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대장지구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구수와 당해지역 1순위 까지의 청약자 수.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성남 대장지구에서 분양에 나선 세 단지의 1순위 청약이 마무리됐지만, 모두 한 자리 수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판교, 분당과 가까운 생활권이지만 아직 미비한 교통망과 높은 분양가 등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1주택자와 갈아타기 등 가수요가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중론이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판교 더샵 포레스트’의 청약 접수가 26일 1순위에서 마감됐다. A11블록은 전체 263가구 물량에 1132명이 청약을 신청해 평균 4.3:1의 경쟁률을 보였다. A12블록은 전체 294가구 물량에 2028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6.9: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우건설이 시공한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물량 대비 100% 정도 추가로 예비대상자를 모집해야 하는 분양가 상한제 규정에 따라 1순위 기타지역 청약자를 모집했다. 다만 A1BL지구 모집은 1순위에서 마무리됐고, 323가구 물량에 1111명이 청약을 신청해 3.44:1의 경쟁률을 보였다.

A2BL지구의 84.97㎡A형은 100가구 모집에 추가 100가구를 합쳐 총 200가구가 신청했어야 하지만 당해지역인 성남시에선 171가구만 모으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기타지역에 해당하는 서울과 수도권 등지의 수요자들도 추가 청약을 신청했다.

1순위 기타지역 청약까지 마무리된 27일 A1BL, A2BL지구를 통틀어 총 599가구 모집에 5770개의 청약통장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모집가구수의 약 9.63배의 인원이 몰린 결과다.

▲ 분양가 상한제 규정에 따라 예비대상자 100%를 모집 중인 A2BL지구의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출처=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다만 한 때 A1BL, A2BL지구 모두 특별공급 물량에서 대거 청약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장 수요가 많은 것으로 예측되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노무보 부양 특별공급의 경우 배정가구수를 가볍게 넘어섰지만, 다자녀가구·기관추천 물량을 채우지 못 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두 아파트 단지는 내부 구조 등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모두 아직 선호도에 있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전용면적 84㎡’로 구성됐다. 그러나 서울지역 분양시장에 물량 대비 수십 배의 청약자가 몰리는 데 반해 성남 대장지구는 기대보다 저조한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같은 성남 대장지구에서 지난 20일 청약접수가 종료된 ‘판교 힐스테이트’는 전용면적 85㎡ 이상의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됐음에도, 푸르지오·더샵과 엇비슷한 경쟁률을 보였다.

김은진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낮은 경쟁률을 두고 “3기 신도시, 위례 신도시 등 경쟁력 있는 여타 도시와 함께 성남 대장지구의 자체적인 입지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진 연구원은 “입지가 판교와 분당 등 생활권을 공유하는 근교인 점은 맞지만, 지하철 등 교통망에서는 멀리 있어 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3기 신도시를 발표하자 대기하는 움직임도 있다”면서 “북위례 지역은 정부 주도의 ‘택지지구’로 생활기반시설 체계가 이미 남위례에 조성돼 있는 반면, 대장지구는 민간 주도의 도시개발지구로 상대적으로 인프라 여건이 덜 촘촘하다”고 설명했다.

대장지구 남쪽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단 대출 제약이 생기면서 현금을 운용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가수요자’들이 빠졌다”면서 “전매제한 4년이 걸려있어 분양권 매수가 힘들고, 불법 전매가 있을 경우 막대한 과태료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중개업자도 꺼리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사는 “견본주택 개관시기부터 청약시기까지 문의전화가 이상하리만치 가라앉아있다”면서 “분양가가 예상보다는 저렴한데도 경쟁률이 한 자리 수 나온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주 시기가 되면 교통 호재도 있어 프리미엄이 반영되겠지만, 투자가치가 있는지는 지금으로썬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대장지구 북쪽, 서판교 지역의 T공인중개사는 “대장지구는 행정지역이 분당구라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대중교통과 송전탑 등 문제도 있어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중개사는 “대장지구의 새 아파트 가격이 7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결점을 갖고 있는 곳을 고르기보다 지출을 조금 더 해 서판교에 주택을 사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서판교의 집값이 올라야 대장지구의 부동산 시장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종속된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