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라트남은 프랑스로 휴가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인 2007년 7월 2일, 오후 4시 직전에 루미 칸으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칸은 그녀의 남아시아계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뜨거운 정보를 라자라트남에게 전했다.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힐튼호텔을 주당 11.45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47.50달러에 매수한다는 정보였다. 칸은 이 정보를 무디스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로부터 입수했다.

칸은 이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콜옵션 550계약을 매수했고, 다음날 100계약을 추가로 매수했다. 그리고 라자라트남에게 이 정보가 내일 공시될 것이라고 전달했다. 라자라트남과 갤리언은 이 정보를 받은 다음 날인 7월 3일, 갤리언 펀드는 힐튼 주식 40만주를 매수했다.

7월 3일, 시장이 끝난 후 힐튼은 블랙스톤과의 거래를 발표했는데, 블랙스톤이 당일 종가인 36.05달러에 주당 11.45달러의 프리미엄을 얹어 힐튼을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로서 국경일이었고, 다음날인 7월 5일 시장이 열리면서 힐튼 주식은 주당 45.39달러로 치솟았다.

칸은 즉시 콜옵션을 모두 매도해서 63만달러의 이익을 얻었다. 그녀는 정보원에게 사례비로 1만달러를 지급했다. 갤리언 펀드는 410만달러를 벌었다. 7월 3일, 라자라트남은 갤리언의 거래 이외에 찰스 슈왑에 있는 라지브 고엘의 계좌로 7500주를 매수했다가 7월 6일 매도해서 약 7만8000달러의 이익을 챙겨 주었다.

라자라트남이 프랑스에서 고엘을 만났을 때 힐튼호텔 건에 대해 뻐기며 자랑했다. 고엘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후일 그 거래가 고엘의 운명을 비틀며 칠흑 같은 감옥 속으로 끌고 가는 비극적인 증거가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SEC의 변호사들은 급증하는 힐튼호텔의 거래 상황을 보고 있었다. 7월 4일 휴일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뉴욕증권거래소에 힐튼호텔 거래에 관한 모든 자료를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거래 내역이 파일 상태로 전산화가 되어 있지 않아 전산 시트에 프린트된 자료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힐튼호텔의 매수자 명단에서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대량으로 거래한 사람은 라자라트남이었다. 그의 동생 란겐 라자라트남 역시 세드나 계좌와 자신의 개인 계좌로 거래했다. 라지브 고엘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흥분시키는 이름은 루미 칸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힐튼호텔 매수자 명단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이들은 모두 블랙스톤의 힐튼호텔 인수라는 내부정보로 연결되고 있었다. 내부정보가 이 망을 타고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누가 소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힐튼호텔 거래는 그동안 진척이 없이 지지부진했던 갤리언 수사에 탄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라자라트남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내부정보 네트워크의 링 하나를 분명히 잡은 것이다.

힐튼호텔 매수자 명단에 칸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SEC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6월, SEC에서 있었던 라자라트남 조사 이후에 SEC는 칸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뒤지고 있었다. SEC 뉴욕 본부에서 라자라트남을 조사한 지 5일이 지난 후, SEC 조사관들은 칸과 라자라트남이 2006년 1월 9일에 서로 교환했던 결정적인 메신저를 찾아냈다.

 

rajatgalleon: hey (헤이)

rajatgalleon: u back (너 돌아왔니)

roomy81: I am here (나 여기 있어)

roomy81: did not go any where (아무 데도 가지 않았어)

rajatgalleon: call me... just get back today(전화해, 오늘 막 돌아왔어)

roomy81: please let me know on JNPR (JNPR에 대해 알려줘)

roomy81: donot buy plcm till I get guidance(plcm을 내가 가이드를 줄 때까지 사지 마)

roomy81: want to make sure guidance OK(확실한 가이드를 줄게)

 

PLCM은 폴리컴, JNPR은 주니퍼 네트워크의 각각 티커 이름이다. 마지막 문장에 SEC 조사관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 메신저에 따르면 칸은 폴리컴 내부에 정보원을 가지고 있고, 그가 칸에게 폴리컴의 내부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이 메신저는 칸이 라자라트남에게 비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칸과 라자라트남이 같은 날 힐튼호텔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 사이에 비밀스러운 정보 채널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더욱 굳혀 주었다.

이제 SEC 변호사들은 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폴리컴의 내부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 필요했다. 칸은 너무 많은 통화를 했다. 그녀가 집에서 업무로 사용하는 전화가 6개였고 핸드폰은 3개를 사용했다. 2007년 8월, 전화 기록을 뒤지기 시작한 지 몇 주가 지나지 않아 SEC 조사관은 폴리컴의 내부자가 수닐 발라라는 사실을 잡아냈다. SEC 조사관은 흥분했다. 칸에게 폴리컴 내부정보를 제공한 내부자를 잡은 것이다.

칸은 발라를 통해 폴리컴의 내부정보를 얻었고, 그 정보를 다시 라자라트남에게 전달했다. 칸과 라자라트남 사이에 중요한 메신저 교환이 있었고, 칸과 발라의 통화는 바로 그 직전에 이루어졌다. 그것은 정말 중요한 돌파구였다.

2007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라자라트남 사건에 매달렸던 SEC 조사관들은 2개의 주식, 즉 폴리컴과 힐튼호텔의 거래를 통해 라자라트남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내부정보의 네트워크를 잡게 되었다. 이들 거래는 전형적인 내부자거래였다. 그러나 SEC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는 정황증거(정황증거란 소송에서 특정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아니지만, 정황상 또는 경험칙상 특정 혐의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간접 증거를 말한다)들이었다.

수많은 주식을 매일 사고파는 대형 펀드인 갤리언의 경우, 정보 제공자의 증언 같은 결정적인 증거 없이 이 정도의 정황증거만 가지고 형사 법정으로 끌고 가기엔 승산이 크지 않았다. 그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어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아니라고 반박할 것이 분명했다.

SEC 조사관들은 자신이 직접 정보 제공을 했다고 증언을 해줄, 라자라트남의 내부정보의 링에 속한 누군가를 반드시 찾아야 했다. 매우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가능한 표적을 찾아서 정부 측 증인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한 방에 해결해야만 했다. 만약 이러한 딜이 실패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통째로 날아가 버릴 수 있었다.

SEC 조사관들은 칸이 최적의 표적이라고 생각했다. 힐튼호텔의 조사를 끝낸 SEC 조사관들은 칸의 이름과 거래 상황을 FBI 특별 수사관인 B. J. 강(B. J Kang)에게 보냈다(그는 한국인인데, 그의 이름이 발음하기 어려워 미국인 친구들은 그의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그렇게 불렀다). 그는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을 가진 전형적인 FBI 수사관이었다. 정부는 그녀의 범죄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정부 측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에 몰려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SEC 조사관들은 FBI의 B. J. 강에게 그녀의 약점을 압박해서 반드시 정부 측 증인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연방 검찰 역시 SEC의 생각에 적극 동의했다. 이제 갤리언을 잡느냐 못 잡느냐의 승부는 칸을 내부자로 포섭하느냐 여부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