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LG생활건강의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2016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뒤, 2년 만에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후는 중국 관광객 수가 급격히 감소해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 속에서도 국내와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했다.

오랫동안 글로벌 브랜드들이 선점했던 아시아 시장에서 ‘후’가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차별화된 제품과 궁중 스토리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LG생활건강은 활발한 중국 마케팅과 한국적 이미지를 강화한 한방화장품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 LG생활건강의 '후 천기단 화현라인' 제품. 출처=LG생활건강

‘후’ 올해 누적 매출 2조원 돌파
LG생활건강의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올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국내 화장품 업계 단일 브랜드가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으로 이례적인 기록이다. 럭셔리 한방 화장품의 원조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도 아직 연 매출 2조원을 넘지 못했다.

후는 출시 14년만 2016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당시 내수침체와 중국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으로 불과 2년 만에 다시 매출 2조원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후의 매출 1조4200억원 대비 40.8% 증가한 높은 수치다.

▲ '후' 연도별 매출 추이. 출처=LG생활건강

후의 매출을 실제 매장에서 팔리는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조원이다. 시장조사기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톱3 화장품의 2017년 소비자판매가 기준 매출은 랑콤 5조3000억원, 시세이도 4조7000억원, 에스티로더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2조원 연매출 실적을 달성한 후도 글로벌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후’의 성공요인 3가지
2003년 출시한 ‘후’의 성공요인은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후는 ▲재구매율이 높은 뛰어난 품질 ▲궁중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럭셔리 마케팅으로 기존의 한방화장품과는 차별화된 가치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선 후의 제품은 LG생활건강 ‘후 한방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궁중왕실의 비방이 적혀있는 수백권의 고서를 분석해 전문적으로 만들었다. 궁중과 왕실 여성들이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궁중처방을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깨끗한 원료를 선별하고 피부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여 피부에 좋은 한방 원료를 엄선해 여러 제품에 담고 있다. 부드러운 발림성과 풍부한 영양감이 잘 전달되는 고농축 제형은 아시아 여성의 피부 특성에 최적화됐다.

▲ 후의 '공진향 미 궁중 팩트 스페셜 에디션' 제품. 출처=LG생활건강

제품의 화려한 디자인 또한 인기 비결이다. 궁중 문화유산을 접목해 스토리가 있는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비첩 자생에센스’는 보물 1055호 백자 태항아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아름다운 곡선미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최고급 명품크림 ‘후 환유고’는 국보 제 287호인 백제 ‘금동대향로’에 있는 봉황의 모습을 차용해 금속공예로 제작해 달았다.

또 남성라인 ‘후 군’은 뚜껑에 황제의 옥쇄문양을 금속공예로 제작해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더했다. 이 밖에도 주요 제품의 디자인에 한국의 아름다운 궁중문화유산을 접목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들을 해마다 지속적으로 출시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문화 럭셔리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LG생활건강은 서울의 주요 궁궐에서 궁중문화 캠페인을 펼치며 한국의 아름다운 궁중문화를 전파했다. 왕실여성문화 체험전, 헤리티지 미디어아트, 해금 특별공연 등 특색 있는 궁중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궁의 아름다운 사계와 왕후의 미(美)를 적극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6년 서울을 시작으로 지난해 중국 베이징, 올해는 홍콩에서 ‘후 궁중연향’ 행사를 개최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인지도를 꾸준히 쌓고 있다.

▲ 지난 11월창덕궁에서 개최한 '궁중문화캠페인'을 찾은 관람객들이 왕실 여성의 미용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출처=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는 현재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최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20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이를 더 확대할 예정으로,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고급화와 VIP 마케팅 등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숨’, ‘수한방’으로 브랜드 이미지 강화
LG생활건강의 차세대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숨’은 올해 4천44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출은 지난해 3천8000억원보다 15.8% 증가한 것으로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7000억원이다.

▲ 중국 상하이 지우광백화점의 '숨37'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LG생활건강

숨은 2016년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선 후, 출시 12년만인 올해 4000억원대를 돌파해 출시 12년만에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후와 유사한 성장 패턴을 보이고 있고, 바로 이 점이 업계가 숨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2007년 출시한 숨은 오랜 시간 기다림과 정성을 요하는 ‘자연·발효’라는 콘셉트를 화장품에 접목한 브랜드로, 피부에 순하면서도 좋은 효능의 제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베트남, 싱가포르 등 빠른 속도로 해외 시장에 브랜드를 확산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해 후와 숨 두 브랜드의 매출을 합하면 약 2조44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면서 “이는 9년 전인 2009년 LG생활건강 전사 매출(2조 2천165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 秀한방 ‘사가秀 자하비책 에센스’ 제품. 출처=LG생활건강

이에 LG생활건강은 한국적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전략에 나섰다. 지난 20일 찬란했던 귀족문화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블 한방화장품 브랜드 ‘秀(수)한방(이하 수한방)’을 론칭했기 때문이다. 수한방은 후에 이은 한방화장품으로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다.

수한방은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럭셔리 브랜드인 ‘사가秀(수)’와 프리미엄 브랜드인 ‘수려한秀(수)’을 아우르는 패밀리 브랜드로, 시너지를 창출해 한방 화장품의 정수를 보여줄 계획이다. 

수한방의 론칭 첫 번째 제품이자 시그니처 제품인 수한방 ‘사가수 자하비책 에센스’는 벌써 소비자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귀족 여성의 드레스, 장신구, 샹들리에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아름다운 디자인이 돋보이는 ‘사가수 자하비책 에센스’로, 이 제품은 피부 활력 강화 성분인 자하전삼을 함유한 앰플 에센스로 피부 노화의 근원부터 케어해 동안 피부로 되돌려 준다. 또한 피부에 여러 번 덧발라도 밀리지 않고 끈적임 없이 밀착되며, 덧바를수록 차오르는 촉촉함과 탄력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서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후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보다 늦게 진출했으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사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급성장했다”면서 “최근에도 숨의 숨마 라인과 오휘의 더 퍼스트 라인 등으로 브랜드의 고급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서연 연구원은 “고가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수요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LG생활건강이 높은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로 고가 시장에 집중한다면 안정적인 실적 개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