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의 개점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인 따이공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사드 직격탄을 맞아 위기에 허덕이던 국내 면세점 업계가 살아나고 있다.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악재들은 다행히도 별 문제없이 거의 다 지나갔고,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호재들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면세점들은 희망적인 앞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11월 국내 면세업계의 매출은 약 17조3617억원을 기록했다. 이 매출은 지난해 국내 면세점들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매출인 14조4684억원을 웃도는 기록이며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인 2015년 9조663억원, 2016년 11조8656억원도 넘어섰다. 현재의 추세라면 올해 면세업계의 총 매출은 19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면세점들의 매출도 늘어났다. 롯데면세점의 조사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의 올해 1월~11월 누적 매출은 3조8532억원을 기록했다. 사드 이전인 2016년 매출이 3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이다. 현재의 매출 추세라면 롯데면세점 전체는 연간 매출 7조5000억원, 소공동 본점의 매출 4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경쟁 브랜드 면세점의 매출도 늘어났다. 2016년 3조3391억원을 기록한 신라면세점 매출은 2018년 1~3분기에 3조5208억원을 기록하며 넘어섰다. (2016년 1월 개점한 HDC신라아이파크면세점, 2016년 5월 개점한 신세계면세점 서울점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    

업계에서는 이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규모 증가세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입국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수는 최근 5개월(7월~11월) 연속으로 지난해 대비 증가했다. 이 중 중국인 입국자는 40만4256명(지난해 대비 35.1% 증가)으로 기록됐다. 국내 면세사업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관광목적 중국인 입국자는 32만7664명(46.4% 증가)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관광객들의 방문 추세도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인 입국자는 29만9978명(40.5% 증가)를 기록했다. 

▲ 출처= 한국관광공사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해도 회복세는 뚜렷하다. 2016년 806만7722명이었던 중국인 한국 입국자 수는 2017년 중국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한 후 절반 정도인 416만9353명까지 줄었다. 올해에는 중국과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1월~11월 누적 중국인 방문객 수는 이미 지난해 연간 방문객 수를 넘어선 437만3233명으로 기록됐다.  같은 기간 일본인 입국자 수는 229만7893명에서 269만6명까지 늘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소규모 온라인 여행사들이 최근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모객 결과는 내년 상반기 쯤 반영될 전망이다. 올 한해 국내 중국인 입국자 수는 478만명(전년 대비 14.7% 증가)로 추산되며 현재 추세를 반영하면 2019년 중국인 입국자는 최소 57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련의 대외 조건들과 더불어 국내의 사업 여건도 나쁘지 않다. 지난 5월 정부는 대기업들의 면세점 사업 운영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까지 늘렸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은 조금 더 긴 시각으로 사업 추진과 더불어 시설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내년에 추가될 수 있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으로 인한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 그리고 따이공(代工·중국인 보따리 상인)들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면세점들의 과도한 할인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는 내년에 이어질 전망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안정 그리고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추세는 추후 면세점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업계는 올해보다 내년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성준원 연구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는 면세점, 호텔,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아끌 수 있다”면서 “면세사업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주 고객인 관광·레저업계의 수혜도 기대해 볼 만 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드 문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며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난 국내 면세업계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업계는 과연 현재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완벽한 성장 전환의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