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서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선물하기 위한 쇼핑이 절정에 달하던 지난 2018년 12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한 비디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사람들에게 퍼졌다.

12월 17일에 올라온 이 비디오는 불과 2주 만인 2019년 1월 1일(현지시간) 조회수가 5100만건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비디오에는 자신의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누군가 가지고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사람이, 기발한 방법으로 가짜 택배 상자를 만들어서 도둑들을 곯려주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은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의 희열을 느끼게 했다.

비디오를 만든 사람은 나사(NASA)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로 자신의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가 자주 분실되자, 집에 설치한 폐쇄회로카메라(CCTV)를 통해서 이것이 단순 배달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가 훔쳐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문 택배 상자 털이범들은 차를 몰고 다니면서 상자가 놓인 집들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상자를 얼른 차량에 싣고 다음 집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택배 상자를 훔쳤다.

그는 이를 CCTV를 통해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단순 절도사건까지 수사할 여력이 없다고 거절해 이 엔지니어는 좌절감을 느꼈다.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4개의 휴대폰과 반짝이 가루와 방귀 가스를 넣은 가짜 택배 상자를 만들었다.

그는 무려 6개월에 걸쳐 제품을 디자인하고 시험 테스트를 거쳐서 마치 애플 제품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박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상자를 열 경우 반짝이 가루가 구름처럼 뿌려지고 동시에 4대의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서 상자를 연 사람과 그 주변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보너스로 방귀 스프레이를 통해서 고약한 냄새가 배출되고 휴대폰의 위치파악시스템(GPS)을 통해서 현재 택배 상자가 있는 위치를 알아낼 수도 있게 했다.

지독한 방귀냄새와 반짝이 폭탄 때문에 절도범이 택배 상자를 내던질 경우 이를 수거하기 위해서다.

반짝이 폭탄 상자는 대성공을 거뒀다. 택배 상자를 훔친 도둑이 자신의 차 안에 반짝이 가루가 뿌려지자, 욕을 하면서 상자를 차창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차 안에서 방귀 스프레이가 뿌려지자 친구들로 보이는 4명이 서로 욕을 하면서 얼른 버려버리라고 상자를 훔친 사람에게 말하는 모습이 나온다.

유튜브에 이 영상이 올라오자 사람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라면서 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도둑들을 곯려준 사람이 오히려 복수를 당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일종의 장난인 이 비디오가 이런 인기를 누린 것은 택배 분실이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크게 증가하면서 물품의 배송은 당연히 증가했는데, 아파트가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일반 주택이 많다. 때문에 집이 비어있는 경우에는 그냥 문 앞에 택배 상자를 놓고 가는데, 이때 분실되거나 착각으로 인해 이웃집에 가기도 하고, 비디오에서 나온 것처럼 도난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분실되거나 도난된 택배의 수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없지만, 배송전문업체 숄패키징코프에 따르면 약 1100만명의 사람들이 택배 상자를 분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택배를 배송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3분의 1 이상이 한 번 이상 택배가 분실되거나 도난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나 구글 등은 물품이 도난되거나 분실될 경우 100달러 이하의 제품은 바로 환불을 해주거나 재배송을 해준다. 하지만 고가품의 경우 고객들이 이런 배상정책을 악용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배달 관련 조사를 실시한 후 환불이나 재배송을 해준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여러 날을 기다려야 하거나 추가적인 불편함을 피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물품을 고객의 차량 트렁크로 배달해주거나 빈 집에 배달인이 들어가서 물건을 놓고 오는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집 대신에 직장으로 물품을 배송받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택배 분실에 대한 보험도 등장했다. 미국과 한국 모두 가족의 숫자가 줄어들고 이웃과의 교류가 적어지면서 사회적 네트워크가 약해지고, 이에 물품 분실이라는 현상도 더불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