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14년 45조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9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내년 100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년간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문제는 내실이다. 이커머스의 중요한 축인 전체 소셜커머스만 봐도 지난해 기준 누적적자가 8400억원을 넘기고 있다. 여기에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다양한 전략이 가동되며 규모의 경제가 일종의 재무적 부담으로 귀결되는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 강자들이 속속 진입하며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적자생존의 원칙만 재확인되는 상태다. 각 플레이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쿠팡이 추가 2조원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출처=쿠팡

모두가 이커머스로
국내 유통업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트렌드가 빨라지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의 틈새를 공략해 저렴한 부대비용을 무기로 삼아 특이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던 온라인 플레이어들의 깜짝 반등 수준을 넘었다. 이제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플레이어도 속속 온라인으로 파고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레이어들이 모두 오프라인을 버리고 온라인에서만 비즈니스를 영위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들은 온라인 정체성을 무기로 오프라인을 재해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초기 옴니채널의 방향성에서 발견된 일종의 통섭개념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소셜커머스 쿠팡이다. 2015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조1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후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전펀드로부터 약2조3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 강렬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쿠팡은 전국 10여곳에 축구장 151개 넓이에 해당되는 약 38만평의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로켓와우 등 새로운 서비스도 연속해 출시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한다는 각오다. 현재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76%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경쟁사인 위메프가 13%, 티몬이 10%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문제는 내실이다. 쿠팡은 2015년 1조1337억원, 2017년 2조6846억원, 올해 약5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에 비례해 영업손실도 2015년 5470억원, 2017년 6388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막강한 시장 점유율만큼 영업손실 비중도 암도적이다. 쿠팡은 인공지능 등 새로운 ICT 기술을 동원해 다양한 서비스로 리스크를 넘는다는 각오다.

위메프는 상대적으로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티몬도 천장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2015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약 8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2017년만 1200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최근 티몬페이 개인정보 유출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전략에도 헛점을 보이는 등 초보적인 행보를 거듭하는 것도 리스크다. 간단한 조작으로 개인의 명의가 탈취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티몬은 지난 2016년 정보보호 등에 총 276억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정보보호 투자인원을 14명이나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명의도용 리스크라는 초보적인 실수를 거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6월에도 티몬페이 해킹 사태가 불거져 경찰 수사가 진행됐으며 2011년에는 티몬 회원 110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일도 벌어진 바 있다.

티몬페이 명의도용 사태가 벌어진 후 티몬이 보여준 고객응대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피해를 인지한 고객이 티몬에 연락해 환불요청 등을 했으나 티몬은 "당장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만 보였다다. 일시적으로 로그인을 막는 등 고객 불편을 전제로 한 미봉책만 제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티몬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정했던 19일 서비스 재개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는 "당초 19일 티몬페이 서비스 정상화에 나서려고 했으나 더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내부판단이 섰다"면서 "문제가 됐던 명의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티몬 내부의 시스템이다. 막대한 자금을 플랫폼 안정성에 쏟아붓는 등 생태계 지속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지만, 실상은 초보적인 명의도용 문제도 방치했을 정도로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명의도용과 보안문제에 따른 해킹은 결이 다른 이슈지만, 티몬 내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혹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축구장 18배 크기의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한편 통합배송 서비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른 플레이어와 달리 외부 서드파티들에게 API를 푸는 것에 인색했으나, 최근에는 별도의 팀을 꾸려 외부협력을 강화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11번가도 6월 5000억원을 유치한 후, 9월에는 전담 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구애를 받았던 코리아센터와도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커머스 서비스 제휴, 글로벌 직구(역직구)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체결하며 11번가는 코리아센터의 주식 115만7042주를 총 274억9941만7214원에 매입했음을 공시했다. 

▲ 11번가-코리아센터 전략적 제휴 체결식.11번가 이상호 사장(사진 오른쪽)과 코리아센터 김기록 대표. 출처= 11번가

롯데와 신세계 등 기존 오프라인 플레이어들도 이커머스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신세계는 RV캐피털매니지먼트·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총 1조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유치해 법인 분할로 이커머스를 정조준했고 2020년 온라인 매출 10조원 시대를 연다는 각오다. 최근 이마트는 미국 유통기업 ‘굿푸드 홀딩스(Good Food Holdings)’를 인수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묶는 전략의 통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를 연상하게 만든다.

