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반짝 추위가 찾아왔을 때 친구와 전시회를 가느라

몇 군데 미술관을 순례한 일이 있습니다.

동행한 친구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해서 왜 추운 날 이런 데를 다니는가 얘기를 했습니다.

문득 마주친 그림 앞에서 얼어붙기를 기대하며 이런 순례를 한다고 자문자답했습니다.

그날도 자화상 그림 앞에서 한참을 있었습니다.

예전 파리 로댕미술관의 어느 조각 앞에서,

또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어느 회화 작품 앞에서

몇 시간도 부족해 그 다음날도 갔었노라고 얘기했습니다.

여행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연 풍광이나 만난 사람들의 모습 등에서

예술 작품 앞에서 얼어붙듯 그러길 열망하게 되는데,

여기 여행 문화 전문가 연호탁의 글도 그걸 말하는 듯 합니다.

‘초원의 밤은 어떤가?

인공의 불빛 없는 초원 위 까만 밤하늘엔 소리 없는 별의 향연이 펼쳐진다.

별이 초원 위로 쏟아지고, 또 쏟아지고, 급기야 별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은 일생의 축복이다.

말을 놓치고, 잃고, 숨이 멎고, 응고된 시선으로 자연이 이뤄낸 절경을 보고 있으면,

심장도 일시 멎는 것 같다

그곳에 나는 없다. 나는 녹아 별이 되고, 밤이 되고, 바람이 된다.

내가 사라지고 없는 자리에서 모순되게도 나는 희열을 느낀다.

때론 눈물을 짓는다. 그러다 내가 되살아난다...‘

살면서 생계를 벗어난 취향이 퍽 중요함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성패에 관계없이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을 절대 공감하고 있습니다.

취향, 좋아하는 일이 다 비슷할 테니까요.

새해에도 그런 도전을, 순례를 좀 더 하고 싶습니다.

지난 연말에 절친 아들의 결혼식에 떠밀려 주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주변 친구들이 요즘 주례는 3분내에 길어도 5분내에는 끝내는 게 예의라고 아우성였습니다. 그 말들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례말은 짧게 하고, 마지막에 여운이 있는 말을 넣어

짧은 주례사를 나름 보완하자고 연구(?)도 해보았습니다.

소감 한마디와 부모님께, 또 신랑, 신부에게 주고 싶은 말을 서둘러 전한 후에

마지막에 중국 속담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마음속에 푸르른 가지를 간직한다면, 노래하는 새가 찾아오리니!‘

그들의 멋진 인생길에 노래하는 새가 깃들기를 축원 했습니다.

새해 우리네 인생도, 또 취향에서도

푸르른 가지를 가꾸어 노래하는 새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