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시장 평균 채권수익률이 9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블룸버그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올 1월 이후 신흥 시장의 주식 가치가 거의 5조 달러가 사라지는 참상을 겪었지만 이후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흥 시장의 회복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달러 강세,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 유가 하락, 남미 최대 경제 대국 두 나라에서의 포퓰리즘 지도자의 등장이 모두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과 달러

투자자들은 12월 19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상한 이후 나온 제롬 파월 의장이 발언이 자신들의 기대만큼 비둘기적이 아니었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연준은 내년에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으며 보유자산 축소도 계속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앙은행 연준 의장의 해임을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이 해임되지 않을 거라며 금융 시장을 안심시켰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도 폴란드와 헝가리 같은 고수익 시장에 수 십억 달러를 투입한 자산매입을 중단할 계획이다. 그것은 동유럽의 통화당국이 오랫동안 저항해온 금리 인상을 강요할 수도 있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여파로 해외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같이 외국인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는 통화 안정 유지와 자본유출 방지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무역전쟁과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군부 및 기업 인사들에게 중국은 미국의 무역 과 투자 요구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여전히 방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계의 최대 경제 대국 사이의 긴장감이 증가하면 아마도 아시아 자산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아시아 자산은 이미, 중국의 주가 지수가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겪었고 한국과 대만 주식 또한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포퓰리스트

브라질과 멕시코는, 비록 서로 극과 극이지만, 새로운 포퓰리즘 대통령들로 2019년을 시작할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수십 개의 국영기업을 매각하고 시카고대학교 (University of Chicago) 출신의 자유주의 신봉자 파울로 게데스를 경제장관으로 선임하겠다고 발표하자 브라질 주식은 사상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익세력은 퍼주기식 정책으로 고갈된 이 나라의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시장의 상승 흐름을 지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반대로, 멕시코에서는 좌파 정치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130억 달러가 들어가는 신공항 건설을 취소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가 2019년 보수적인 재정계획을 발표하고, 채권자들이 공항 건설에 투자한 자금 중 18억 달러를 상환하겠다는 멕시코의 제안을 받아들인 후 우려가 줄어들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사회 복지 프로그램의 지출을 늘리면서도 예산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 신흥국의 주식 가치는 올해 거의 5조 달러 증발했다.  출처= 블룸버그 캡처

러시아제재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의 최대 기업인 알루미늄 생산회사 유나이티드 루살(United Co. Rusal)에 대한 제재를 조만간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의회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조사 결과에 결정적인 증거라도 나온다면, 러시아 채권이나 은행 거래에 대한 새로운 제한이 나올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문제

브렌트 원유가 10월 초 이후 배럴당 55달러 이하로 폭락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많은 개발 도상국들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loomberg Economics)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2019년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95달러까지 올라야 한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에 대한 서방 세계의 반발과 그에 따른 금융 압박이 이어지면, MSCI가 내년부터 사우디 주식을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투자를 유치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

앞으로 신흥 국가에서 치러질 선거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선 인도에서 4월이나 5월에 총선이 실시된다.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AG(Credit Suisse Group AG)의 애널리스트들은 연립정부가 등장할 위험 때문에 시장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연립 정부의 출현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 개혁을 방해할 수 있다.

태국은 2014년 무혈 쿠데타로 현 집권당이 집권한 이후 여러 차례 연기되었다가 내년 2월 24일로 투표가 예정되어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한 사회 불안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내년 4월 17일,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라이벌 프라보우오 수디안토가 다시 맞붙는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내년 10월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율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포퓰리스트인 전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로 눈을 돌릴지도 모른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5월에 있을 남아공의 선거는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중요한 시험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소속된 당이 다수표를 얻지 못한다면, 공무원 수를 줄이고 정부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빚에 허덕이는 국영기업을 개혁하겠다는 시장 친화적인 개혁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씨티그룹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신용등급 하락과 수십억 달러의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월 중순에 투표가 있다. 그들은, 빈약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무함마드 부하리 대통령과, 친기업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오랫동안 부정부패 의혹에 시달려온 전 부통령 아티쿠 아부바카르(본인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