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는 반면, 위기를 ‘위기’ 자체로 받아들이는 기업이 있다. ‘100년 기업은 없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그만큼 시장에는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끈 주력 산업들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그 속에서 주목을 받는 기업도 있다. 새로운 리더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코노믹리뷰>는 나이스신용평가의 ‘2019 산업전망 및 산업위험 평가’를 통해 과거 한국 경제 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한 산업을 조명했다. 건설, 자동차, 해운, 조선 등의 전방산업과 시멘트, 자동차부품, 철강, 석유화학 등 후방산업이 그 대상이다. 대부분 경기민감주로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중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석유화학업종(산업위험 평균수준)을 제외한 여타 산업의 위험은 ‘높은 수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속한 업종의 대부분(석유화학 포함)이 국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이다. 또 불황이라고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업종들이다.

그러나 ‘갈 곳’은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업종 내 반전의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

 

HDC현대산업개발·태영건설(주택건설, 토목), 팬오션·대한해운(해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조선), 현대·기아차(자동차), 한화케미칼·OCI(석유화학, 태양광)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고 그간 투자 기피대상으로 꼽힌 기업들인 만큼 관심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위험이나 산업전망이 미래를 장담하진 않는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증권사 연구원들의 이익 전망 컨센서스가 상향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대신증권은 ‘이익전망 컨센서스는 언제쯤 빠르게 하향될까’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업의 이익 컨센서스 변화와 주가 추이를 비교했다. 증시 변동성 대비 이익 전망은 완만하게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 둔화 시에는 예외 없이 기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문제는 주가가 먼저 하락하고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한 후 기업이익이 하향 조정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이익 추정 과정에서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 문제를 지목했다. 기간가중평균이라는 특성 때문에 급격한 변동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연간 EPS 변화는 보다 민감하게 이익전망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선형적으로 생각하는 문제가 있다.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추세라면 새해의 이익도 늘고 반대인 경우에도 그 추세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향후 12개월 예상 EPS’는 매도 타이밍을 파악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며 “반면, 상승추세 전환 등을 포착하는 데 일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이익 컨센서스도 하향 조정되는 국면에서 경기민감업종의 이익 컨센서스는 소폭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이라며 “주가 바닥을 확신할 수 없지만 대내외 악재가 쏟아져 나오면서 증시 전반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익 컨센서스 하락이 둔화되고 있는 기업으로는 한온시스템(자동차부품), 현대중공업(조선), 쌍용양회(시멘트), 아세아시멘트(시멘트), 포스코·현대제철(철강), LG화학(석유화학) 등이 꼽힌다.

시멘트 업종은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등이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급우위 시장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전기차 산업의 수혜주로 꼽히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이 시장의 중심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12M PER은 각각 6배, 6.7배다. PBR은 각각 0.46배, 0.35배로 과도한 저평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LG화학은 사업안정성은 물론 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여타 경기민감업종 대비 밸류에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이다.

산업 전체로 보면 전방 산업 성장이 가시화되길 기다리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장 안전한 투자는 이익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는 국면에서 전방산업 성장에 대한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후방산업)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매도에 대한 부담은 늘지만 증시 바닥을 알 수 없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