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남북경제협력(남북경협) 분위기가 다시 한번 무르익고 있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조건없는 남북경협 재개 의사를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만족감을 표했기 때문이다. 경협의 첫 관문인 국제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북미관계의 진전이 필수적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긍정 응답은 향후 경협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일 발표한 신년사에는 남북경협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고 온 겨레가 북남 관계 개선의 덕을 실제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경협 재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경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왔던 ‘국제 제재 완화’가 선결되지 않으면 경협 재개 분위기 조성 정도로만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협 관련기업들 “관련 내용 긍정 평가”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재의 뜻을 밝히자 현대그룹과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직접 개성과 금강산을 언급하면서 재개 의지를 확고히 보인 만큼 사업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그룹은 “북한의 신년사에서 언급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재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계기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한단계 진전돼 실제 사업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더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사업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을 맞이할 철저한 준비와 소명의식을 부탁한다”면서 “현대그룹이 금강산관광을 시작한지 이제 만 20년이 지났는데 10년간 중단되는 아픔이 있었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의지는 더 확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 “이제 평화와 공동번영으로 나가기 위한 길의 초입에 당도해 있는만큼 이제는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사업으로 실행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경제협력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면서 “철저한 내부 준비와 디테일에서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신년사를 통해 북한이 다시 한 번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협회의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도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김 국무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를 환영한다”면서 “개성공단 재개는 파산 위기에 직면한 개성 기업인들의 간절한 소망이기에 이번 북한의 신년사를 통해 새 희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기업인들의 방북을 즉시 승인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금강산 전경. 출처=현대

전문가들 “분위기 조성 정도...넘어야 할 산 그대로”

김 국무위원장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협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띄워진 것은 맞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밝혔다. 특히 UN과 미국의 제재가 먼저 풀려야 본격 경협이 가능한 만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가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석기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북한의 신년사는 경협재개를 희망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 정부를 압박해 보다 적극적인 경협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로 본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제재 등으로 실질적 진전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라는 전제조건이 붙은 채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언급됐다”면서 “그때 공동 선언에서의 이야기를 북한이 다시 한 번 한국에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실질적 성과를 내자는 것에 북한이 방점을 찍은 것인데 본격 경협을 위해서는 북미대화의 성공이 중요한 만큼 한국 정부로 하여금 조정자 역할에 조금 더 신경을 써달라는 압박일 수도 있다”면서 “정부는 비즈니스 형태가 아닌 시민단체나 NGO등의 북한방문과 같은 우회경로를 통해 경협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것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이번 북한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한 것은 경협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재재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향후 북미대화의 진행 정도에 따라 경협 재개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을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신년 친서에 대해 만족감을 표한 만큼 북미관계 계가 개선된다면 남북경협은 보다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