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국내 웹툰 플랫폼 업계를 강타한 밤토끼 사태, 문재인 치매설 등을 퍼뜨린 가짜뉴스, 카카오를 휘감은 음란물 논란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보여줬을까? 범죄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와 함께,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름 의미있는 토론이 벌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핵심을 좁혀 '누가 처벌을 받아야 할까?'에는 이견이 갈린다. 정확히 말해 각자의 사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대목에서 카카오의 음란물 유통에 대한 검찰의 판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밤토끼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 큰 상처를 남겼다. 출처=갈무리

제작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불법 웹툰 플랫폼 밤토끼는 지난해 국내 콘텐츠 시장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밤토끼는 네이버와 다음, 레진코믹스 등의 웹툰을 불법으로 가져와 무료로 게시하며 도박 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광고료를 챙겼고,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두고 영업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이 2017년 1월부터 밤토끼를 통해 챙긴 돈만 10억원이 넘는다.

밤토끼는 경찰의 수사로 와해됐지만 유사 사이트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구글플레이에서도 불법 만화 콘텐츠 앱이 발견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밤토끼와 같은 콘텐츠 도둑질은 당연히 플랫폼이 처벌받아야 한다. 실제로 경찰은 이들을 구속했으며,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법원은 밤토끼에 피해를 입은 웹툰 플랫폼 중 하나인 투믹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관건은 유포자, 정확히 말하면 '밤토끼 등을 통해 불법 콘텐츠를 소비한 이들을 처벌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옮겨간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도 처벌해야할 공범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을 모두 적발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자정 활동에 방점을 찍으며 올바른 콘텐츠 소비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가짜뉴스 논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 등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미디어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가짜뉴스는 어떻게 근절해야 할까? 제작자와 유포자, 플랫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때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짜뉴스 논란 당시 정부는 문재인 치매설 등 가짜뉴스를 제작한 제작자들을 엄벌하려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실제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유튜브와 SNS를 비롯해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면서 "사생활과 민감한 정책현안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된 가짜뉴스까지 나도는 실정"이라며 가짜뉴스 논란을 거론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실제 규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창작의 자유다. 가짜뉴스를 걸러내야 한다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제작자를 엄벌하는 등의 규제를 마련한다면 오히려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밤토끼는 정상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시킨 사례며, 가짜뉴스는 비정상적인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유통시켰다는 차이점이 있다.

카카오 음란물 사태는 어떻게 봐야 하나
밤토끼 사태에서 정상 콘텐츠를 제작한 작가는 엄벌을 받을 사람이 아닌 보상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피해자다. 문제제기는 플랫폼에 집중된다. 유포자, 여기에서는 밤토끼에 드나들었던 이들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지만 법적인 처벌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짜뉴스 논란은 다소 다르다. 정상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여기서는 플랫폼도 큰 책임을 요구받게 된다. 다만 유포자는 밤토끼와 마찬가지로 책임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논란으로 촉발된 웹하드 불법 콘텐츠 문제는 어떨까. 여기서는 제작자와 유포자, 플랫폼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각 상황에 따라 다른 접근방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ICT 업계에 의미있는 논쟁이 벌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7일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4일 이 전 대표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기소 사유로 이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재직할 당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 아동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4년 6월14일부터 8월12일까지 카카오그룹에서 총 7115명에게 아동음란물이 배포됐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2016년 5월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으나, 선고를 앞둔 당시 재판부가 아청법 조항이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2015년 8월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해 재판이 중단된 바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현행 아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하여, 2년만에 중단되었던 재판이 재개됐다.

이 사태는 어떻게 봐야 할까. 현재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자전거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5년 카카오 감청 사태 당시 수사기관의 카카오 감청에 반대했던 이 대표가 검찰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검찰의 지난해 12월 기소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오픈넷은 검찰의 이번 기소를 두고 우려를 표했다. 오픈넷은 2일 "검찰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는 음란물을 신고하려면 설정 → 도움말 → 문의하기 → 그룹생성오류 → 유해게시물신고의 5단계나 거쳐야 하므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져 상시적 신고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에는 이용자 본인을 소개하는 프로필에 음란물을 상징하는 단어를 금지어로 등록했고, 카테고리를 등록할 때 사용하는 단어에도 금지어를 등록했지만 카카오그룹은 그런 기능이 없으므로 아청법 상의 필터링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 "상시적 신고 기능은 법에 의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갖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므로, 5단계라서 접근성이 떨어져 범죄가 된다는 검찰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금지어 필터링의 경우에는 검찰이 지적한 기술만으로는 아동음란물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하기가 어려워 그 기술의 도입 여부로 범죄성부가 결정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이어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술적 조치를 특정해서 이 기능을 도입 안 했으니 범죄라고 한다면 카카오가 모든 콘텐츠를 육안으로 모니터링했어야만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오픈넷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 즉 정보매개자에게 특정 불법정보를 찾아내서 삭제하라는 의무를 지운다면, 결국 그 사업자는 플랫폼 상의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사업자에 의한 사적 검열을 의무화 하는 것이고, 자유로운 정보유통과 공유라고 하는 인터넷의 기본 철학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픈넷은 "정보매개자도 기여 정도에 따라 제작자나 유포자, 또는 방조자로 처벌하면 되는데, 사전적인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여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정보매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검찰의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에 대한 아청법 위반 구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법원은 인터넷 생태계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이번 사건에 대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픈넷의 주장은 제작자, 유포자, 플랫폼 중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무조건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과 온도차이가 있다. 특히 정보매개자, 즉 플랫폼의 경우 사전에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이 정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짜뉴스 당시 제작자 처벌을 둘러싼 논란과 결을 함께한다.

결국 불법 콘텐츠, 가짜뉴스, 음란물 등 미디어 시장 전반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논란들은 처벌의 대상을 둘러싸고 많은 담론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당장 마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고 철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