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인 평일 야간과 토‧일요일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이 많이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가 올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 편의점 브랜드가 올해 안전상비의약품 시간대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의 매출이 2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매출이 높은 시간대는 오후 5시부터 9시로 27.7%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시간대별 매출 비중은 이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14.3%, 오전 9시~오후1시 11.3%, 오전 5시~8시 10.5%, 새벽 1시~4시 6.8%다.

▲ 안전상비의약품 시간대별 매출 비중(2018년 기준, 단위-%). 출처=국내 편의점 브랜드

요일별로 안전상비약의 주말 매출 비중은 토요일 17.3%, 일요일 22.8%로 전체 매출 비중의 40.1%를 차지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인 평일 비중은 각각 11~12% 수준이다.

편의점 상비약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약은 ‘타이레놀 500mg’ 35.5%, ‘판콜 A 내복액’ 23.8%, ‘판피린티정’ 11.2%로 해열진통제 계열이었다.

편의점 상비약 품목은 첫 논의가 시작될 때 ‘품목별’ 혹은 ‘제품별’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2012년 11월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등 제품 13종 판매로 결정된 후 6년 동안 품목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안전상비의약품 연도별 매출 신장률(단위 %). 출처=국내 편의점 브랜드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안전상비의약품 매출 신장률은 2014년 28.0%, 2015년 15.2%, 2016년 24.2%, 2017년 19.7%로 꾸준히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매출 신장률은 12.2%다.

정부는 제산제와 지사제, 화상연고 등을 포함한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부터 논의를 하고 있지만, 대한약사회 등 이익단체의 의견과 여러 소비자의 다양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올해 8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 판매가 개시됐고, 이후 박근혜정권이 재벌친화 정책을 이어왔다”면서 “편의점 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익은 재벌 유통업계가 벌어들이고 있다”면서 편의점 유통업계를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또 “재벌 유통업계는 적게는 20~40% 수수로를 점주에게 요구하고 있다. 기존 5년 동안 매출액 증가를 보면 편의점주에 비해 유통업계가 7배 높다”면서 “안전상비약 판매품목 확대 역시 재벌 친화 정책으로 적폐정책이다. 기존 (안전성) 검토기준을 폐지하고 약사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안전성 검토기준을 만들어 품목지정논의를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방자치단체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이나 달빛어린이병원과 연계한 달빛약국, 병‧의원을 연결한 당번약국 등의 대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한 시민은 “많은 나라에서 드럭 스토어, 편의점과 마트에서 상비약을 팔고 있다. 소비자의 약 접근성이 중요하다”면서 “약 소비가 늘어나면 제약산업에 활력을 넣고, 더 다양한 약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민은 “공공심야약국을 확대하고 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노인전담약사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안전성과 편의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