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롯데그룹이 지배구조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롯데지주의 수익·재무 안전성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 우려도 해소되는 국면이다. 롯데케미칼의 지주로의 편입은 수익 증가는 물론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일조했다.

그러나 지배구조개편의 정점인 호텔롯데 상장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지주 전환을 위한 금융계열사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업계 불황으로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 롯데그룹 영업실적과 순차입급 / EBITDA 출처=한국신용평가

지난 9월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의 신용도를 롯데쇼핑의 사업실적이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신평은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에 대한 이익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롯데쇼핑의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의 이익기여도가 감소하면서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016~2017년 기준으로 롯데지주 계열 매출, 영업이익, 자산 차입금의 70% 내외를 차지한다.

2013년 기준 롯데그룹의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차감전영업익(EBITDA)은 유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가장 높다. 화학 22%, 식음료 14%, 관광·레저 9% 다음 순이다. 작년 기준 이익기여도는 화학이 54%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유통은 26%로 20%포인트 이상 줄었다. 그룹 내 유통부문 비중이 준 것이다.

▲ 롯데그룹 내 이익기여도 변화. 출처=한국신용평가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조79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87% 줄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3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2%대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대기업 유통사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혁진 한신평 연구위원은 “롯데쇼핑의 주력사업인 유통부문 매출 정체와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국 롯데마트 매각에 따른 현금 유입과 손실 부담 해소로 점진적인 재무지표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체 폐점 점포 처리비용이 증가하고, 국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사업의 실적 부진은 여전히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롯데쇼핑의 수익성 개선요소보다 수익성 개선 제약요소가 많다고 판단,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롯데쇼핑의 신용도 하락으로 롯데지주가 악영향을 받을 경우, 지주가 연대보증한 계열사 회사채(약 1조7000억원) 신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 롯데지주의 자회사별 결합가중치. 출처=한국기업평가

탈출구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지주가 다각화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영업수익에서 최대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으며, 다수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영업수익을 인식하는 등 수익기반이 다변화됐다는 설명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2015~2017년 롯데쇼핑은 롯데지주 계열 매출, 영업이익, 자산 차입금의 72% 차지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롯데케미칼 편입 후 롯데쇼핑 42.5%, 롯데케미칼 41.6%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과 양대산맥을 이루게 된 롯데케미칼은 사업과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 연산 210 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상위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 기초유분생산설비)업체로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기초유분, 합성수지, 합섬원료 등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 다각화된 생산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 롯데케미칼 영업실적. 출처=한국신용평가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조24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4.3%, 27.3% 감소했다.

롯데지주의 2018년 누적 기준 영업수익에서 롯데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배당수익 포함 시 26%, 배당수익 제외 시 15%로 높지 않다. 반면 다수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수익기반 다변화를 시도했다. 롯데지주는 2018년 9월 기준 경영지원수익 68개사, 상표권사용수익 48개사, 배당수익 13개사를 두고 있다. 올해 3분기기준 부문별 영업이익 합계는 1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수익은 배당수익, 상표권사용수익, 임대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배당수익은 자회사 등으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익이며, 상표권사용수익은 ‘롯데’라는 브랜드의 권리를 소유하며 사용자로부터 수취하는 수익이다. 임대수익은 소유건물의 임대를 통한 수익이다.

롯데지주는 상표권사용수익은 ‘롯데’브랜드를 사용하는 국내외 계열사로부터 매출에 비례하여 받고 있으며, 연간 10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경영지원수익은 경영서비스 원가에 일정 마진율을 가산한 금액이며, 연간 450억 원 내외로 추산된다. 임대수익은 롯데제과가 보유하고 있던 양평동 사옥에서 연간 100억원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 롯데지주 지배구조. 출처=한국신용평가

금융사 매각으로 재무부담 감소, 롯데쇼핑도 실적 회복세 전환

더불어 롯데쇼핑의 3분기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롯데쇼핑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조6749억원으로 같은 기간 2.5% 늘었고,  순이익은 1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5589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57.4%, 41.6% 증가했다. 지난 9월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로 증가한 재무부담을 금융사 지분매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 등으로 2조400억원의 현금이 일시에 유출됨에 따라 롯데지주의 자체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한기평은 2018년 9월말 기준 이중레버리지(종속관계기업투자자산/자기자본, 별도기준)는 106.5%였으나, 롯데케미칼 인수 거래를 반영할 경우 145.7%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롯데지주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위해 2019 년 10 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에 한기평은 지분 매각 완료시 재무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의 장부가액을 감안할 때, 매각 과정에서 매각차익이 발생하여 자기자본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의 장부가액은 각각 1조원, 1132억원이다.   

유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순수 지주회사로 영업비용이 인건비, 광고비용 등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다각화된 수익원을 기반으로 특정 자회사 실적 변동에 따른 영업수익 변동 위험을 일정 수준 완화시켜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