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 이미화 사진기자

[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올해 초부터 시행하는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 덕분에 카드사들은 최장 117일까지 마음대로 융통할 자금이 생겼다. 룸살롱 등에서 고객이 결제한 금액이 카드사에 무이자 단기 금융상품을 제공한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26일 국세청은 유흥‧단란주점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 대해 신용카드사를 통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흥‧단란주점업을 영위하는 사업자(간이과세자 제외)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재화, 용역을 공급하고 소비자가 해당 대가를 신용카드(직불, 선불카드 포함)로 결제하는 경우 결제금액의 4/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카드사가 가맹점을 대신해 납부한다.

단란주점에 간 소비자가 110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업자는 신용카드사에 110만원의 대금을 청구한다. 이후 신용카드사는 4만원을 제외한 106만원을 가맹점 사업자에게 입금하고 4만원은 세무서에 납부한다.

제도 시행 전에는 카드사에 가맹점 매출에서 VAT를 포함해 지급하였다. 사례의 경우처럼 수수료비용이 없다면 카드사가 가맹점에 110만원을 전부 지급하고 가맹점이 신고납부기한까지 VAT매출세액을 납부한다. 

▲ VAT대리납부제도 흐름도 <출처-국세청 보도자료>

체크카드의 경우 즉시 대금 정산이 바로 이뤄진다. 만약 7월1일에 110만원을 고객이 체크카드로 결제할 경우 11월 25일까지 117일간 4만원을 카드사가 보유하게 된다. 신용카드는 결제·정산일과의 차이(신용공여기간)가 최소 14일부터 최대 42일이다. 약 2달 반(75일)에서 3달 반(103일)정도 4만원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미리 받은 VAT는 회사가 납부기한 전까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이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무상의 대가다.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이 카드사의 새로운 자금통로가 되는 형국이다.

국세청도 카드사가 얻는 이익과 사업자가 받는 피해를 인지하고 있다. 대리납부제도를 적용받는 사업자의 자금 압박 문제도 고려, 대리납부세액 공제 제도 및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한도를 확대했다.

신용카드사가 무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용카드사가 기한의 이익을 받는 건 사실”이라며 “이 제도를 논의할 당시 카드사의 반발도 있었고, 시스템 개발 비용도 고려했다”고 대답했다.

체납 사업자 조기 차단

#과거 증권사에서 영업 업무를 담당했던 A씨(37세)는 룸살롱에서 접대 후 회사 내 경리팀과 만나는 일을 상당히 꺼려했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100만원이고, 카드로 결제하면 150만원이라고 룸살롱에서 으름장을 놓아 울며 겨자 먹기로 100만원 결제를 했는데 증빙서류가 없어 경리팀과 항상 충돌이 있었다.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어떤 룸살롱은 탈세를 위해 150만원 매출을 100만원까지 줄여도 이득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2019년 초부터 시행하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도 적용 업종들은 사례와 같은 현금 결제로 매출을 숨기는 방식 등으로 과소 신고를 빈번하게 행하는 업종이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세수 유출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룸살롱, 바(bar), 스탠드 바 등 일반유흥 주점업, 나이트클럽, 카바레 등 무도유흥 주점업, 단란주점업을 영위 사업자(간이과세자 제외)에게 VAT를 걷지 않고 카드사에게 미리 받아 체납 자체를 원천부터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B2C(Business to Customer)거래에서 부가가치세 체납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신용카드사가 결제금액의 일정부분을 원천징수해 사업자 대신 납부하는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대리납부세율은 유흥·단란주점업의 부가가치율을 고려, 4/110으로 정했다. 룸살롱 등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온전히 종업원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주류, 공간대여, 인테리어 등 전단계 사업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도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관계자는 “유흥‧단란주점업의 부가가치율을 고려해 사업자가 실제 부담하는 수준으로 대리납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