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 에이프런은 주가가 급락하면서 뭔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출처= Blue Apr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밀키트 사업(meal-kit, 한 끼용의 손질된 식재료와 레시피를 공급하는 회사)의 선구자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Holdings Inc.)이 체중관리 회사와 제휴하며 미래의 승부수를 던졌다.

블루 에이프런은 26일(현지시간), 체중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WW 인코포레이션(Weight Watchers International Inc.)과 제휴를 맺음으로써 건강한 식사에 관심이 있는 WW의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블루 에이프런의 브래드 디커슨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WW와의 제휴로, 수익에 타격을 주는 광고와 판촉에 수 천만 달러를 쓰지 않고도 안정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블루 에이프런을 비롯한 밀키트 업체들은, 앞으로 많은 미국인들이 집까지 배달되는 미리 손질된 식재료로 음식을 요리할 것이라고 호언 장담했다. 컨설팅 회사 패키지 팩트(Packaged Facts)는 지난 해 이 산업이 2022년까지 120억 달러(1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적어도 12개의 밀 키트 회사들이 문을 닫았거나 합병되었거나 매각되었다.

                                                   

2017년 7월에 주당 10 달러로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블루 에이프런의 주가는 지난 24일 1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는 69센트까지 떨어졌다가 26일 주식 시장의 전체적 반등으로 78센트를 기록했다.

블루 에이프런의 주가가 급락하자, 회사가 뭔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졌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규칙에 따르면, 만일 한 회사의 주가가 30일 동안 계속 1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는 경우, 회사에 6개월의 기한을 주고 그 기간 내에 주가가 1달러를 넘기지 못하면 상장 폐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제휴는, WW 회원이 블루 에이프런의 밀키트를 구매하면 블루 에이프런이 WW에게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루 에이프런의 디커슨 CEO는 WW와의 제휴로 블루 에이프런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Kroger Co.)나 앨버슨스 코즈(Albertsons Cos),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자체의 밀키트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개발했고, 네슬레(Nestlé SA) 같은 포장식품 회사들과 칙필에이(Chick-fil-A Inc.)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밀키트 시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블루 에이프런은 코스트코(Costco)와 월마트의 제트닷컴에 자사의 밀키트를 공급해 왔다.  

그러나 블루 에이프런이 식사 습관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던 가입자 사업 모델은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블루 에이프런은 9월말 현재 64만 6천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거의 3분의 1이나 줄어든 것이다. 현재 고객 수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독일 베를린의 밀키트 회사 헬로프레시(HelloFresh)도 올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손익분기점 달성 목표를 뒤로 미뤘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34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마놀리 이아나카키스는 지난 1월에 블루 에이프런의 밀키트에서 재료 하나가 빠진 것을 발견하고는 블루 에이프런 가입을 탈퇴했다.

디커슨 CEO는 그 사건 이후 블루 에이프런의 운영이 개선되었다고 말했다.

▲ 블루 에이프런은 체중 관리 서비스 회사 WW 인코포레이션과 제휴를 맺고 이 회사의 수백만 명의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출처= Weight Watchers

1963년 뉴욕 퀸즈에서 한 가정 주부가 설립한 WW는 건강한 삶을 위한 조언과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4백만 명의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라이프스타일 크루즈에서부터 요리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회사의 이미지를 단순한 체중 관리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브랜드 개편은 시도했다.

WW의 민디 그로스먼 CEO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W는 전에도 한 밀키트 회사와 제휴를 시도한 적이 있다. WW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밀키트 회사 셰프트(Chef’d)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셰프트는 지난 7월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셰프트의 설립자인 카일 랜스포드는 WW 회원들에게 영업 사원들이 접촉하기 어려웠다면서 WW 회원들에게 밀키트를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WW의 그로스먼 CEO는, 셰프트와의 계약은 자신이 18개월 전에 WW에 합류하기 이전의 일이라면서, 블루 에이프런과의 제휴에 커다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WW에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렸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