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ICT 기업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구글의 외연 확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렇다면 대안은 뭐냐?"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구글 유튜브의 시장 독과점을 경계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토종 플랫폼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유튜브의 지나친 팽창은 우려스럽지만, 그렇다고 아프리카TV 등 토종 플레이어를 무턱대고 지원하고 지지하기에는 그림자가 너무 짙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아프리카TV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출처=아프리카TV

유튜브 천하에 속수무책
현재 국내 미디어 업계는 구글 유튜브 천하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용시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 세대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317억분이다.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세대를 유튜브 이용시간이 1위를 기록한 가운데, 10대에서는 더욱 파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 세대에서 가장 많은 86억분을 유튜브 시청에 사용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유튜브가 국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내 ICT 기업 역차별 문제가 거론된다. 막대한 망 비용을 통신사에 제공해야 하는 국내 사업자와 달리 유튜브는 캐시서버라는 일종의 '무료 쾌속패스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쓰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튜브가 일종의 특혜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각에서는 유튜브가 특혜를 받는 이유도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통신사들이 유튜브에 캐시서버를 부여한 것은 유튜브와 모종의 거래를 통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유튜브의 존재가 통신사 네트워크에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캐시서버라는 특혜가 주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과도한 특혜가 국내 ICT 기업 역차별 문제로 비화되는 장면은 우려스럽지만, 그 본질마저 희석시키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세금 탈루 등의 문제는 정당한 지적이지만 최소한 유튜브 등 글로벌 ICT 기업이 가진 능력과 시장 선진화, 고객 유인 효과까지 무시하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국내 미디어 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국내 ICT 기업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기 전 국내 플레이어들의 능력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직접적인 비교의 대상은 아니지만 국내 플레이어 중 그나마 유튜브에 대항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프리카TV다.

한 때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장악했던 아프리카TV는 인터넷 실명제 논란, 국내 ICT 기업 역차별 이슈 등으로 현재 미비한 존재감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프리카TV의 저조한 실적을 외부 환경에서만 찾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외부의 문제만큼 플레이어 스스로의 문제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유명 BJ로 활동하던 대도서관이 탈 아프리카를 선언하는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수익정산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내부 플랫폼 생태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일부 BJ들이 성폭행을 모의하는 한편, 일반적인 사회 규범을 벗어나는 행위를 벗어나는 등 플랫폼 잡음이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해 5월 BJ 요베비로 활동하는 C 씨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무단으로 침입해 선정적인 춤을 추며 아프리카TV 방송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음주운전 생중계, 폭력, 광주 민주화 운동 비하 등 유독 아프리카TV에서 사고가 잦은 편이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사고는 발생한다. 다만 일상속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유튜브와 달리 아프리카TV는 콘텐츠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시간이 갈수록 극단적인 취향들만 모이며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유튜브보다 먼저 인터넷 생중계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지만 현재 아프리카TV는 철저하게 '그들만의 리그'로 좁혀지며 외면받고 있다.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아프리카TV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도 의미심장하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은 2일 국내 모바일 동영상 플레이어와 앱 사용시간 및 점유율을 발표하며 유튜브는 지난해 모든 앱들의 총 사용시간인 369억 분 중 86%를 점유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아프리카TV는 3%로 밀리며 '희귀종'이 됐다는 평가다. 이대로면 새로운 무대인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아프리카TV는 완전히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아프리카TV는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 유튜브에 철저히 밀리고 있다. 출처=와이즈앱

대중적인, 더욱 큰 그림으로
아프리카TV는 올해 유튜브 대항마인 프리캣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VOD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아프리카TV의 폐쇄성이다. 콘텐츠가 적기 때문에 더욱 자극적이고 문제있는 영상들이 올라오면서 대중의 감정과는 철저히 괴리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수준이라면 아프리카TV가 유튜브를 대체해도 전체 미디어 시장에는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