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9 개막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현지를 뜨겁게 달굴 국내 ICT 업계의 경쟁력이 새삼 눈길을 끈다. 5G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 로드맵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 박정호 SKT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T

화두는 5G

올해 CES 2019 화두는 5G다. 강력한 네트워크 파워로 무장한 5G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통신3사는 5G 상용화를 위한 행보에 돌입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일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서울, 경기도 성남·안산·화성·시흥, 6대 광역시, 제주도 서귀포시, 울릉도·독도(울릉군) 등 전국 13개 시·군 주요 지역에 5G 전파를 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같은 시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트워크 관리센터’에서 “5G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며, “SK텔레콤은 CDMA 디지털 이동전화부터 LTE까지 모바일 신세계를 이끌어 온 ICT리더로서, 소명감을 갖고 5G가 불러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선구자가 되자”고 밝혔다.

KT는 5G 전파 송출과 함께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KT 5G 1호 로봇 가입자를 배출했으며 LG유플러스도 5G 가동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올해 CES 2019를 기점으로 5G 시대는 더욱 선명하게 구현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 7월 5G 도입에 따른 주요 산업과 환경변화를 전망한 5G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출간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개 산업과 4개 기반환경에 대해 5G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2025년 최소 30조3235억원, 2030년에는 최소 47조7527억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연도의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이다. 특히 10개 산업 중 자동차 산업은 텔레매틱스 가치 증가 등으로 2025년에 3조3000억원, 2030년 7조2000억원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발생될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의 5G 경제 보고서도 무궁무진한 네트워크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2035년 5G에 따른 경제 효과는 12조3000억달러에 이르고 일자리는 2200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ETRI가 펴낸 <5G 시대가 온다>에 따르면 5G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고, 이미 현실로 다가온 미래라는 평가다. 보고서는 SF 작가인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5G를 미래가 아닌 현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ES 2019를 통해 5G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보여줄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CES 2019에 참가해 두 곳에 전시 부스를 차린다. SK 공동부스에서 단일광자LiDAR(라이다), HD맵 업데이트 등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이는 한편 SM엔터테인먼트 공동부스에서는 홀로박스(HoloBox), 옥수수 소셜 VR 등 5G 실감 미디어의 근미래상을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5G와 함께 인공지능, 블록체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도 CES 2019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가전제품과 연결되려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해 CES 2018에서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워 글로벌 가전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 바 있다.

▲ 삼성전자의 새로운 더 프레임이 눈길을 끈다. 출처=삼성전자

누가 누가 참전하나

삼성전자는 CES 2019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 우위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 모두 CES 2019를 찾아 북미는 물론 글로벌 시장 존재감을 점검할 방침이다. 지난해 CES 2018 등에서 마이크로LED 등 혁신제품은 물론 스마트싱스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공개한 가운데, 올해 CES 2019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과 관련된 다양한 전략이 구사될 가능성이 높다.

신형 더 프레임과 세리프TV가 눈길을 끈다. 2019년형 더 프레임엔 최초로 Q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프리미엄 TV의 디스플레이가 재연되는 셈이다. QLED 디스플레이는 100%의 컬러 볼륨과 뛰어난 명암비, 더욱 깊고 풍부한 블랙 표현을 통해 최고의 화질을 구현하며 인공지능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가 지원된다. 넷플릭스, 유투브TV, 훌루(Hulu), 슬링TV(Sling TV) 등 각종 방송 플랫폼과 연동되는 것은 물론 간단한 음성명령으로 TV를 제어할 수 있다. 강점인 아트모드도 강화됐다.

신형 세리프TV도 등장한다. QLED가 지원되며 매직스크린 기능도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추종석 부사장은 "과거 TV는 화질과 성능 등 기술적 측면이 강조돼왔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일상 공간에 스며드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삼성은 더욱 새로워진 더 프레임, 세리프 TV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TV 이상의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트 엑세스도 CES 2019를 빛낼 삼성전자의 비밀무기다. TV와 주변기기를 단순히 연결하는 미러링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며 강력한 보안,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하는 데스크탑 가상화(VDI,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기능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리모트 액세스는 무선으로 원격 및 근접 거리에 있는 PC · 스마트폰 · 태블릿PC 등을 TV와 연결해 TV의 대화면에서 각 제품 내 설치된 프로그램과 앱을 제어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모바일 기기의 협소한 디스플레이 사용자 경험을 TV라는 대화면으로 끌어낸 것이 장점이다. 단순히 미러링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TV와 연결된 다양한 기기의 입력장치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 별도의 케이블로 연결할 필요는 없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TV의 넓은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다.

LG전자는 박일평 사장이 기조연설에 나서는 한편 인공지능과 가전의 연결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LG디스플레이도 중요 경영진이 현지에 급파되어 차세대 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SK는 CES 2019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이완재 SKC 사장 등 주요경영진이 CES 2019 현장을 찾는 가운데 SK 관계사들은 CES에서 처음으로 공동 부스를 마련해 ‘Innovative Mobility by SK(SK의 혁신적인 모빌리티)’를 테마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전시 부스가 밀집한 North hall에서 SK 모빌리티 기술을 전 세계 관람객에게 보여준다는 각오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LiBS(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를 전시하며 활로개척에 나선다는 각오다. 나아가 폴더블폰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투명 PI필름 ‘FCW(Flexible Cover Window)’도 선보일 예정이다.

▲ SK의 CES 2019 전격전이 눈길을 끈다. 출처=SK

SK텔레콤이 출격을 준비하는 가운데 SK 하이닉스는 ‘Memory-Centric Mobility(메모리 중심 모빌리티)’를 컨셉으로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 등에 필수적인 차량용 D램과 낸드플래시를 전시한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주행 경험과 안정성 향상 등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메모리 반도체는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에 가장 중요한 부품이 된다. 이에 발맞춰 차량-데이터센터 간 통신과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Enterprise SSD를 선보일 예정이다.

SKC는 자동차 케이블 경량화에 유리한 ‘PCT 필름’, 자동차 유리 파손 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리 접합 ‘PVB 필름’ 등을 전시한다.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의 무게를 줄여주는 방열소재 ‘그라파이트 시트’, 전기차 내 전력반도체에 쓰이는 ‘탄화규소(SiC)’, 친환경 폴리우레탄 내장재 등도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주요 경영진의 광폭행보도 눈길을 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과 주요 임원들은 CES에서 5G 시대 주력 사업인 미디어, 모빌리티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과 두루 만남을 가지며 장벽 없는 협력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과 임원들은 글로벌 고객사 대표들과 미팅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CES 기간 중 현지에서 BM(비즈니스모델) 혁신 담당 임원들과 전략회의를 개최해, BM혁신 방향을 검토하고 올해 사업전략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스토리지, 칩셋 분야 글로벌 기업들을 차례로 만나, 글로벌 ICT 생태계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SKC 이완재 사장은 전기차 관련 파트너십 타진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HUD(전방표시장치)용 자동차 유리 접합필름, 자동차 케이블 경량화 필름, 자동차 배터리 경량화 방열소재 등 SKC의 고부가 소재를 알리는데 주력한다.

네이버도 자율주행차 및 인공지능 가능성 타진을 위해 CES 2019에 참여한다. 퀄컴과는 자율주행차에서 협력하고 그 외 다양한 가전 파트너와 만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의 ‘구글 따라하기’에도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