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기해년 새해를 맞아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행사를 열었다.

올해 정부의 국정운영을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는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신년회 장소를 중소기업중앙회로 선정한 대목에 시선이 집중된다. 소득주도성장의 기틀을 잡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의지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상생 의지는 4일 스타트업 현장 방문으로 이어진다. 제조 스타트업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은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3D 프린터와 레이저 가공기 등을 직접 살펴보며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혁신에 주목했다. 3D 프린터가 전통적인 제조 인프라와 ICT의 만남이라는 점도 문 대통령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오는 7일에 중소기업인 100명을 청와대에 초청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신년 행보와 크게 온도차이가 나는 현재 국내 스타트업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 "아이고, 신기하네"를 연발한 3D 프린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에 걸린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히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악재가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시장은 새해가 밝았지만 오히려 혹독한 겨울의 터널에 진입한 상태다.

먼저 일관적이지 못한 정부 지원이 문제다.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꾸려져야 하는 모태펀드는 국회 예산안 정국에서 2400억원으로 확정, 전년과 비교해 2100억원 줄어들었고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강력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업계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의 마중물인 모태펀드 규모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말로는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며 실질적인 지원은 삭감되는 정책의 비일관성은 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규제 논란은 올해도 심각한 이슈로 꼽힌다. 스타트업이 아닌 ICT 전반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모빌리티와 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의 플레이어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발이 묶인 상태다. 규제가 절대'악'은 아니지만 최소한 ICT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은 논의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산업의 '떼법'에 혁신 성장은 줄줄이 좌초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정부가 기본적인 지원정책에도 제대로 나서지 않으면서, 오히려 민간의 영역에 과도하게 뛰어들며 논란이 커지는 장면도 연출된다. 서울시는 초반부터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제로페이를 무리하게 출시하는 등 민간에 맡겨도 될 영역에 무리하게 뛰어들고 있다. 따릉이와 같은 공유자전거는 모빌리티의 라스트 마일을 꿈꾸는 민간 기업들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으나, 역시 서울시가 무리하게 쥐고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원을 통해 판을 깔아줘야 할 정부나 지자체가 자기들의 원래 임무는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방치하면서, 민간의 영역에 맡겨 키워야 할 혁신 영역을 무리하게 틀어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인 공적을 쌓기위한 포석으로 혁신 영역이 희생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갑질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국NFC 사태 등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대기업이 가져가고 있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패션 스타트업 브랜드 듀카이프와 대기업 한세엠케이 표절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3일 "현재 대한민국은 혁신성장을 기치로 스타트업을 통한 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스타트업 지원을 다각도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와중에 한세엠케이의 부정경쟁 행위 및 법적 대응으로만 일관하는 태도는 국내 스타트업의 좌절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다만 한셈엠케이는 "듀카이프의 주장은 증거가 없고, 이미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현재 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인 사항이니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치며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지원에는 인색하면서 논란이 발생하면 질서를 잡아야 할 최소한의 역할에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민간의 영역에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는 시도로 진입하는 한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논란은 지금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올해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