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널드가 다시 아침 전용 메뉴를 부활시켰다. 맥도널드가 최근 출시한 새 아침 메뉴 '트리플 브랙퍼스트 스택스'.    출처= McDonald’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침체된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유일한 효자 노릇을 하는 것이 아침 메뉴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시장조사기업 NPD 그룹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지난 1년 간 미국 내 패스트푸드 방문 건수는 412억 건이며, 이 중 아침 메뉴를 위한 방문이 73억 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아침 메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도널드가 3년 전, 맥머핀, 핫케이크, 소시지 부리토스 같은 아침 메뉴를 아침뿐 아니라 점심, 저녁까지 확대 제공함으로써, 이른 바 오전 10시 30분 이후의 브러치(brunch, 아점)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했을 때,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투자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맥도날드의 매출은 즉각 상승했고 이로 인한 매출 상승은 거의 1년 동안 유지됐다.

그러나 아침 메뉴를 하루 언제든 주문할 수 있게 되자,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일부매장에서는, 고객들이 그동안 아침에만 살 수 있었던 맥머핀을 사기 위해 아침 방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후나 저녁에 와도 맥머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최근 분기에 미국 판매가 둔화된 이유 중 하나로 아침 메뉴를 유연하게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맥도날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3분기에 지난해보다 4.2% 성장한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맥도널드는 최근 변화가 거의 없었던 자사 메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트리플 브렉퍼스트 스택스(Triple Breakfast Stacks)'라는 새로운 아침 전용 메뉴를 추가했다. 맥도날드의 인기 메뉴인 ‘에그 맥머핀’에서 치즈와 소시지를 2장씩 추가하고 베이컨과 계란을 넣는 등 더욱 풍성하게 식재료 구성을 바꿨다.

회사는 고객들에게 아침 식사와 맥카페 커피의 조합을 권장하는 광고와 함께 아침 전용 메뉴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으며, 커피 케이크나 머핀 등 구운 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또 1달러에 아침 샌드위치가 들어 있는, 보다 경쟁력 있는 아침 메뉴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 패스트푸드 회사마다 앞다퉈 아침 메뉴를 내놓고 있다.    출처= Quora

아침 메뉴를 정비하는 것은, 총 매출의 4분의 1이 아침 판매에서 나오는 패스트푸드 체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칙필에이(Chick-fil-A)나 버거킹 같은 경쟁 회사들은 이미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아침 메뉴 전쟁에 발을 들여 놓았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업계는 모두 시장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NPD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외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 3년 동안 아침 고객 증가세도 둔화됐지만, 그러나 아침 메뉴는 점심 메뉴나 저녁 메뉴보다 수익성이 더 높다. 낮에 제공되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고기나 닭고기에 비해, 아침 메뉴에 들어가는 계란 같은 재료 가격이 더 저렴하고, 일반적으로 아침 메뉴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노동력도 적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의 메뉴 개발 담당 사장 린다 반고젠은 "그것이 우리가 제품, 편리함, 그리고 가치의 관점에서 아침 메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라며 “새롭게 선보일 메뉴가 아침 메뉴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이러한 노력이 과연 더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위해 매장을 찾게 할 것인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아침 메뉴를 점심과 저녁에도 제공했던 회사의 방침에 반하는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에 맞추고 있긴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해군 사관으로 근무하는 21세의 레비 아담스는 맥도날드의 아침 부리토와 맥그리들(McGriddles)을 좋아하지만, 출근길에 아침 식사를 하러 매장에 들를 시간이 없다.

"십대 시절에는, 아침은 맥도널드에서,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는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면 집에서 커피와 사과를 먹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맥도널드에 들러 아침 메뉴를 저녁으로 먹습니다. 근무 일정에 맞추다 보니 식사 습관이 달라졌어요.”

트위터를 통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맥도널드 고객들은 아침에 햄버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회사의 대변인은 아침부터 햄버거용 패티를 굽는 그릴을 가동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창 앞에서 긴 줄을 서는 것은 아침에 서둘러 출근하는 소비자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출처= The Drive-thru

회사의 모든 메뉴를 하루 종일 제공하는 것은 주방의 복잡성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침 메뉴를 종일 메뉴로 확대하고 냉동 버거를 신선한 버거로 교체하면서 맥도널드의 서비스 속도가 이미 느려졌다는 것이다.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창 앞에서 긴 줄을 서는 것은 아침에 서둘러 출근하는 소비자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스티브 이스터브룩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속도로 제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는 항상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고객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취향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반영하고 있지요. 그렇게 하면서도 우리가 사업에 투자한 만큼 거둬들여야 한다는 기준도 유지해야 합니다."

경쟁사들도 아침 메뉴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변화를 주고 있다. 웬디스(Wendy’s Co.)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아침 메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크로아상과 함께 베이컨 메이플 치킨 샌드위치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타코 벨(Taco Bell)도 아침 메뉴를 하루 종일 제공하지 않지만, 아침 9시부터 점심 메뉴를 제공한다. 타코 벨의 브랜드 마케팅 담당 부사장 멜리사 프리베는 "아침부터 부리토와 함께 소고기 타코를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