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내년 석유화학업체는 올해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중무역분쟁, 세계 경제 성장률 하락 전망 등 거시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아 수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공급은 설비 증설 등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석유화학업체들은 2019년 최근 2년보다 낮은 수준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제품은 에틸렌과 프로필렌이다. 이들 시황에 따라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이 변한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등의 제품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에틸렌, 프로필렌 관련 시황 예상을 보면 내년 석유화학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틸렌 시황은 석유화학업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글로벌 에틸렌 수급 전망. 출처=유안타증권

 늘어나는 글로벌 에틸렌·PE 공급...수요 성장세는 미미

대표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은 원유나 가스에서 나오는 납사(Naphtha) 또는 에탄(Ethane)을 원료로 해 만들어진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의 석유화학업체들이 주로 납사를 사용하고, 북미지역 업체들은 에탄을 사용한다. 납사를 분해하는 시설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고, 에탄을 분해하는 시설은 ECC(Ethane Cracking Center)라고 불린다.

업계는 내년 미국의 에틸렌 생산시설 신규 증설의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18년 초부터 이어지고 있던 미국 ECC설비 증설이 2019년 2분기에 최고에 이르게 되고 Sasol, Formosa, 롯데케미칼(미국) 등에서 각각 100~150만톤의 규모의 신규 설비 가동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8년 3분기부터 시작된 수요 약세 현상도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에틸렌 신규설비의 연간 완공 규모는 2017년 540만톤에서 2018년 577만톤으로 증가하고, 2019년에는 1100만톤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1년부터 7년동안 연평균 에틸렌 증설규모가 330톤인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큰 증가폭이다.

KTB투자증권은 내년 세계 에틸렌 수요가 450~550만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신증설 완공은 750~850만톤으로 예상했다. 신증설 생산 규모(톤)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예상치가 엇갈리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빨리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요는 둔화되는데 에틸렌 공급 설비는 늘어나 제품 가격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런 배경에서 나오고 있다.

ECC설비 증설은 북미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지역에서도 2019년 ECC 대형 설비가 최대 4개 정도 더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의 Petronas에서 100만톤, 중국 Sinopec Hainan에서 100만톤, Hengli에서 150만톤, Zhejiang Rongsheng 140만톤 분량의 ECC가 2019년 중반 이후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발 PE 수출 증가세도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B투자증권은 “2018년 2분기 이후 미국의 PE 수출 증가세가 본격화됐고, 특히 연말 재고 부담으로 4분기에 수출 물량이 추가로 확대됐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중무역분쟁에 따른 관세 부담으로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PE수출이 중국 외 동남아지역으로 흘러 아시아지역의 가격 약세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PE제품에서 2017년 350만톤 이상의 신증설 이후 신증설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100만톤 이상의 PE신증설이 예상돼 있다.

▲ 글로벌 PX 수급전망. 출처=유안타증권

정유사 주력 화학제품 PX도 과잉공급 문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은 한국 석유화학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들이다. 이들 석유화학업체 말고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와 같은 정유사들도 주력인 정유사업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전통 석유화학업체들과 다른 점은 이들 정유사는 파라자일렌(PX)를 화학사업의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PX는 TPA라는 제품으로 변한 후 폴리에스터, PET, 필름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화학제품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19년 PX시황은 상반기까지 평균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부터 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PX신규 설비의 연간 완공 규모는 2017년 93만톤, 2018년 263만톤에서 2019년 1156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 평균 세계 수요 증가량으로 알려진 180만톤을 9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준으로 과도한 공급 과잉이 발생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PX 소비의 56%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정부가 PX자급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평균 1300만톤 이상의 PX를 수입하는데 대부분이 한국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PX자급률 100%’를 목표로 신규 PX설비를 늘리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중국은 2019~2020년사이 1360만톤의 신규 PX설비규모를 보이는데 이는 글로벌 전체 확장규모 1836만톤의 74%에 달한다”고 밝혔다.

▲ LG화학 여수 NCC전경. 출처=LG화학

석유화학업체들은 2019년에 고부가가치 제품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기에 대응한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유가변동, 환율 등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요인이 많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도 “원료 다변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향상, 특화제품 개발 등으로 내년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