용카드 시장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카드사의 시장지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KB국민카드의 시장지위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3분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전체카드사용 증가율은 둔화했지만, 체크카드 사용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체크카드 승인금액 비중은 22.2%로 전년 동기 21.6%에 비해 0.6%포인트 늘어났다. 신용카드 승인금액의 비중은 0.6%포인트 감소했다. 작년 3분기 체크카드 승인금액도 같은 기간 대비 9.5% 증가한 반면,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체크카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높은 소득공제율 등 정부의 체크카드 장려 분위기와 다양한 카드 혜택 등이 꼽힌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은 30%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보다 두 배 높다. 또 연회비 없이 캐시백, 영화관 현장할인,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는 체크카드를 통해 예금유치 효과는 물론 신용카드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 고객층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로페이 결제 시연을 보이고 있다. 출처=서울시청

제로페이 등장, 체크카드 시장 위협할까

그러나 체크카드 시장 성장에 발목을 잡는 제로페이가 등장해 견제대상으로 떠올랐다. 제로페이로 결제 시 소상공인 판매자가 부담하는 결제수수료는 0%로 낮아지고, 소비자는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월 20일 제로페이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제로페이 참여사별 할인 포인트 캐시백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선물 증정 등의 이벤트도 펼쳤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길거리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더불어 박 시장은 제로페이의 전국 확대를 예고했다.

제로페이는 시행 전부터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신기능이 없는 제로페이가 신용카드 시장보다는 체크카드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신용공여기능 없이 현금을 기반으로 결제해, 현재 체크카드가 구축해놓은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제로페이 사용이 확대된다면 체크카드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로페이의 수수료율과 이용자 측면 혜택 등을 고려했을 때, 체크카드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체크카드 사용 시 가맹점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이용자의 할인, 적립 등 부가서비스로 돌아오는 구조다. 그러나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0%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원이 없다는 지적이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이 40%로 체크카드(30%)보다 높지만, 체크카드의 혜택까지 고려하면 위협수준은 낮다고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수수료 0%를 주장하고 있어, 부가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면서 “소득공제 외에 이용자 측면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 체크카드 시장을 대체할지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