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가상현실(VR)은 그 가능성과 잠재력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아직 사람들의 일상에서 PC나 모바일 정도의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VR 기기의 불편함, 비싼 가격, 멀미 등 애로사항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VR 기기는 발전하고 있고 VR 관련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다. 작은 VR방부터 대형 복합문화공간인 VR테마파크도 늘어나는 추세다. VR 시장은 어느 정도까지 왔을까?

▲ VR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이 VR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VR 헤드셋, 어디까지 왔나

대표적인 VR 기기가 VR HMD(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다. VR 헤드셋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2016년 4월 오큘러스 VR이 출시됐고 HTC의 바이브도 나오며 VR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삼성, 샤오미 등에서도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같은 VR 시장에 대한 관심사는 게임 시장에서 두드러졌는데 그 예로 2016년과 2017년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는 VR을 이용한 많은 게임들이 모습을 뽐냈다. 

현재 VR 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HMD 브랜드는 HTC 바이브, 오큘러스, 삼성 오디세이VR, 소니 PSVR 정도다. 모바일용 VR로는 구글 데이드림도 존재감 있다. 

VR 헤드셋은 아직 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HTC에서 바이브 무선 이용이 가능한 어댑터가 나왔지만 추가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배터리가 빨리 닳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그 외에는 PC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경우 유선 연결이 필요하며 이는 착용과 이용에 번거로움을 준다. 

오큘러스에서 지난해 5월 출시한 무선 독립형 VR 헤드셋 오큘러스 고는 PC나 모바일과 연결이 필요 없이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함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스펙이 다소 구버전으로 구성돼 있고 고사양 게임 실행에는 다소 제한이 있다.

선을 없애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VR 기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점차 VR기기가 무선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C와 연결하는 대표 격 VR 기기들의 가격은 60만원에서 80만원 수준이다. 꽤 부담스러운 가격임에도 전 세계 VR 헤드셋 판매량을 보면 VR 기기 수요자는 적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장 많이 팔린 VR 헤드셋은 PSVR이 130만대였고 오큘러스 고 110만대, 삼성 기어VR이 60만대, HTC 바이브가 20만대 수준이었다. 

▲ 2018년 말 기준 VR 헤드셋 세계 판매량. 출처=슈퍼데이터

그러나 가정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다가가기엔 여전히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게다가 VR 헤드셋은 대체로 고사양의 연결 PC를 요구하기 때문에 VR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VR HMD뿐만 아니라 고사양 PC까지 필요하다.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시장 확대를 위해 기기 가격을 낮추는 모양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처음 출시 당시 헤드셋과 터치 컨트롤러를 포함하면 약 800달러 수준이었지만 그 이후 점차 가격을 낮췄고 현재 3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올해 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오큘러스 퀘스트 또한 399달러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VR 헤드셋은 여전히 불편하다. 착용하는 동안 굵은 밴드가 양옆과 위를 조이는 형식이라 착용감이 좋다는 평은 쉽게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착용감과 별개로 VR 체험 자체에 멀미를 느낀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착용감 관련해서는 VR 업계 관계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며 이들은 VR 헤드셋이 안경 수준의 착용감이 구현되면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기의 그래픽 성능도 PC나 콘솔 게임 등과 비교했을 때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VR체험이 재미있다는 데는 많은 이용자들이 공감한다. 현재 대학가나 번화가 중심으로 크고 작은 VR방이 입점해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VR방 경험을 대체로 만족해한다. 일행들과 같이 즐기기에 재미있고 건전한 놀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실재감도 꽤 높다는 평이 많다.

▲ 오큘러스 퀘스트. 출처=오큘러스

올해 ‘오큘러스 퀘스트’에 관심 집중

VR시장에선 올해 나오는 신제품 중 오큘러스 퀘스트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과 차별된 기술을 통해 VR기기의 한 단계 발전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양손 컨트롤러가 도입되고 각도 인식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위치까지 모두 인식하는 VR 기기라는 점과 PC나 모바일 연결이 필요 없는 일체형 VR 기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체형 VR은 이미 오큘러스 고가 나온 바 있지만 오큘러스 고는 3DOF(Derees of Freedom)를 지원하는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6DOF를 지원한다. 3DOF는 ‘제자리’에서 360도 공간 체험을 할 수 있고 6DOF는 360도 공감 체험에 전후좌우 등 ‘이동’이 가능한 차이가 있다. 그만큼 품을 수 있는 콘텐츠폭도 넓어지는 셈이다. 

