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이나 설날엔 떡국을 먹습니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떡국은 긴 가래떡을 식혀 굳으면 칼로 어슷하게 썰어 엽전 같이 납작한 떡을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고 끓이는 국’이라 합니다. 긴 가래떡은 길게 오래 살라는 장수(長壽)의 기원이며, 엽전모양의 둥글납작한 떡은 부(富)를 기원한다고도 합니다. 또,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고 끓였는데, 이 소고기와 꿩고기가 귀해서 넣었던 것이 바로 닭고기였답니다. 덕분에 재미있는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탄생하게 되었죠. 그밖에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래가 재밌는 속담을 추려봤습니다.

# 떡국에서 유래된 “꿩 대신 닭”

‘꿩 대신 닭’이란 속담은 꼭 적당한 것이 없을 때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입니다.

원래는 설날 떡국에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었답니다. 특히 꿩고기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 꿩을 ‘하늘 닭’이라고 해 천신(天神)의 사자로 여겼으며, 길조(吉鳥)로 생각해 농기(農旗)의 꼭대기에 꿩의 깃털을 꽂는 풍습이 있을 정도로 상서로운 새로 여겨 선호했답니다. 하지만 꿩고기는 귀해서 일반 가정에서 엄두를 못 내 기르는 닭을 잡아 닭고기를 떡국에 넣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은 여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요즘에는 주로 소고기를 넣고 떡국을 끓이니 ‘꿩 대신 닭’이란 표현이 다소 무색해졌네요.

# 매사냥에서 나온 “시치미 떼다”

꿩과 관련된 속담이 또 있습니다. 바로 ‘시치미 떼다’입니다. 그 뜻은 ‘자기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알면서 모르는 체하다’로,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해놓고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우길 경우에 상대방이 ‘시치미 떼지 마’라고 하기도 합니다.

유래는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 때, 매를 사용해 꿩을 잡는 매사냥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궁궐에서부터 시작된 매사냥은 귀족사회로 퍼지며 많은 이들이 매사냥을 즐겼답니다. 매사냥이 성행하자 길들인 사냥매 도둑질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자기 매에게 이름표를 달아 표시했는데 그것을 ‘시치미’입니다. 그런데 매를 훔쳐간 도둑이 이름표인 시치미를 떼고 자기 매라고 하는데서 ‘시치미를 떼다’가 나왔습니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소나 말 등 가축의 도난을 막기 위해 가축의 엉덩이에 불도장을 찍어 소유를 증명하는 브랜드 유래와 비슷해 보입니다.

또, 매와 관련된 말로 ‘매몰차다’, ‘매섭다’도 있습니다. ‘매몰차다’는 ‘매가 꿩을 몰아서 차다’에서 나온 말로 ‘인정이나 싹싹한 맛이 없고 아주 쌀쌀맞다’는 뜻이고, ‘매섭다’는 ‘매가 사납다’에서 나와 ‘남이 겁을 낼 만큼 성질이나 기세 따위가 매몰차고 날카롭다’라는 뜻입니다.

# 제수(祭需)음식에서 나온 “그 정도면 약과”와 “감쪽같다”

‘그 정도면 약과’는 ‘그 정도 당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만하기 다행이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제사상에 오르는 ‘약과’가 왜 있을까요. 밀가루에 꿀과 기름을 섞어 만든 약과는 고려시대 왕족과 귀족들이 즐겨 먹던 귀한 음식이었죠. 조선시대에는 제사상까지 오르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이 귀한 약과는 제사가 끝나면 집안의 어른에게만 드렸는데요, 제삿날 방문한 손님들이 귀한 약과를 하나씩 집어 먹으면 차마 말도 못하고 애만 태웠다고 합니다. 더구나 그런 손님 중 욕심 많은 사람은 집안의 다른 것도 탐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약과만 먹으니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약과’는 이렇게 나온 말입니다.

‘감쪽같다’는 ‘꾸미거나 고친 것이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쌘 행동에서 나온 말이라 합니다. 제수음식 중 하나인 곶감 역시 귀하고 맛있어 누가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잽싸게 흔적도 없이 다 먹어 치운다는 뜻에서 나왔답니다. 올 설날 차례를 지내고 이렇게 귀한 약과와 곶감을 감쪽같이 먹어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