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많은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누워있기만 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태공망들은 시간을 쪼개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행복을 최대화한다. 강태공처럼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직접 바다로 나서 주말을 낚고 주중 근무의 활력을 찾는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낚시에서 찾는 셈이다.

대우건설도 이런 행복을 낚는 태공망으로 가득하다. 대우건설 ‘도시어부팀’은 2011년 창설된 후 현재까지 다양한 직급의 회원 43명이 활동하고 있다. 선상 낚시를 위주로 월 2회 바다에 나선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2018년에만 20회 이상 출조에 나선 기록이 보여주듯 베테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그들이 누빈 곳은 제주도, 영흥도, 군산, 오천, 신진도 등이다.

‘도시어부’팀의 회장인 김흥수 과장은 “낚시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인생에 있어 가장 훌륭한 취미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도시어부팀은 지난해 12월 7일의 주말도 어김없이 반납하고 충청남도 태안군의 신진도로 우럭·광어를 낚기 위해 배를 탔다. “주말에 쉬면 오히려 낚시가 가고 싶어진다. 물때나 기상이 안 좋을 때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가려고 한다”라고 김흥수 과장은 답했다.

낚시가 그들을 설레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낚시에 문외한인 기자는 선상에서 회를 먹는 게 즐거움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김흥수 과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선상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분위기이고, 회를 먹는 행위도 거의 사라졌다”면서 “잡은 고기는 배에서 내려, 집으로 나누어 가지고 간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고기를 실제로 잡는 것보다 배를 타러 가는 시간이나 타고 나가면서 ‘오늘은 어떤 조황이 이뤄질까’ 생각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비록 빈손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무엇인지 모를 고기가 잡혀 낚싯대에서 전해지는 ‘떨림’이 가장 큰 행복감을 준다”고 말했다. 낚시에서 오는 행복감이 휴식의 즐거움보다 크다는 의미다.

▲ 대우건설 제공

물론 싱싱한 회를 먹는 즐거움도 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김흥수 과장은 “동료들과 함께 바다 위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배에서 내리면 같이 모여 싱싱한 회를 먹는다”면서 “그날 조황과 차기 출조를 의논하면서 우정을 다지는 게 활동 후 찾아오는 보람”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생선에 대한 안내도 놓치지 않았다. “광어, 우럭, 참돔처럼 흰색의 살을 가지고 있는 어종을 회로 떠보면 표면에서 무지개빛이 살짝 보이고 고소한 맛이 있다”면서 “반면 부시리, 방어, 삼치 같은 붉은 살, 등푸른 생선은 부드럽지만 싱싱한 상태로 빨리 먹어야 맛이 좋다”는 내용이다.

낚시라는 행위 자체만큼이나 그들은 바다에 나가는 과정에서도 설렌다. ‘도시어부’팀은 동호회장이 마련한 1년치 계획 아래, 세부 정보를 수시로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건 역시 동호회장의 역할로, 낚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방증한다. 공유되는 정보는 출조 날짜 협의, 기상상황과 같은 일정은 물론, 낚시 장비, 공동구매, 장르에 맞는 테크닉 등 실제 회원들의 낚시 활동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고 있다.

덕분에 초보 낚시인도 실력에 대한 부담 없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김달현 대리는 “낚시 초보다 보니 잘 알지 못하는 바다낚시(루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라면서 동호회를 평했다. 1년 전 배스낚시에서 바다낚시로 전향한 오공균 과장은 “바다낚시를 처음 시작하고 헤맨 부분도 있지만, 낚시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회사 사람들끼리 모이는 동호회가 좋아보여 바로 가입했다”라면서 “바다낚시는 초급인 제게 회원들이 채비방법이나 낚싯대를 통해 액션 주는 법 등 기본기를 쌓도록 가르쳐준 게 좋았다”고 말했다. 최중훈 차장은 “좋지 못한 매너를 가진 낚시인들도 있어 혼자 다니기엔 부담이 있기도 하고 정보 획득도 혼자만의 힘으론 한계가 있었는데, 동호회 덕에 그런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 대우건설 제공

 

“뭐니뭐니 해도 매번 출조할 때마다 대박에 가까운 동료들의 기록을 눈으로 직접 볼 때 큰 성취감이 든다”고 상급 낚시인 최영태 차장은 전했다. 그러나 ‘도시어부’팀의 또 다른 자랑인 출조 후기를 통해,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최중훈 차장은 “지난해 초 한두 번 참여했는데, 지방 현장에 근무 중이라 단톡방과 조황후기를 통해 정보뿐 아니라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 ‘정보나누기’ 게시판에 조황 후기가 올라오면 동호회에 속하지 않은 사원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낸다. 김 과장은 “타 동호회가 200회 미만의 조회수를 기록할 때, 조황 후기는 1000회를 기본으로 넘는다”면서 “가장 활발한 동호회다 보니 현재 회사 내에서 가장 ‘핫’한 동호회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 활동은 회사 생활도 증진시킨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김흥수 과장은 “건설사 특성 상 회사를 평생 같이 다니더라도 다수의 부서, 다수의 분야가 있어 얼굴 한 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동호회를 통해 나와 만날 일이 없는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이 하는 일, 서로 간의 정보를 교류하면서 회사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대우건설 제공

최중훈 차장은 “같은 회사에 같은 관심사라는 동질감으로 함께 하니까, 분위기도 좋고 정보 공유도 자연스럽다”면서 “건설회사 직원들의 이야기·정보 소재가 광범위해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본인의 경험을 전했다. 최중훈 차장은 또한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휴식에 관심이 많아 동호회 지원이 적극적이다”고 덧붙였다. 아직 바다낚시를 나가는 일은 개인 부담이지만, 올해부터 회사에서 지원금도 마련할 계획이다.

출조비는 어종에 따라 쭈꾸미 7만원, 참돔 10만원 등 다양하다. 그러나 아무리 직장인이라고 해도 작은 지출은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아껴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회원들은 말했다. 한 회원은 “2박 3일로 제주도에 갔을 때 비용을 아끼다 보니 게스트 하우스에서 단체로 숙박하게 됐는데, 역시 코골이 회원이 있었다”면서 “잠을 설치는 바람에 다음날 출조에서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다음날 그 회원은 만장일치로 강제 독방 조치하는 등 에피소드도 많다”고 웃으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