롯데도 지난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정했다. 롯데는 7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출처=신세계

네이버와 카카오도 참전했다. 네이버는 스몰 비즈니스를 중심에 둔 소상공인과의 협력으로 규모의 경제를 키운 후, 개편된 모바일 첫화면을 이용해 이커머스 시장을 정조준했다.

네이버는 지난 9월13일 파트너스퀘어 광주 오픈행사에서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공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 1년 미만인 신규 창업자는 500만원 미만의 거래액에 대해서는 1년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스타트 제로 수수료가 핵심인 가운데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젝트 꽃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당시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가 직접 상품 노출, 판매, 고객관리까지 할 수 있는 등 판매자가 진짜 주인인 플랫폼” 이라면서 “네이버가 가진 모든 기술과 데이터를 제공해 판매자의 비즈니스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지원과 육성이라는 큰 그림이 웨스트랩 사용자 경험에 축약됐다는 평가다. 실험적인 시도를 담아내는 웨스트랩을 중심으로 기존 소상공인들이 활동하는 영역의 노출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추후 셀럽을 중심으로 하는 동영상 이커머스 전략까지 가동할 발판을 마련했다.

카카오는 커머스 사업부를 분사하며 시동을 걸었다. 최근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톡 주문하기는 분사되는 카카오 커머스와 관련이 없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장보기, 카카오파머, 다음 쇼핑만 포함된다.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카카오 커머스 전략을 다르게 전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톡 주문하기가 배달앱 시장을 정조준하며 카카오톡 생태계 내부에서 움직인다면, 카카오 커머스는 카카오톡의 강점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외 플랫폼을 별도로 구축하는 개념이다.

▲ 네이버의 이커머스 야망이 커지고 있다. 출처=네이버

누가 왕관을 쓸까?
내년 이커머스 시장의 스타는 단연 쿠팡이다.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는 평가다.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와 물류 시장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많다는 평가다. 다만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태동기, 경쟁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해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으나, 쿠팡은 경쟁자도 많은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한계도 뚜렷하다.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의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보이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글로벌 전략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폐쇄적이고 꽉 막힌 내부 조직 이슈도 문제다. 애플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쿠팡이 자칫 '자기만의 멋'에 취해 정확한 시장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할 가능성은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위메프와 티몬은 현 상황에서 딱히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쿠팡도 마찬가지지만 이들 소셜커머스 3사는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차입을 통해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실적개선이라는 답을 보여줘야 한다. 외부 자금만 계속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최근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블록체인 등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소셜커머스 업계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일종의 플랜B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신 의장은 최근 테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외부 자금을 계속 유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11번가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상장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내년에는 일정정도 흑자경영의 틀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자칫 큰 그림을 망치는 행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지는 이유다.

신세계와 롯데는 별도법인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나, 정체성에서 시작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오프라인의 거인으로 활동하며 이커머스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미국의 코스트코를 연상하게 만들며, 아직 이들의 성공은 업계에 확실히 각인되지 못했다.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온라인 플레이어들이 오프라인 업체를 인수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으로 확실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반면, 신세계와 롯데는 자기들이 주축이 되어 이커머스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 차이는 업계의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발해 원스톱 패키지 서비스를 추구하는 한편, 온라인에 필요한 모든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무엇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강력한 간편결제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평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인프라가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소상공인의 손을 잡고, 카카오는 파트너들을 발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는 기존 플레이어들과 비교했을 때 한참 역량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이커머스는 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놀랍지만 이를 통해 제2, 제3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종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창구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를 온전히 이커머스 플랫폼 강화에 투입할 수 있는 여지도 있으나 전혀 다른 플랫폼 서비스에 도입할 경우 더 강력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른 플레이어와 비교해 훨씬 유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상거래에 기반을 둔 다른 플레이어는 쿠폰을 발행해도 할인 쿠폰이 전부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소비 등 다양한 쿠폰을 발행할 수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아마존의 사례만 봐도 적자생존이 유력하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플랫폼을 키우는 것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온라인이 아닌 온오프라인의 융합과 라스트 마일의 결합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유기적인 흐름을 보이며 라스트 마일까지 책임지려면 물류배송 인프라도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자본을 누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내년, 이제는 성과를 보여야 할 각 플레이어들의 희비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