VR게임 개발사 리얼리티매직 김성균 대표는 “VR 헤드셋이 대중성을 잡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고성능 PC와의 연결이 필수적이고 유선 연결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는데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기기가 나오는 셈이라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기 스펙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엑스박스360이나 PS3 수준의 부품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콘텐츠 개발사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이다. 

▲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10층에 위치한 '롯데 몬스터 VR'에서 래프팅 어트랙션 콘텐츠를 관객들이 즐기고 있다.사진=임형택 기자

VR 테마파크, 늘어는 나는데…

VR테마파크와 VR방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전체적인 사업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단계로 분석된다. 한국 VR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약 600개의 VR테마파크 및 VR방이 있다. VR테마파크는 큰 규모의 융복합 놀이공간으로 게임 콘텐츠 외에도 VR놀이기구 등 어트랙션(탑승하는 형식의 VR)이 있는 VR형 놀이공원 정도로 볼 수 있다. VR방은 가볍게 게임 위주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VR테마파크의 대표적 업체는 스코넥, GPM 등이다. 스코넥은 의정부, 일산, 홍대 등에 VR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규모는 약 60평에서 500평까지 다양하다.

GPM은 몬스터VR을 운영한다. 몬스터VR은 백화점 최초의 VR 테마파크인 건대점, 송도점 등에서 운영된다. 오픈 초기 방문객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송도 몬스터VR은 2017년 8월 오픈 이후 한 달 만에 3만명, 4개월 누적으로 10만명 이용객 수를 돌파했다. 건대점 또한 오픈 10일만에 방문객이 1만5000명을 돌파하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KT도 5G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4차산업혁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VR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KT는 브라이트라는 도심형 VR 테마파크를 운영 중이다. 특히 회사 측은 지난해 2월 VR 콘텐츠 사업으로 3년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사업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앞으로 브라이트 매장을 2020년까지 200여 지점으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VR 사업에 좀처럼 속력이 붙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브라이트는 건대점과 신촌점 두 곳뿐이다. 내년까지 200개는커녕 지금있는 숫자보다 더 늘어날지도 의문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도 나온다.

▲ 브라이트VR테마파크 신촌점에서 손님들이 VR 게임을 즐기고 있다. 출처=임형택기자

산업규모 전망은 ‘긍정적’… 발전 위해 콘텐츠가 먼저 vs 장비가 먼저?

시장조사기관에서 발표하는 VR산업 규모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VR 시장 규모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장 기준 45억달러(한화 약 5조400억원)로 집계됐고 올해 예상 시장 규모는 2배 이상 성장한 96억달러(한화 약 10조7500억원)로 전망됐다. 2020년엔 145억달러(한화 약 16조25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VR 매출액 규모. 출처=슈퍼데이터

그러나 국내 사업체들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전망과 별개로 국내에서 VR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VR업계 관계자는 “VR 시장 전망이 좋다고는 하지만 국내 VR 사업의 매출 수준과 이미지 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토로했다. 이 사업체 또한 VR사업장을 서울에 확장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VR시장이 발전하기 위해 콘텐츠가 먼저 발전해야하는지, 기기가 먼저 발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기기가 먼저라는 입장은 VR HMD의 소형화, 경량화 등을 통해 편의성을 갖추고 그래픽 수준 등이 좋아지면 콘텐츠 수요자가 늘어나고 그에 맞춰 콘텐츠의 수준도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VR시장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VR장비의 가격과 편의성 등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VR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수급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그동안 VR 콘텐츠는 유저들을 수동적인 입장에 머무르게 했으며, 능동적 참여자로 유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참신한 VR콘텐츠가 필요하다. 실재감과 몰입감을 바탕으로 인터랙션이 가능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VR콘텐츠 등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몇 년 전 굵직한 기업들이 VR 기기를 하나둘 내놓으며 기대감이 충만해져 달아오른 VR 시장의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올해에도 산업 내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그러는 한편  VR기기는 발전하고 있다. 그 발전이 시장 관계자들이 희망하는 수준까지 얼마나 걸릴지가 관건일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