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3 대책 이후 아파트 수요자들의 매수 의도는 꺾이고,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통계시스템.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대출 규제와 세제개편을 담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인 9.13 대책 이후 세 달이 지난 시점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매수인들은 추가 하락을 기대하고 관망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24일 기준 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 등 동남권의 매매수급지수는 85.6을 기록했다. 이는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9월 10일 124.5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매매수급동향지수는 0와 200 사이의 값에서 산출하는 지수 개념이다. 100을 기준으로 밑돌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우위를, 웃돌면 공급에 비해 수요가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지수에 따르면 동남권은 현재 매수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전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전체의 매매수급동향지수는 9월 10일 116.3에서 12월 24일 90.4로 급감했다. 24일 기준 강북 도심권은 94.7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동북권 91.3 ▲서북권 87.3 ▲서남권 93.5로 모두 100 이하다.

거래 건수 역시 줄었다. 감정원의 ‘매매거래지수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체는 9월 10일 51.9에서 24일 현재 32.9를 기록하고 있다. 동남권은 이보다 높은 61.1에서 시작해 24일 35.3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해당 지수 역시 0~200 사이의 값 가운데 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한산하고 20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활발함을 의미한다.

재건축과 분양 등으로 분주한 서초구 반포동의 B공인중개사는 “아직 반포동, 잠원동은 급매가 뜸한 분위기”면서 “매수하는 움직임이 딱히 나타나지 않는데다, 집주인들은 버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개사는 이어 “특히 이 주변 아파트들은 3.3㎡당 6500만원을 훌쩍 넘고, 신반포3차아파트는 약 29억원, 반포우성아파트는 25억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시세가 형성돼 있다”면서 “매도자들이 애초에 싼 값에 내놓으려는 의사가 없어서, 오히려 9,13 대책과는 별개로 자발해 거래절벽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신반포3차아파트는 전용면적 107㎡~164㎡로 이뤄진 매물 7개가 시장에 나와 있고, 시세는 약 28억4000만원에서 30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역시 급매물이 없다고 답변한 강남구 대치동 B공인중개사는 “매물, 매수 모두 잠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수문의는 간간히 있긴 하지만 실제 사려는 사람보다는 가격이 언제 추가로 떨어질지 가늠해보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현금으로 모두 계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몇 사람이나 사려고 나서겠나”라고 반문했다. 중개사는 “그런가 하면 대치동 아파트 보유자들에게 중개사들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분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길 뿐, 대치동은 떨어질 일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락세를 체감하려면 해가 넘어가고도 이 기세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하락세와 별개로 움직이는 대치동 아파트 시장을 두고 중개사는 “매매가가 떨어지는 한편 전세가는 많이 올라가니, 견딜 만 하다고 여긴 집주인들이 가격 하락을 저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18년 10월 이후 강남4구는 거래 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거래절벽 현상은 월별 거래 건수로 따져봤을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강남4구의 월별 거래건수 추이는 지난 2017년 9월 이후 몇 번의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모두 500건 이하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는 이상 과열로 매매가가 폭등한 6월과 7월에 반등했고,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전후(8~10월)로 다시 한 번 추격매수를 노린 흔적들이 보인다. 이는 11월 들어 각각 358건, 445건으로 내려앉은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공급 우위의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은 하락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에 이어 –0.08% 하락하면서, 11월 2주 이후 연속 7주째 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강남 11개구는 지난 12월 17일의 하락률인 –0.11%에서 추가로 –0.12% 하락폭을 더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구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송파구와 강동구는 구축·신축 모두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정원은 지난 12월 19일 ‘3기 신도시’ 등 구체화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이 발표된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영향, 전세가 안정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서초구 서초동 S공인중개사는 “급매물이 전용면적 84㎡에서 한 두 개 정도 있지만, 6~8월 오른 매매가에서 약 1억2000만원 정도 하락했다”면서도 “해당 단지가 어디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중개사는 “그렇지만 소폭 하락하는 것만 갖고는 매수 흐름이 다시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해당 중개사무소 주변에 자리한 서초푸르지오써밋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등 우수한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해당 단지는 3.3㎡당 5800만원을 호가하고, 전용면적 80.96㎡~138.78㎡에 걸쳐 약 20억~23억원 정도에 약 74가구가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