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탓에 NH투자증권의 우발채무가 대폭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PF 관련 ABCP 매입 약정 등 총 우발채무 규모가 2013년 말 기준 3106억원에서 2018년 9월말 기준 4조3893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5년 사이 14.1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타 증권사보다 우발채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증권사 업계 평균 자기자본대비 우발채무 비율은 63.4%인데 반해,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의 88.2%로 업계 평균보다 25%포인트 가량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은 PF사업과 관련돼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시행사를 주축으로 증권사, PEF, 기금, 은행권 등 대주단, 시공사가 함께 참여한다. 대주단은 아파트, 토지 등을 물적 담보로 확보하기도 하지만 미분양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내 부동산 경기에 따라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우발채무 규모가 크게 증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우발채무의상당부분이 PF사업과 연관돼 있어 국내부동산 경기 침체 시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의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하다보니 우발채무가 높게 계상된 것이라 주장했다. 원칙 중심의 K-IFRS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인수금융 관련 금액을 제외한 당사의 실질적인 우발채무규모는 3.2조 수준이다"며 "이 중 PF 규모는 50% 이하여서 해당 리포트에서 제기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2019년, 미분양아파트 적체 가능성↑
부동산 경기가 나쁠 때는 아파트 등 부동산의 공급과잉이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는 현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급격하게 아파트 분양이 증가했음에도 분양시장의 호황으로 미분양아파트 수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비수도권의 미분양아파트가 지속해서 증가, 일부 지역은 고점 대비 50%를 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의 증가세는 주목해야 한다.
전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8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강원 속초시와 경북 경산시 2곳을 추가했다. 2일 기준 미분양관리지역은 수도권 5곳과 지방 30곳을 합쳐 총 35개 지역에 달한다. 지난 7월 22일 기준 관리지역은 22개였지만, 불과 6개월 사이 13개 지역이 추가됐다. 미분양 관리 지역은 7월보다 52% 상승한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연간전망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달리 중소형 중심으로 공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위기 수준의 미분양 급증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면서도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본격화되면 주택시장에 미치는 심리적인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미분양아파트와 입주물량 추이를 보면 입주물량 증가가 최고점에 도달한 후 미분양이 본격적으로 증가했다”며 “2019년에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의 우발채무는 2014년부터 상당히 증가했다. 다만, 2015년~2017년 사이 부동산 경기가 좋다 보니 우발채무의 현실화 우려가 크지 않았다.
2019년은 상황이 다르다. 미분양아파트 적체 등으로 우발채무가 실현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은 상황이다. 즉,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수 있다.
또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매·공매 후 배당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 소송까지 이어져 잔금 회수가 장기화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NH투자증권이 원고로서 소송을 제기한 8건 중 5건이 부동산 관련 소송이다. 소송가액은 220억 9천만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소송가액 비율의 94%를 차지한다. 이는 증권사가 대주로서 담보 물권을 갖고 있더라도 우발채무가 현실화돼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